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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 실종사건’ 미궁 속으로

입력 2007.10.09 00:00

영국 소녀 찾기에 사상 최대 현상금 걸려… 용의자로 몰린 부모의 자작극인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매들린 매캔의 유괴당하기 전 모습.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매들린 매캔의 유괴당하기 전 모습.

30대 의사 부부의 네살배기 딸이 어느날 밤 갑자기 사라진다. 그것도 가족들이 휴가차 들른 다른 나라의 휴양지 호텔 방에서. 딸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모의 애끓는 호소에 교황과 총리, 세계적 축구스타 등이 가세해 ‘소녀 찾기’는 유럽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재계와 종교계 등 각계에서 “실종된 딸을 찾는 데 보태 쓰라”고 내놓은 기부금으로 약 46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현상금이 내걸린다. 심령술사도 동원된다. 그리고 얼마 뒤 “소녀는 실종된 것이 아니라 살해됐으며 그 용의자는 바로 부모”라는 경찰의 충격적인 발표가 이어졌다. ‘딸을 죽인 살인마’ ‘희대의 사기꾼’에 대한 언론의 광기 어린 보도가 쏟아지고 결백을 주장하는 부모는 가슴을 찢는 듯한 억울함을 호소한다. 다시 어느 날, 제3국에서 살아 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았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에 이어 그녀의 ‘실종 이후’ 모습을 담았다는 사진이 인터폴(국제형사기구)에 넘겨진다. 그러나 곧 그 아이는 매들린이 아닌, 자신들의 두살짜리 딸이라는 모로코 부부의 반박이 뒤따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매들린 실종사건’의 개요다. 현재진행형이니 또다시 어떤 극적인 일이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발생 5개월째에 접어든 사건의 실체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그녀는 살아 있는가 죽었는가.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한 이번 사건이 결국 어린 딸을 죽인 부모가 세상을 상대로 벌인 자작극일까. 지구촌에서 해마다 120만 명, 하루 평균 3288명의 어린이가 실종되거나 납치되고 있다고 국제범죄통계는 말하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실종사건의 주인공이 부유층 가족의 딸로 태어난 금발소녀이기에 언론의 관심은 광적일 정도로 지나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영원히 미제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매들린 실종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본다.

포르투갈 휴양지에서 영국의 금발소녀 사라지다 지난 5월 3일 목요일 밤 10시.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포르투갈 남부의 휴양지 알가르브 지방의 프라이아 다루즈 리조트 숙소에서 잠자던 영국의 네살배기 소녀 매들린 매캔이 사라졌다. 당시 39살 동갑내기 의사부부인 아빠 게리 매캔과 엄마 케이트 매캔은 인근 레스토랑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리조트 방으로 돌아온 부부를 맞이한 것은 매들린과 함께 잠자던 두살배기 쌍둥이 동생뿐이었다. 뜯겨진 침실 창문의 자물쇠는 외부 침입을 말해주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딸의 실종을 현지 경찰에 신고한 부부는 영국과 포르투갈은 물론 유럽 전역을 돌며 “매들린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부부는 로마 바티칸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하고 매들린의 사진을 보여주는 등 눈물겨운 캠페인을 벌였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신문과 방송에는 금발의 귀여운 용모를 지닌 매들린의 사진과 함께 수사 속보가 숨가쁘게 이어졌다. 깜찍한 외모의 매들린 모습을 담은 포스터가 유럽 전역에 배포됐다.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매들린을 찾는 전단을 들고 TV에 출연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해리 포터’의 작가 조 앤 롤링 등 유명 인사가 대거 참여한 성금 모금운동으로 모인 기부금은 250만 파운드(약 46억 원)에 달했다. 이 돈은 매들린을 찾아주는 사람에게 주는, 사상 최대의 현상금으로 내걸렸다.

매들린의 엄마인 케이트 매캔과 매들린의 쌍둥이 동생들.

매들린의 엄마인 케이트 매캔과 매들린의 쌍둥이 동생들.

부모, 딸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다 사건 초기 포르투갈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한 사람은 매들린이 사라진 호텔 근처에 살던 영국 남성 로버트 무라트였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뚜렷한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들로부터 ‘악마’로 묘사되기도 했다. 또 네덜란드의 한 일간지에 “매들린이 묵고 있던 호텔에서 15㎞ 떨어진 숲에 묻혀 있다”는 익명의 제보가 경찰이 현장 수색에 나서기도 전에 상세하게 실렸다. 각국의 취재진이 문제의 지역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지만 매들린의 시신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사태는 급반전, 매컨 부부가 휴양지에서 빌려 사용하던 차량의 내부에서 혈흔이 발견되면서 부부는 새로운 용의자로 떠올랐다. 포르투갈 경찰은 사건 발생 2개월여 만인 9월 7일 “매들린은 ‘사고로’ 부모가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들이 실종사건 후 빌려 타던 차에 남아 있던 핏자국의 DNA가 매들린의 DNA와 100% 일치한다는 조사 결과도 덧붙였다. 매들린의 시신이 돌멩이를 넣은 가방에 담겨 지중해에 버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엄마 케이트가 아이들에게 공격적이었고 때로는 통제하기 힘들 정도였다”는 등 매캔 부부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언론을 통해 쏟아졌다. 매캔 부부는 “사건 해결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는 경찰이 우리를 용의자로 몰고 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엄마인 케이트는 “포르투갈 경찰은 내게 ‘매들린이 사고로 죽었고 내가 공포에 사로잡혔다고 고백한다면 2~3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영국의 법의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바클레이 교수는 자동차에서 발견된 혈흔이 매들린의 것이 아니라 두 동생의 것일 수도 있다며 경찰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억울하다는 그들의 호소가 있었지만, 그간 매들린 수색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지원해온 사람들은 후원을 중단하는 등 싸늘하게 변했다.

[월드리포트]‘매들린 실종사건’ 미궁 속으로

“모로코에서 매들린을 보았다” 연이은 증언, 그러나 부모가 매들린을 살해했을 것이라는 경찰의 추정이 있었는데도, 사건 이후 벨기에 등에서 그녀를 보았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잇따랐다. 특히 소녀가 사라진 포르투갈과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둔 모로코 북부 지역에서 5월 중순과 하순에 매들린을 목격했다는 주장이 4건이나 이어졌다. 매들린의 엄마도 “딸이 살아 있으며 실종된 리조트 숙소에서 5시간 떨어진 모로코로 몰래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목격자들의 증언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매들린이 죽었다고 단정한 포르투갈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근거가 없다며 무시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말 모로코 북부 탄지에르 지역을 방문한 스페인 여행객이 매들린으로 추정되는 소녀의 모습이라며 사진을 찍은 뒤 스페인 경찰에 넘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문제의 사진은 모로코 의상을 입은, 검은 얼굴의 여성이 하얀 얼굴에 금발의 어린이를 업고 다른 모로코 남자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찍은 것이었다. 스페인 정부의 대변인은 9월 25일 “경찰은 사진의 정황을 심각하게 간주하고 있기에 인터폴에 정밀 분석을 의뢰하고 공조 수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이 사진의 등장으로 사건이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사진의 진위 여부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진 속의 그 아이가 자신들의 두살짜리 딸 보츠라 벤 아이사라는 모로코 부부의 증언이 27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보도됐다. 이에 따라 사건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점차 영구 미제사건의 수렁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국제부┃이재국 기자 nostalg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