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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입력 2007.06.12 00:00

‘언론개혁’ 첨병에 선 ‘충성심’

[1000자 인물비평]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그는 지난 5월 31일 “나는 (언론말살의) 간신이 아니라 (언론개혁의) 사육신”이라는 요지로 말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하는 사람을 통칭,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기는 간신”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대꾸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심(盧心·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에 가장 밝은 사람은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고 노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강한 사람은 양정철 비서관”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기자실 통·폐합은 ‘노무현 대통령의 뒤틀린 언론관에서 비롯됐다”는 언론의 비판에 충성심 강한 양정철 비서관이 참을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종종 언론개혁과 ‘언론 자유창달과 선진화’에 대한 투철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비판할 때도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는 ‘기교’를 발휘했을 정도였다. 그는 2005년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사학법 개정반대 장외투쟁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가출했다”라고 비판하면서 “조선·동아일보는 왜 (가출을) 말리지 않느냐”고 비판할 정도였다.

그는 사실 노 대통령의 언론관과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생각은 언론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던 기자협회보 기자시절에 굳어진 것처럼 보인다. 우신고 1년 선배인 고진화 의원(한나라당)은 “양 비서관이 기자협회보 기자시절에 몇 차례 만났다”고 전제하고 “그 당시에도 언론개혁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언론현장에서 언론개혁을 외쳤던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노무현 캠프 언저리에서 언론보좌역을 맡은 게 인연이 되어 공무원으로 승승장구했다. 양 비서관의 이력에서 언론개혁이 그의 소명의식으로 체질화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가 개혁적 성향을 갖게 된 데는 그의 스승 김진경씨의 역할이 컸다. 재야단체에서 시인으로 꽤 이름이 높은 김진경씨는 한때 우신고 국어교사를 했다. 양 비서관은 김진경씨에 대해 “우리 사회와 조국에 눈을 뜨게 해줬다”면서 “인생항로를 바뀌게 한 은사”라고 감사를 표시한 일이 있다. 김진경씨도 양 비서관보다 조금 뒤에 청와대에 입성,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냈다. 이 때문에 스승과 제자가 동시에 청와대 비서관을 맡는 보기드문 일이 벌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진화 의원도 한 사석에서 “김 선생님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없다”면서 “고교재학 시절에 많은 학생들이 김진경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물러난 김진경씨는 전화통화에서 “지난 일을 얘기해서 뭐 하느냐”고 말을 아끼면서도 “양 비서관은 학창시절엔 매우 적극적인 학생이었고 청와대 시절에 진지한 자세로 업무에 임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가정을 전제로 한 의문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양 비서관이 언론의 자유와 개혁을 외치던 언론기자협회보 기자였다면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어떤 논조의 글을 썼을지가 궁금한 것은 왜일까.

<김경은 기자 jjj@kyungha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