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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평화로 가는 지름길

입력 2007.08.21 00:00

지구촌 테러·분쟁·전쟁은 뇌 속 정보가치체계의 충돌

[뇌이야기]뇌가 평화로 가는 지름길

아프가니스탄 땅에서 일어난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납치사태는 충격과 슬픔을 넘어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들의 무모한 행동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한 것인가. 비단 이번 납치사건뿐 아니라 지구상 곳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테러와 전쟁은 모두 그들의 뇌 속의 편협한 이념과 잘못된 종교적 가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 자체의 좋고 나쁨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뇌 속에 담긴 잘못된 정보가 그러한 사고와 행동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얼룩지게 하는 수많은 분쟁은 절대적 가치에 오르고자 하는 상대적 가치들 간의 경쟁의 결과다. 그 모든 가치가 ‘평화’를 표방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하나의 종교나 하나의 국가를 중심으로 한 평화는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로 중심이 다르기에 각자의 평화는 서로 갈등하고 싸우게 된다. 결국 뇌 속에 담긴 정보가 부딪히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영토분쟁과 이념의 충돌, 종교적 분쟁과 전쟁 역시 사람들의 뇌 속에 담긴 정보의 가치체계의 충돌에서 비롯한다.

우리의 뇌 속에 어떠한 정보를 담을 것인가. 어떠한 정보를 가질 때 비로소 개인뿐 아니라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움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시대인 만큼 우리의 의식도 그에 맞게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는 2001년 6월 서울에서 인류의 미래를 모색해보고자 ‘휴머니티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세계적인 석학들을 한자리에 초청했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인 한국에서 열려,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지구 환경운동을 오랫동안 펼쳐온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을 비롯하여 퓰리처상 심사위원장인 콜럼비아대 시모어 타핑 교수, 모리스 스트롱 전 유엔 사무차장, 인권운동가 와이엇 티 워커 목사, 인류학자 진 휴스턴 박사, 환경운동가 헤나 스트롱 여사 등이 모여 하나의 선언문을 채택하고 서명했다. 바로 ‘지구인선언문’이다. 6개 항으로 구성된 지구인선언문을 통해 ‘지구’라는 커다란 의미와 가치를 제시한 것이다.

‘지구’라는 가치는 ‘평화’로 가는 지름길

지구인이 된다는 것, 지구인으로서 지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류 문명의 지배적 세계관이었던 대립적인 이원론을 극복하는 것은 바로 ‘지구인’이라는 자각을 통해서 가능하다. 또 지금까지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민족·종교·사상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자각을 통해서다. 지금 여기에 살아 숨쉬는 자기 자신, 그리고 자기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의 근원이 하나고, 결국은 그것이 지구라는 사실을 앎으로써, 민족과 사상과 종교와 문화라는 인식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유지시킨다고 믿는 가치들을 절대시하고,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다투며 진정한 존재의 근원을 까맣게 잊고 살아간다. 태어나서 인생을 살아가며 형성된 수많은 정보 이전에 본래 인간이란 존재 자체에 담긴 질문은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이데올로기, 국가, 문화, 종교 등의 정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우리가 지구를 중심으로 한 큰 가치체계를 받아들이면, 그보다 작은 가치의 차이에서 오는 모든 갈등과 적대감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진정 지구인이라는 의식을 가질 때, 이념의 차이는 한 공동체 안에서 보여주는 사고의 다양성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의 차이는 채식주의자인지 그렇지 않은지의 차이보다 더 사소한 개인적 취향의 차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민족 간 문화의 차이는 갈등의 요인이 아닌 한 공동체가 가진 문화적 포용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지구를 모든 가치의 중심으로 보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바로 지구 평화로 가는 길의 가장 중요한 열쇠다.

민족, 종교, 이념이 중심이 되는 문명에서 지구가 중심이 되는 문명으로, 미국인, 한국인, 중국인, 유럽인이 사는 문명에서 지구인이 사는 문명으로, 기독교인, 불교인, 이슬람교인이 각자의 신을 섬기는 문명에서 모든 지구인이 자기 안의 신성을 찾는 문명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변화는 이 모든 변화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뇌교육을 통해 모든 인류가 공존하는 가치 전달

[뇌이야기]뇌가 평화로 가는 지름길

한국에서 시작한 뇌교육은 바로 누구나 가진 뇌를 통하여, 인류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평화적 가치를 실제적인 체험을 통해 자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 안에 모든 사람이 원하는 건강, 행복, 평화의 답이 있으며, 뇌를 활용함으로써 평화적 가치 회복과 창조적 잠재성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문명은 주로 기술적인 발전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것은 마치 결정적인 결함을 지닌 엔진을 그대로 둔 채, 연료만 다른 것으로 바꾸려는 것과 같다. 이제 밖이 아닌 안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문제점을 만들어낸 주체인 뇌 안에 그 해답도 존재한다.

이러한 기술과 교육을 보급하는 것은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온다. 사회 전체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도, 개인 스스로 변화를 통해 인류 사회 전체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면 아무리 필요한 변화라 해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누구나 가지고 있는 뇌를 통해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창조해갈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부터 한민족 전통의 단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바르게 숨쉬는 법을 전달하고, 국학을 통해 평화 공존의 중심 철학을 알려온 것도, 세계 각지에서 힐링 소사이어티 운동을 통해 깨달음의 실천적 행동을 펼쳐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깨달음의 자각과 실천, 평화로움의 체험과 창조적 에너지의 발현, 이 모든 것이 결국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뇌교육’을 통해 알리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천지인(天地人)의 삼원사상과 홍익인간(弘益人間)의 평화 공존이라는 선조들의 철학이 있다.

인간의 뇌 안에 건강, 행복, 평화의 해답이 있다. 깨달음의 자각도, 실천도 뇌를 통해 이루어진다. 누구나 가진 뇌를 통해, 지식 전달이 아닌 체험을 통해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져오는 한국의 뇌교육이 선진 미국의 교육현장에서 주목받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인간성 회복을 통한 평화 실현과 인간 두뇌의 무한한 창조성 발현이라는 인류 미래의 화두가 머지않아 뇌교육을 통해 이루어질 것임을 확신한다.

이승헌〈한국뇌과학연구원장·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