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리더십
어떻게 창조하고, 관리할 것인가
데이비드 아커·에릭 요컴스탈러 지음 이상민·최윤희 옮김 비즈니스북스 3만 원
오늘날 시장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비자들은 품질보다 브랜드 신뢰성, 브랜드 가치를 먼저 보고 제품을 구입한다. 오늘날 시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제품보다 브랜드인 셈이다. 많은 사람이 21세기에도 브랜드의 힘이 크게 발휘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단순히 브랜드를 창조하는 것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창조한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더욱 강력한 힘을 보유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브랜드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 리더십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 구축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브랜드 리더십 모델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하고 있다.
브랜드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 데이비드 아커 캘리포니아 주립대 하스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의 브랜드 3부작 중 마지막 권인 ‘브랜드 리더십’은 어떻게 하면 강한 힘을 발휘하는 브랜드를 창조할 수 있고, 창조한 브랜드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여러 브랜드 중 과연 어떤 브랜드에 투자와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브랜드 리더십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전략적·미래지향적이다. 브랜드를 창조하는 문제에서 전통적인 방식은 전술적·즉각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이런 방식을 고집하다가는 자칫 도태할지 모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을 갖추어야 성공할 수 있다. 브랜드의 의미를 소비자의 시각에서 설정하고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관리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속적·효율적·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전략적·미래지향적인 대응은 때로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전략적으로 하나의 브랜드에 전력하기에, 당장 이익이 발생하지 않거나 감소해도 투자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에 흔들리지 말 것을 당부한다. 비록 단기적으로 볼 때 이익이 감소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더욱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업의 성공과 생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브랜드 리더십 모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미래지향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브랜드 리더십 모델의 강점은 신규 브랜드를 개발할 때 기존의 인지도가 높은 자사의 브랜드를 활용해 신규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수 있고 기존 브랜드와 완전히 다른 신규 브랜드를 창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책에는 재미있는 사례가 등장한다. GM의 시머론과 도요타의 렉서스가 그것이다. 캐딜락을 위주로 해 대형 고급 차로 유명한 GM은 브랜드의 명성과 힘을 빌려 시머론을 발표했다. 그러나 브랜드를 확장시키려는 GM의 의도는 실패했다. 워낙 대형 고급 차의 이미지가 강했던 터라 그것을 중형 차에 적용하는 게 무리였던 것이다. 오히려 캐딜락 같은 대형 고급 차의 이미지까지 손상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반면 소형 차로 유명한 도요타는 고급 차를 발표하면서 소형 차의 이미지가 강한 도요타 브랜드를 활용하지 않고 렉서스라는 또 하나의 브랜드를 창조해 성공했다. GM은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한 경우고 도요타는 브랜드 리더십 모델을 구축한 경우에 해당한다.
브랜드 리더십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21세기 기업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그것의 핵심으로 네 가지를 든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 ‘브랜드 아키텍처 시스템’ ‘브랜드 구축 프로그램’ ‘브랜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 네 가지를 토대로 브랜드의 힘을 기르고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뿌리깊은나무의 생각
우리 것이 왜 좋은지에 관하여
일부 출판계·문화계 사람을 제외하고는 한창기라는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1997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가 한 일만 놓고 보면 그는 분명 우리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어야 할 인물이다.
‘한창기’라는 이름 석 자보다 ‘뿌리깊은나무’라는 잡지가 그를 떠올리는 데 훨씬 유리하다. 그는 ‘뿌리깊은나무’의 발행·편집인이었다. 단순히 잡지의 발행·편집인이라는 역할만으로 그를 기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는 ‘뿌리깊은나무’뿐 아니라 그 전신인 ‘배움나무’ ‘샘이깊은물’의 발행·편집인으로서 이 잡지들을 통해 우리 전통과 관련된 일을 무척 많이 한 사람이다.
우선 그는 판소리를 되살려냈다. ‘판소리가 언제 죽었냐’고 의아해할 사람이 있을 테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실로 위태로운 지경에 빠진 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방 후 1970년대까지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스스로 홀대했다. 낡은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홀대한 문화에는 민속, 미술, 언어 등도 포함된다.
생전, 지인들과 만나면 늘 우리 것을 강조하고 우리 언어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이야기하기를 즐겼다는 한창기는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글로 표현하고 강조하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본인이 펴내는 잡지에는 물론이고 여러 매체에 글을 발표해 이 땅의 사람들에게 우리 것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투의 주장이 아니었다. 그의 주장은 문화적·인문학적 성찰을 거친 후에 얻은 실체였다. 그리고 그것에는 ‘지킴과 변화’가 공존한다.
그가 생전에 여기저기 발표한 글을 모아 세 권으로 펴낸 책 ‘뿌리깊은나무의 생각’ ‘샘이깊은물의 생각’ ‘배움나무의 생각’은 우리 사회에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의 토대를 마련한 그의 업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뿌리깊은나무의 생각’은 언어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은 글들이 중심이 된 책이며, ‘샘이깊은물의 생각’은 전통과 민속, 우리 문화를 다룬 글들을 모은 책이다. 시평(時評) 위주로 되어 있는 ‘배움나무의 생각’에서는 이 땅의 교육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비록 거창한 담론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틈틈이 이야깃거리로 삼을 만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만, 이 세 권의 책은 한창기라는 인물에 대해, 우리가 처한 현주소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한창기 지음 윤구병 외 옮김 휴머니스트 전3권 각 권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