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벌판
베트남 서민의 ‘가난한 이야기’
응웬옥뜨 지음 하재홍 옮김 아시아 9000원
베트남을 생각하면 애틋하다. 분단과 민족 간 전쟁 등 우리나라의 역사와 흡사하기 때문에, 우리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잘못한 점과 그들에게 남긴 상처가 많기 때문에, 오늘날 베트남의 많은 처녀가 우리나라로 시집오기 때문에….
문학이 당대 현실과 정서를 반영한다는 말을 떠올린다면, 베트남 작가 응웬옥뜨의 ‘끝없는 벌판’은 꼭 읽어야 할 작품이다. 이 작품은 베트남 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이 작품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벗어났고 ‘미풍양속에 반한다’ ‘희망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정치·도덕·작가덕목 교육’을 시행하겠다는 명목으로 작가 응웬옹뜨가 소환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논란과 비판은 이 작품이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서 더욱 큰 인기를 끌게 하는 힘이 되었으며 베트남작가협회가 주는 ‘2006년 최고작품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중편 분량의 이 작품은 베트남 서민의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너무 적나라해 끔찍하고 소름끼치게 처참하기까지 하다. 이 작품은 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베트남의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메콩 강에 무수히 떠 있는 수상가옥에서 아버지와 남동생과 함께 사는 18세 처녀와 그 남동생의 성장소설이다.
변변한 방 한 칸 없이 수상가옥 상태에서 떠돌아다니는 가족, 삶의 의욕조차 보이지 않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어린 남매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스스로 깨우쳐간다. 가난과 불행만 닥쳐오는 남매에게 세상은 비합리로 가득 차 있는 곳이고 삶은 시쳇말로 ‘죽지 못해 사는 것’이다. 처녀는 고백한다. “사랑도 필요 없고 가르침도 필요 없다. 우리 남매는 그런 희망을 애초부터 품지 않는다.” 처녀가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설렘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남매에게 삶은 매우 무미건조한 것이다.
폭력, 욕심, 정욕이 난무하는 세상과 사람들을 남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비록 남매에게 세상은 ‘끝없는 벌판’처럼 기약 없이 아득하기만 하지만 목숨을 내던지거나 세상을 미치도록 경멸하지는 않는다. 세상과 갈등을 겪으며 남매는 차근차근 성장해간다.
아버지의 무능과 의욕 상실은 아내의 가출 때문인 듯하다. 아리따운 아내가 곁에 있었을 때, 남편은 돈도 곧잘 벌어다주었고, 나름 성실했다. 하지만 아내가 옷감장수를 따라 가출하고 나서부터 아버지는 완전히 변해버렸다. 아내를 빼앗긴 그는 남녀 간의 사랑도 일회성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긴다.
작품 말미에 아버지는 옛날 모습을 되찾는다. 처녀의 해석에 따르자면, 남동생 디엔이 가출한 후 혼자 남은 자신이 애처로워 보여 자신에게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삶의 의욕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딸이 성장할수록 점점 엄마를 빼닮아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도망간 아내가 낳은 자식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던 딸에게서 아내가 생각났고 아내를 향한 사랑이 삶의 의욕으로, 딸을 향한 사랑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의 가슴속에는 사랑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이 작품의 압권이다. 건달들에게 윤간당하는 처녀와 그것을 뜯어말리다가 피투성이가 되는 아버지의 모습은 처참했던 인생의 끝을 보여준다고 판단해도 무방할 듯하다. 남자들에게 윤간당한 처녀는 임신을 두려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두려움은 곧 ‘아이를 낳아 기를 것’이라는 새로운 다짐으로 승화한다. “아이가 한평생 즐겁고 생기발랄하게 살 수 있도록 보살펴줘야지. 엄마의 가르침으로, 때때로 어른들의 잘못도 용서할 줄 아는, 속 깊은 아이로 키워볼 거야.” 자신이 성장해온 환경과 완전히 대비되는 처녀의 마지막 다짐을 두고 과연 이 작품이 ‘희망을 내세우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반갑습네다 리선생!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8가지 코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한반도가 본격적으로 통일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증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남북관계가 매우 좋아졌다고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면에서 남북이 어떻게 교류하고,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8가지 코드를 통해 남북관계를 들여다본 책 ‘반갑습네다 리선생!’은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의 현황과 진행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저자는 15년 동안 통일·외교·국방 등 안보 분야에서 국회의원들의 정책보좌업무를 맡아왔다. 특히 저자는 북한의 실상, 남한의 대북지원 데이터, 남북관계에서 불거지는 문제점 등 북한의 사정과 남북관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저자는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몇 년간을 ‘6·15시대’로 규정하고 ‘6·15시대’의 남북관계의 각 부문을 현안 위주로 정리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뽑은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8가지 코드는 대북지원, 인터넷, 관광, 교류, 협력, 위협·평화, 인권, 통일법제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저자는 남북관계가 더욱 개선되기를 바란다. ‘6·15시대’를 넘어 본격적인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지향한다.
저자는 쌀, 비료, 전력 등 우리가 보내는 대북지원 물품들이 실질적으로 인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엉뚱한 데로 새나가고 있다는 것을 통계와 도표를 통해 밝혀낸다. 특히 쌀의 경우, 많은 양이 빼돌려져 인민들에게 몇 배나 비싼 값에 팔리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대북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지원을 하되 철저하게 검수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한마디로 대북지원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저자는 대북사업전담기구를 하루 빨리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대북지원은 단순히 주기만 한다고 해서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저자는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영원히 포기하고, 인터넷으로 이산가족의 화상채팅이 가능하게 하며, 북한의 인권이 살아나는 날, 한반도의 위협은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하고 통일법제를 마련하는 날,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통일은 이루어질 것이다. |이종헌 지음 어문학사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