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인물 소설
클라우디우스와 흥선 대원군
우리나라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의 위력은 대단한가보다. 지난 10여 년간 1년에 한 권씩 출간될 때마다 어김없이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던 ‘로마인 이야기’가 완간되면서 기다렸다는 듯 고대 로마제국과 관련한 책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얼마 전 존 노리치의 ‘비잔티움 연대기’(남경태 옮김, 바다출판사)가 번역, 출간되더니 이번에는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오준호 옮김, 민음사, 전 3권)와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이재형 옮김, 예담, 전 5권)가 번역, 소개됐다.
이번에 출간된 두 작품은 로마의 역사적인 인물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로마제국을 이야기할 때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로마제국에 워낙 특이한 인물이 많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의 체제와 행정 등에도 뛰어난 대목이 많지만 당시 황제를 비롯해 인물 위주로 기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흥미 면에서도 인물 이야기가 더욱 끌리는 것도 한 요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 제목 역시 ‘로마인 이야기’가 아닌가.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 역사가인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는 눈치챘겠지만 로마황제 클라우디우스에 관한 작품이다. “내 이름은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드루수스 네로 게르마니쿠스다”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대다수 역사소설이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직접 나서 본인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재위에 오르기 전 말더듬이에 절름발이였던 그는 로마 황실의 수치였다. ‘바보 클라우디우스’라고 불린 건 그나마 양반이었다. 클라우디우스는 온갖 악담과 천시, 모욕적 언사에 시달렸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불쌍한 클라우디우스 삼촌’이 가장 우호적인 표현일 정도였다.
하지만 황제에 오르고 나서 그는 180도 달라진다. 사법제도를 개혁했고 ‘야만인의 땅’ 갈리아지역의 도시화를 추진했으며 로마의 경제 성장을 위해 여러 모로 애썼다. 황권 강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권력투쟁으로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을 만큼 시끄러웠던 황실의 안정화를 꾀했다.
황제가 되기 전 클라우디우스의 행동은 일종의 ‘쇼’였던 셈이다. 정적을 무참히 살해하고 황권과 관련된 인물은 모두 처형 혹은 유배당하던 시절, 그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의 눈을 속였던 것이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이 했던 것과 같다. 작가는 황제자리에 오르기 전 클라우디우스의 삶을 황제의 입을 빌려 ‘황홀한 시련’이라고 표현한다. 클라우디우스는 시련을 즐기며 남몰래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는 황제에 국한하지 않았다. 로마 인물 중 로마사에서 기억해야 할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갈로의 눈에 들어온 인물은 로마제국 노예들의 우상이자 자유를 위한 투쟁의 상징인 스파르타쿠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유명한 네로, 대(對) 유대전쟁을 이끌고 예루살렘을 정복한 티투스, 그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콘스탄티누스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콘스탄티누스에 관한 작품은 올해 안에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많은 작가가 로마인과 로마제국에 주목하는 까닭, 독자들이 거기에 빠져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로마사와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현대를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의 정치판, 사회현상과 문제는 오늘날의 상황에 대입해도 크게 무리 없을 정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점이 작가와 독자의 시선을 끄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파란만장하고 기이한 인생을 산 인물의 일대기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는 없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경제의 최전선을 가다
경제가 좋아지면 우린 행복해질까?
지난해 초 골드만삭스는 2025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50년에는 일본마저 제쳐 세계 2위로 올라선다는 것이었다. 골드만삭스가 이같이 전망한 근거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높은 반면 인구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에서 경제를 빼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양적 성장이 꼭 질적 성장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당장 지금을 예로 들어보자. 여기저기서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연일 치솟는 주가지수는 자고 일어나면 최고치를 깨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피부로 직접 느끼는 경제 사정이 과연 나아졌는가. 서민들은 먹고살기조차 버겁다고 한탄한다. 실업률이 줄어든다는 뉴스도 허점이 많다. 이는 30~40대 비정규직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줄고 청년실업은 증가한다. 심지어 취업을 포기하겠다는 젊은층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경제가 좋아져도 구성원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구성원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행복경제학’이 그래서 중요하다. 경제경영서 저자들의 모임이 펴낸 ‘경제의 최전선을 가다’는 행복경제학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변화무쌍한 미래사회에 올바로 적응하고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가 변화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점을 제대로 짚는다.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착한다면 저자들의 분석과 설명, 가르침이 쓸모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래에 경쟁력을 갖추고 싶다면, 그 방법과 방향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경제학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설명하는 데 있지 않다. 저자 대표는 머리말에서 “다양한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여러 현상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전망을 해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힌다. 다시 말해 경제 지식이나 정보를 알려주기보다는 세상을 이해하는 시각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점이 다른 수많은 경제 관련 서적과 이 책이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개인, 기업, 국가, 산업, 네 가지 범주로 나눠 25명의 저자가 최근 우리나라와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 26가지를 살펴보는 이 책은 ‘생존’보다는 ‘행복’과 관련이 깊다.
|경제경영서 저자들의 모임 엮음·리더스북·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