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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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

입력 2007.11.06 00:00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

중국·미국·유럽만 역사가 있나요?

이옥순 외 지음 삼인 1만9800원

이옥순 외 지음 삼인 1만9800원

우리나라 교과서에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국사, 세계사 등 역사 교과서에 편견과 오류가 심하다. ‘바로 보는 ~역사’ ‘새로 쓰는 ~역사’ 등과 같은 책이 계속 출간되는 것도 편견과 오류가 많을 뿐 아니라 그것이 제대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 역시 잘못된 우리 교과서를 바로잡을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큰 틀에서 볼 때, 우리나라 세계사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계 역사에는 마치 아시아, 유럽, 미국의 역사밖에 없는 것으로 착각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아시아에서도 다른 나라는 거의 무시당한다고 해도 좋을 만큼 중국 중심의 서술이 지배적이다. 물론 세계사에서 이들의 역사적인 부침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등도 엄연히 세계의 일원이다. 이들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분량 때문에 일일이 거론하기가 힘들다’ ‘역사적으로 특별한 사건이 없는 나라나 지역은 짧게 다룬다’는 식의 핑계는 공정한 세계사, 평등한 세계사를 서술하는 데 해가 된다.

강자 중심의 세계사 서술은 경제적인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본 데 기인한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경제력에 따라 각 나라와 지역을 나누고 서술하다 보니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경제 중심의 세계관은 세계사를 배우는 이 나라 학생들에게 자연스레 인종차별, 종교차별, 지역차별 등 다양한 차별의식을 심을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신대륙의 발견’이라는 표현, ‘침략’ 대신 ‘정복’이라는 표현 등도 모두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저자들은 세계를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구분하지 말고 문화와 생활양식, 비슷한 역사와 환경 등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등도 세계사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 세계사 교과서에 편견과 오류가 얼마나 많은지 똑똑히 보여준다. 실크로드를 어떻게 알고 있는가. ‘중국과 로마 사이에서 비단이 거래되던 길’로 알고 있다면 이는 매우 편협한 지식이다. 실크로드에서 동서양의 문화가 어울려 새로운 문화가 탄생했고, 이 문화가 다시 동서양으로 전파되어 또 다른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상공업의 발달로 근대 도시가 형성, 발달한 것이 유럽 고유의 현상이라고 서술한 것도 오류다. 아시아에도 상공업과 도시가 발달했다. 특히 무굴제국은 유럽보다 훨씬 더 상공업과 도시가 발달했다. 이 밖에도 저자들은 인도의 카스트제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신대륙의 발견 등도 대표적인 편견, 오류의 예로 지적한다.

물론 완벽한 학문은 없다. 학문은 늘 비판과 수정의 과정을 거쳐 발전한다. 그러나 오류가 너무 많아 손대야 할 곳이 부지기수라면 분명 문제다. 게다가 그것이 교과서라면 더욱 큰 문제다. 교과서는 해당 학문의 전공자나 학자만 보는 책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람은 학창시절을 보낸다. 그러므로 교과서는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람이 보는 책인 셈이다. 더욱이 지식의 틀을 갖추는 시기인 중·고등학생 때 접하는 책이므로 잘못된 지식과 정보가 성인이 되어서도 악영향을 끼치기 십상이다. 따라서 다른 어떤 책보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나라의 세계사 교과서가 잘못된 까닭은 현지의 다양한 자료와 최근의 연구 성과에 근거하기보다 서구나 일본의 수십 년이 지난 자료에 근거해 서술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우리나라 교과서를 바로잡지 않고서 어찌 일본의 역사 교과서를 탓할 수 있으며,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비판할 수 있느냐며 질타한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안병무 평전

민중신학자 안병무의 치열했던 삶과 신앙

[BOOK]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

식민지배, 전쟁, 민주화운동 등을 거친 격동의 한반도에서 기독교와 교회가 이룩한 업적과 기여한 공로는 대단하다. 그리고 현재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뤄낸 한국 교회의 발전과 번영은 눈부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한국 기독교와 교회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 심지어 기독교와 관련해서 험악한 말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사람들에게 존경받아야 마땅할 기독교와 교회, 목회자들이 되레 비판을 받는 원인은 분명 그들에게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 기독교와 교회의 자세를 비판하고 각성을 촉구하는 서적이 다수 출간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한국 기독교와 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많은 사람이 성장주의에 집착, 기성화·제도화를 꼽는다. 이 때문에 정작 은혜를 받아야 할 민중을 외면하고 적극 참여해 개선해야 할 현실에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기독교와 교회’를 실천했다면 번영과 함께 존경도 받았을 것이다.

일찍이 민중신학자 안병무는 민중과 현실을 중시한 ‘아래로부터의 기독교와 신학’을 추구했다. 그는 기존의 교회 제도와 교리를 비판하고 새로운 평신도 교회 공동체운동을 펼쳤으며 예수와 성서를 독자적으로 파악, 민중과 현실에 밀착시켰다. ‘일과 밥과 자유’의 작가 김남일이 쓴 ‘안병무 평전’은 안병무의 치열했던 삶과 민중신학을 복원해낸 책이다.

간도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의 고난과 고통을 목격한 안병무는 예수 그리스도에 마음을 의지한다. 그렇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민중’이 떠나지 않았다. 신학을 공부하면서도 그는 줄곧 민중과 이 땅의 현실을 바로 보는 기독교와 교회를 염원했다. 민중의 편이어야 할 예수가 도대체 어디 있는지 고민했다. 그의 민중신학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결정적인 사건은 1970년 전태일 분신 사건이었다. 전태일 분신을 지켜본 그는 이때부터 ‘예수가 민중이고 민중이 예수’라는 생각을 갖는다.

안병무가 생각하는 구원이란 신에게 영혼을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해방이다. 항상 민중과 현실을 생각한 그는 평신도 교회 공동체운동을 펼쳐 제도화된 교회와 고답적인 해석에 머문 성서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했다.

분명한 것은 그가 교회와 성서를 결코 부인한 것은 아니다. 그것들을 거부했다면 신학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교회는 성전이 아니라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어야 하고 인류의 최고 고전인 성서를 제대로 해석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김남일 지음 사계절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