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
‘미술의 생활화’를 위한 제언
미술은 원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이 사실은 미술사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고대 동굴벽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로 수렵과 관련된 고대 동굴벽화들은 미술이 인류의 생활상, 정서, 욕구 등을 표현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고구려의 동굴벽화부터 조선 후기 김홍도, 신윤복 등의 생생한 작품은 미술과 우리 삶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오늘날 미술은 일반인과 동떨어져 있다. 전문가들만 향유하는 분야로 고착되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하다.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서구 미술이 유입되면서 미술과 생활이 분리되었다고 진단한다. ‘생활 속 미술’이 ‘미술을 위한 미술’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미술과 생활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나아가 미술을 원래 자리였던 생활 옆에 놓기 위해 계간 ‘emotion’(이모션)이 창간됐다.
‘미술의 생활화’를 위해 탄생한 emotion은 계간지 형식이지만 단행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책은 미술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미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다. 이런 의도 역시 ‘미술의 생활화’를 위한 것이다. 미술 자체에 주목하다 보면 생활은 다시 배제되고 소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미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생활과 훨씬 가깝다. 엽서와 사진을 이야기하고, 미술시장의 현주소와 투자 가이드를 소개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해서 emotion이 실용적인 면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잡지답게 미술사를 언급하기도 하고 ‘옛 화가들이 사랑한 그림’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일반인이 모르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소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한 필진과 풍부한 도판이다. 미술 전문가뿐 아니라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등의 글이 이 책의 내용을 빛낸다. 여기에 동서고금을 망라한 도판들은 별 다른 설명 없이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과 교양을 선사한다.
emotion은 창간호의 스페셜 테마로 에로스를 선정했다. 잘 알다시피 에로스는 예술의 영원한 소재이자 화두다. 왜 예술가들이 에로스를 계속 이어오는지, 에로스가 과연 예술에서 어떤 기능을 하며 거기에 함축돼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창간호의 반 정도 분량을 에로스에 할애했다는 것만 봐도 예술에서 에로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대단한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창간호의 스페셜 테마 ‘미술, 에로스에 미치다’만 보아도 에로스에 관한 것을 대부분 섭렵할 수 있다. 물론 더 깊이 있고 전문적인 지식을 얻겠다는 것은 욕심이다. 다만 앞서 말한 에로스의 기능·의미 등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반 고흐를 이야기한 특별기획이다. 열정적인 삶과 작품, 자유분방한 표현, ‘광기의 화가’ 등으로 알려져 있는 반 고흐는 미술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알고 있을 만큼 그 영향력이 막강한 화가다. 그의 삶과 작품세계는 신비로움에 둘러싸여 있다. emotion은 다양한 필진의 글로 반 고흐의 삶과 작품세계를 들여다보았다. 반 고흐를 주제로 출간한 단행본 못지않게 입체적으로 다루었다.
emotion의 전기열 발행인은 ‘발행인의 편지’에서 “emotion은 일반인을 위한 미술 교양지를 지향”하며 “생활 속의 아트 매니저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emotion이 과연 우리 삶과 떨어져 있는 미술을 우리 곁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생태경제프로그램 시리즈
자연을 통해 경제를 가르치다
경제가 대단히 중요한 시대다. 어느 시대든 경제가 중요하지 않은 때는 없었겠지만, 외환위기를 겪고 중산층이 허물어져가며 돈의 힘이 위용을 뽐내는 자본주의가 농축돼가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그 무엇보다 경제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비단 돈과 관련해서만이 아니라 경제 개념을 알면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가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어릴 때 익힌 경제가 성장해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한다. 여러 단체에서 ‘어린이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앞 다퉈 마련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경제교육 서적이 헤아릴 수 없이 출간된 상태다. 레드오션이 되다시피한 어린이 경제교육 서적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콘텐츠, 더 기발한 아이템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생태경제프로그램’ 시리즈는 기존 어린이 경제교육 서적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생태경제프로그램’ 시리즈는 정확히 말해 어린이라기보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다. 단계별로 나눠 유아들이 동화를 읽으면서 자연과 대화하고 경제도 익히고 생태 환경도 익히는 일석다조를 꾀한다. 선인장과 철쭉의 대화, 죽은 참나무에서 자라는 표고버섯, 여러 모로 쓰임새가 많은 소나무를 내세워 유아들에게 경제를 교육한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물을 한 번에 듬뿍 먹고 저장해놓은 상태에서 조금씩 아껴 먹는 선인장의 습성을 통해 습득한 재화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여기에 철쭉꽃이 피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철쭉꽃이 피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은 단순히 생태 습성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경제활동과 접목시킨다.
절약과 재활용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아이들은 버는 일보다 쓰는 일에 더 익숙하므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듯하다. 게다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죽은 참나무에서 사는 표고버섯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죽은 생물도 쓸모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식이다.
물물교환, 분리수거, 절약, 심지어 기부문화까지 이 책은 두께는 얇지만 아이들에게 선사하는 선물의 부피는 꽤 크다.
|조재민 지음 CJM media 각 권 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