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넘어선 사르코지의 개혁정책… 국민지지율 높지만 야당 공세 거세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성범죄자 감시 감독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일하는 프랑스’를 내걸고 엘리제궁에 입성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저성장·고실업으로 대변되는 ‘프랑스병’을 뜯어고치기 위해 전방위 개혁에 나섰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몰고 온 개혁을 두고 프랑스 언론들은 ‘사르코노믹스(Sarkonomics)’라고 부른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감세를 통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강조하는 게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와 비슷하다는 말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불도저’ 스타일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샤를 드골 이후 반세기 만에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65%에 달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제1야당인 사회당 등이 9월부터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에 반대하는 본격적인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 때문에 100일을 넘어선 ‘사르코지식 개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외교는 성과, 정치·경제는 글쎄요?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 후 외교분야에서 가장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취임 직후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린 G8(선진 8개국) 정상회담에서 국제무대에 공식 데뷔한 이래 벨기에와 스페인, 알제리, 리비아, 세네갈, 가봉, 미국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특히 사르코지 대통령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과 달리 친미 실용주의 외교노선을 내세워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 배출, 유럽연합(EU) 개정조약 합의, 터키의 EU 가입 저지 등의 성과를 거뒀다. 수단 다르푸르 사태와 불가리아 간호사 석방 문제, 레바논 사태 등 각종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무엇보다 이라크전으로 소원해졌던 미국과 관계를 대폭 개선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달 초 부시 미국 대통령과 구운 옥수수와 햄버거를 곁들인 비공식 정상회담을 통해 이라크 사태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 이어 베르나르 쿠슈네 프랑스 외무장관을 이라크로 파견했다.
외신들은 쿠슈네의 이라크 방문이 사르코지 대통령이 미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프랑스로 복귀한 직후 진행된 점으로 미뤄 미국과 관계 개선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AP통신은 쿠슈네의 이번 방문은 다음 달 15일까지 미 의회에 이라크 상황에 대한 개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큰 힘을 주어 향후 사르코지와 부시의 밀월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사르코지의 외교 행보는 올 5월 취임 이후 밝힌 외교 기조인 국제외교 무대에서 프랑스의 역할 강화론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다. 각종 현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전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이라크전 불개입 정책 이후 급추락한 외교 무대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복원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제 개혁 법인인 ‘노동·고용·구매력에 관한 법안’은 지난 1일 상·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주 35시간 법정 근로 시간을 넘기는 시간외 근로수당에 대한 과세 면제, 초과 근로수당에 대한 사회보장세 면제, 부유세·상속·증여세 완화,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세액 공제, 직접세 부과 최고한도 인하 등의 내용으로 `감세를 통한 성장’이 요지다.
이 법안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감세안 도입으로 프랑스 국민들은 한 해 약 136억 유로(약 17조 원)를 되돌려받는 효과를 보지만 이는 고스란히 정부 부담으로 돌아간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110억 유로, 내년부터는 연간 130억 유로의 재정 부담을 더 지게 된다. 유로존 13개국이 도입한 ‘안정성장 협약’에 따라 당초 201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균형재정 목표를 2년 연장해 2012년까지 재정 안정을 이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야당 등은 나라 빚만 늘려 하는 ‘값비싼 개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부유세 감면 정책의 경우 평등을 지향해온 프랑스가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그 부담을 서민들에게 전가해 불평등을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같은 ‘사르코지 법안’은 현재 프랑스 헌법위원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위원회는 주택보유자에게도 주택대출이자 소득세 감면이 형평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이 때문에 35시간 초과근무 시간에 대한 조세 감면 등 조세 패키지 법안이 자초 위기에 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정치부문 개혁도 일단 요란하게 쏟아냈다. 지난달 14일 프랑스혁명 기념일에 사르코지 대통령은 제5공화국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관행으로 굳어진 TV 연설 대신 드골 전 대통령이 제5공화국 헌법의 골격을 제시한 북동부 에피날에서 대중 연설을 통해 대통령 권한과 책임 강화, 비례대표제 도입, 소수 정당의 역할 강화 등을 밝혔다. 정치개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이 같은 개혁 드라이브를 놓고 사르코지 대통령의 독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사르코지를 ‘차르코지’(전제군주를 뜻하는 ‘차르’와 ‘사르코지’의 합성어)라고 부르는 부류다.
부인 세실리아 ‘튀는 행보’ 구설
사르코지와 부인 세실리아는 엘리제궁에 입성한 이래 숱한 논란거리를 양산했다. 사르코지는 미국에서 보낸 2주간의 휴가 비용 4만4000유로(약 5500만 원)를 기업인들이 부담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르몽드는 사르코지가 휴가를 보낸 미 뉴햄프셔 주 울프보로의 고급 별장은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 프랑스’의 아녜스 크롬백 회장과 ‘프라다 프랑스’의 홍보담당 대표인 마틸드 아고스티넬리가 임대한 것이라고 19일 보도했다. 프라다 대표인 아고스티넬리는 사르코지의 부인 세실리아와 절친한 사이다. 프랑스 정부와 계약한 회사인 베올리아의 앙리 프로글리오 사장도 동행했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사회당은 “대통령이 사적인 휴가 비용을 기업체 관계자에게 대신 내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세실리아도 퍼스트레이디에 걸맞지 않는 튀는 행보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감기에 걸렸다며 미국과 프랑스 정상 간 오찬에 불참해놓고 다음 날 멀쩡한 모습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AFP통신은 “세실리아가 앓고 있는 병은 감기가 아니라 ‘외교 기피병’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꼬았다. 올 6월에는 G8 정상회담에서 딸의 생일을 핑계로 영부인들의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않았다. 혁명기념일에도 기념음악회 행사에 불참해 영부인이 참석하는 오랜 전통을 깼다. 세실리아의 이런 모습을 놓고 르몽드는 루이 16세의 악명 높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상케 하는 만평을 실었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내 유일한 근심거리는 세실리아”라고 기자들에게 털어 놓을 정도다.
<국제부|김주현 기자 aa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