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디 워’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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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디 워’ 영화감독

입력 2007.08.14 00:00

8년 만에 세계 영화계 다시 ‘노크’

<일러스트 김영민>

그가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8년 만에 영화 ‘디 워’로 돌아온 ‘영화감독’ 심형래 말이다.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간혹 개그맨 심형래를 만날 수 있었지만, ‘개인기’와 연예가 뒷담으로 무장한 젊은 후배들에 밀려 그가 등장한 장면은 뭉텅뭉텅 잘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남은 장면에서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꺼내놓은 이야기들이 방송용으론 적합하지 않은 18禁 수위의 재담이었을 것이라는 것뿐이다. 영화감독으로서 그의 ‘능력’에 대해서도 기존의 한국영화계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충무로는 앞으로도, 영원히 그에게 적대적일까.

지난 8년간 한국영화계도 많이 변했다. ‘영구와 땡칠이’ 시절의 심형래 주연 영화들을 기억하며 B급 장르적 감수성으로 무장한 영화판 인사들과 평론가들이 ‘주류’에 진입한 지도 꽤 됐다. “한국 사람의 피는 AIDS에 오염되지 않아 깨끗하기 때문에” 한국으로 왔다는 드라큘라의 어처구니없어 보일 수도 있는 대사(‘영구와 땡칠이’)에 열광하던 그들도, 300억을 쏟아부은,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 규모의 이 B급영화엔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디 워’의 열광적 지지자들은 그런 평단 및 영화계의 반응에 불만을 쏟아낸다.

8년 전 ‘용가리’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기자를 만난 심 감독은 ‘A급 예산으로 만든 B급 영화’라는 항간의 비판에 대해 “굳이 큰 돈을 들여가며 우리가 영화를 찍은 이유는 ‘기술’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콘돌’과 ‘이무기’를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이무기’가 바로 ‘디 워’다. 8년 전 인터뷰를 통해 소망했던 ‘기술의 원시적 축적’이 이뤄졌는지는 미지수다.

혹자의 평대로 현재의 ‘디 워’ 논란은 황우석 줄기세포 논란의 축소판이다. 문제는 줄기세포나 영화 ‘디 워’ 자체가 아니라 산업논리와 결합된 애국주의라는, 정치적인 데 있다. 신정아씨의 예일대 학력조작 논란의 곁다리로 심 감독의 학력조작 논란도 터져나왔다. 심 감독은 회사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시기적 문제’와 관련하여 지지자들 사이에서 음모론이 나오는 것 역시 닮은꼴이다. 국민의 정부가 그에게 부여한 ‘신지식인’이라는 타이틀도 돌이켜놓고 보면 상징조작을 위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선전)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영화사나 심 감독은 그런 논란구도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영화 ‘디 워’의 절정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웅장한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깔면서 용으로 변한 착한 이무기가 승천한 뒤, 크레디트에 앞서 나오는 장면은 심형래의 인생역전을 담은 짧은 에필로그다. ‘디 워’를 반드시 성공시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되겠단다. ‘디 워’가 그의 바람대로 국위선양할지는 미지수지만, 풍차에 돌진하는 돈키호테마냥 심 감독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무운을 빈다.

<정용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