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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입력 2007.05.29 00:00

등대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BOOK]등대

등대의 이미지는 낭만적이다. 조용하고 아늑하고 영원하고…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는 영원히 나만의 시·공간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세상에 찌든 사람은 이따금 홀로 등대를 찾아가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다 떨쳐버리고 ‘등대지기’를 하고 싶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이제 모두 버려야 할 듯하다. 등대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본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심적으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무작정 세상사가 힘들어 휴식을 취할 마음으로 찾을 곳은 아니다. ‘쿠오바디스’의 작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명작 단편소설 ‘등대지기’를 읽고 품었던 아름답고도 숭고한 마음을 모두 믿어서는 곤란하다.

‘등대지기’란 말도 잘못됐다. 이 말은 “1920년대에 식민지 시대의 애잔한 취향이 빚어낸 신조어일 뿐”이다. ‘항로표지원’ ‘등대원’이 바른 표현이다. 등대원들도 ‘등대지기’란 말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우리 문화재에 대해 실증적이고 역사적인 연구에 중점을 두는 주강현 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이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등대를 일일이 찾았다. 그 가운데 40개 등대의 연혁, 건축미, 역할 등 등대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 책을 펴냈다. 책에 실린 사진도 다 저자가 직접 찍은 것이다. 우리나라 등대 보고서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는 지금으로부터 꼭 104년 전인 1903년 일본인 이시바시가 설계한 인천 팔미도 등대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금방 알아챘겠지만 우리나라 등대는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등대가 바닷길을 안전하게 안내한 배는 우리의 선량한 배가 아니라 우리를 침략한 일제의 배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나라 등대는 처음에 ‘제국의 불빛’으로 작동한 것이다.

이 같은 속사정을 알고 나면 낭만이 아니라 아픔을 먼저 느껴야 옳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우리나라의 오래된 등대는 대한제국 초기와 일제 강점기의 험난한 여정과 고통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제 와서 등대에 묻어 있는 낭만이미지를 깨끗이 씻어내기는 무리다. 그렇지만 등대를 바라보고 동요 ‘등대지기’를 흥얼거리며 오로지 낭만만 외치지는 말아야겠다.

등대원 역시 갈 데 없는 외로운 노인이거나 세상사를 잊기 위해 숨어 사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나라 등대원들은 3명이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는 엄연한 공무원이다. 그들은 아이들 학교문제를 걱정하고 아내의 눈치를 보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등대에 오래 있으면 본성을 잃어버리지요. 어쩌다 집에 가서 문서를 그려보려고 해도 잘 되지가 않아요. 상말로 병신 다 되는거죠.” 한 등대원의 하소연을 듣고 나면 더 이상 등대원을 동경하지 못할지 모른다.

주강현 글·사진 생각의나무 2만7000원

주강현 글·사진 생각의나무 2만7000원

그렇다고 해서 등대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출발이야 어쨌든, 지금 등대는 우리의 배를 안전하게 인도하고 있다. 건축의 품격을 높이는 등대도 많으며 전할 만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등대도 많다. 기술적 측면에서나 건축 설계적 측면에서 등대는 언제나 최첨단을 달렸다. 삼면 바다에 흩어져 있는 등대를 여행하는 것은 우리의 해양문화유산을 답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자는 등대를 찾아 떠나는 우리의 시·공간 여행을 안내한다.

“등대를 여행하는 법의 요체는 바로 ‘자본의 시간’이 아닌 ‘자연의 시간’으로 몰입하는 데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책 말미에 등대를 여행할 때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을 간략하게 전한다. ‘물 한 모금 달라’고 하지 말 것, 등대에서 하룻밤 잔다면 먹을거리는 자신이 꼭 챙겨갈 것, 등대에서 정해준 노선과 돌담의 경계를 지킬 것 등이다. 등대에서는 물과 먹을거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안전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한국의 1인 주식회사

자기분야서 최고경영자가 되라!

[BOOK]등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더욱이 이제는 직장도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 정년이 단축돼 자녀 교육비가 한창 투입될 나이에 덜컥 직장을 잃고 만다. 그나마 정년을 꽉 채우는 사람도 많지 않다. 노후를 생각한다면 직장생활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는 저자는 40대 이후 인생을 더욱 알차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부분적으로 본지(뉴스메이커)에도 연재했던 이 책의 핵심은 ‘1인 기업가’가 되라는 것.
‘1인 기업가’ ‘1인 주식회사’란 말 그대로 혼자 경영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을 한 기업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경영자가 되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맨 먼저 “준비한 후 실행하라”고 말한다. 이 일은 아주 평범하지만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먹여살려야 할 가족이 있는데 어떻게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 수 있냐고 많은 사람이 호소할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가족을 오랫동안, 그리고 풍족하게 먹여살리기 위해 ‘1인 기업가’가 되라는 것이다.

준비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나만의 콘텐츠’는 멀리 있지 않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과 관련해 정보를 얻고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저자는 시간과 기회를 잘 활용하면 ‘나만의 콘텐츠’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공병호연구소의 공병호 소장, 구본형변화연구소의 구본형 소장 등 유명한 ‘1인 기업가’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된다. 과학계에서 일하며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과학을 쉽게 풀어 설명함으로써 ‘과학대중화’의 길을 연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 이인식 소장, 직장에서 인사담당업무를 맡다 진로상담 분야 전문가로 성공한 하영목 스타코칭 대표, 취미인 영화감상을 활용해 ‘디지털문화콘텐츠 전문가’라는 직업을 만든 서명석씨 등 이 책에는 평범한 직장인이 모델로 삼을 만한 ‘1인 기업가’가 수두룩하다.

30, 40대 직장인인 당신… 5년 후가 불안한가. 40, 50대 직장인인 당신… 아직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어 앞으로 교육시킬 일이 까마득한가. 그렇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아도 좋을 듯하다.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효찬 지음·한국경제신문·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