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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캠퍼스

입력 2007.07.03 00:00

70년대 캠퍼스

유신·긴조시대, 그들의 숭고한 외침이 있었다

[BOOK]70년대 캠퍼스

우리는 지금 정치·경제·사회문제에 대해 거리낌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기업가는 물론,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에게 마음 놓고 독설을 쏟아내며 심지어 욕설까지 내뱉기도 한다. 정책에 대해서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신랄하게 비판할 수도 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엄두도 낼 수 없었던 행동이다. 비록 구체적인 생활 속 민주화는 아직 불충분하지만 적어도 언행에서만큼은 굉장히 자유로워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민주화는 경제 성장만큼이나 매우 숨 가쁘게 진행돼왔다. 짧은 시간 안에 이처럼 말과 행동이 홀가분해진 것은 분명 놀라운 성과다. 민주화를 열망하는 이 나라 민중의 치열한 투쟁과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치열한 투쟁과 희생의 중심에는 늘 학생들이 있었다.

4·19혁명부터 시작해 1965년 한일협정 반대 시위, 1987년 6월항쟁 등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화의 열기가 훨훨 타올랐던 굵직한 현장에는 항상 학생들이 가운데에 서 있었다. 물론 일반 시민들의 힘을 결코 간과할 수는 없지만 민주화를 주도하고 현장에서 선봉에 선 세력은 학생들이었다.

1987년 6월항쟁의 20주년이 되는 올해, 여러 매체에서 20년 전 그때를 되돌아보고 있다. 20년 전의 뜨거운 함성을 가슴 벅차게 전해주는 서적도 다수 출간된다. 그러나 6월항쟁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1970년대 학생운동을 조명한 책은 전무하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이 아쉬움을 달래줄 책이 출간됐다. 1970년대 학생운동을 서술한 ‘70년대 캠퍼스’가 그것이다. 본지(뉴스메이커)에 1년 6개월 동안 연재했던 기획시리즈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지난 25년간의 역사를 정리한 ‘자연의 친구들 1, 2’를 펴낸 바 있는 신동호 경향신문 NIE연구소장이 또 한 번 큰일을 해냈다.

6월항쟁의 밑거름이 됐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 책은 전사(前史)가 된다. 그리고 1970년대 학생운동을 포괄적으로 서술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전사(全史)가 된다. 당시 학생운동에 대한 마땅한 자료와 기록이 거의 없는 현실을 이기고 정리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은 더욱 값지다. 당시의 자료와 기록이 전무하다시피 한 까닭은 엄혹한 유신체제였고 듣기만 해도 살벌한 긴급조치시대였기 때문이다. 체제에 대해 단 한 마디라도 언급하는 것은 물론, 체제에 반대하는 기록을 하거나, 기록을 소지하는 것조차도 ‘조치 위반’에 해당돼 ‘엄벌’에 처했던 당시, 자료와 기록이 없다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정리는 곧 당시의 기록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을 보다 보면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의 민주화 열망을 얼마나 참혹하게 짓밟았는지 똑똑히 알 수 있다.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았지만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외침과 희생정신은 계속 들끓었다. 서슬 퍼런 시대에도 끊이지 않았던 그들의 외침과 희생, 끈기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당시를 ‘박정희 정권 대 학생운동’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박정희 정권이 제일 무서워했던 세력이 학생운동 세력이었으며 학생운동 세력은 박정희 정권에 내내 저항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시절 여섯 차례 군을 동원한 일(계엄령 세 번, 위수령 세 번) 중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다섯 차례가 모두 학생운동이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박 대통령이 학생운동을 얼마나 경계했는지 대변한다.

저자는 “학생운동이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동인이었으며 그 인과관계가 지금의 정치·사회 현실에도 여전히 강력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탐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 기초가 되는 기록조차 남기지 못했다”며 “이 책은 미완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비록 저자 스스로 ‘미완의 기록’이라고 했지만 이 책은 1970년대 긴급조치시대 학생운동을 연구하는 데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박원순 변호사의 말마따나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어 할 일이 없는 세대가 오히려 불행한” 요즘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난날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몸 바쳐 헌신한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갖게 한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브레이크 없는 문화

풍족해진 인류, 왜 시름시름 앓고 있는가?

[BOOK]70년대 캠퍼스

지난 20세기 100년간 인류는 어마어마하게 발전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전 인류는 부유하고 풍족해졌다. 물론 아직도 많은 국가와 사람들이 가난에 허덕이며 기아에 시달리고 병들어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인류 전체적으로 봤을 때 풍요로워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인류가 왜 시름시름 앓고 있는가. 무슨 까닭으로 인류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는가. 지금 인류는 곳곳에서 버젓이 폭력과 악을 자행하고 있다. 야만주의가 팽배해 있다. 테어도르 데일림플의 ‘브레이크 없는 문화’는 인류의 정신적 타락이 어디서 연유했는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파고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통찰력과 비판정신이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야만과 악을 억제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이를 조장하고 고무했다고 주장한다. 그 선봉에 선 사람들은 지식인들과 문화엘리트들이다. 양심을 지키고 고급 문화를 생산하는 데 힘써야 할 그들이 부와 명성을 얻기 위해 대중에 영합해 비속성과 타락을 이끌었으며 심지어 찬미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는 예술적 측면, 정치적·사회적 측면에서 다양한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증명한다.

문학과 회화작품을 예로 들며 문화와 예술이 어떻게 타락해왔는지 뚜렷하게 보여준 저자는 정치적·사회적 측면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대목에 이르러 비판의 칼날을 더욱 곧추세운다. 저자가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점점 더 비대해지는 관료주의다. 관료주의가 무능한 공무원을 양산해냈으며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인 인간을 ‘사회구조의 노예’로 전락시켰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인간을 ‘사회구조의 노예’로 보는 저자의 시각은 꽤 독특하다. 얼핏 진부한 견해 같지만 차근차근 뜯어보면 꽤 독특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 현실문제에 가로막혀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거나 실의에 빠져 있다. 많은 사람은 그의 불행을 이 사회의 잘못된 구조 탓이라고 말한다. 혹은 심한 우울증 환자로 간주하기도 한다. 저자는 바로 이 같은 해석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이는 그 사람을 자기 삶의 주인이 되게끔 이끌어주기는커녕 아예 사회구조나 상황의 노예로 치부해버림으로써 그에게서 주체적인 힘을 없애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길러주는 힘, 그리하여 인류를 물질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풍요롭게 만드는 힘, 그 힘은 고급 문화에서 나온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지식인들과 문화엘리트들은 고급 문화를 창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

|테어도르 데일림플 지음·채계병 옮김·이카루스미디어·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