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문학 고딕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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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문학 고딕총서

입력 2007.05.15 00:00

기담문학 고딕총서

거장들이 풀어내는 ‘귀신 이야기’

[BOOK]기담문학 고딕총서

소름이 오소소 돋는 ‘귀신 이야기’를 듣고 보고 나누는 것은 한여름 무더위를 잊는 방법 중 하나다. 삼복더위 기간에 각 방송사에서 ‘납량특집’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편성하는 것도,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다수 상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록 방송이나 영화처럼 대목을 만난 듯 한꺼번에 쏟아내지는 않지만 출판가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덧 ‘귀신 이야기’철이 온 것일까. 출판사 ‘생각의나무’에서 ‘기담문학 고딕총서’ 시리즈를 출간하기 시작했다. ‘제철’을 감안하자면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문학’이라는 테두리에서 놓고 보면 시류를 초월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꽤 매력적이다.

1차분으로 출간한 세 권은 하나같이 거장들의 작품이다. 첫째 권은 일본 기담·환상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라프카디오 헌의 ‘괴담’이며 둘째 권은 에드거 앨런 포의 ‘붉은 죽음의 가면’, 셋째 권은 러시아문학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의 ‘오월의 밤’이다. 낯선 작가들의 현란하고 기기묘묘한 작품들과 비교할 때 이 세 권은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 만하다.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등으로 친숙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집을 제외하고 다른 두 권은 대가들의 작품집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낯익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고골의 ‘오월의 밤’에 수록돼 있는 작품은 대부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번역·소개되는 것이다. 헌의 작품들 또한 많은 사람이 자주 접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에 출간한 세 권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헌의 작품은 주로 귀신·요괴 이야기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귀신·요괴는 하는 행동이 흉악해 사람들에게 위협을 주지만 본질적으로는 결코 악한 존재가 아니다. 작품 속 귀신·요괴는 원한에 사무쳐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떠돌거나 풀지 못한 사연이 있어 스스로 괴로워한다. 이들의 원한과 사연을 풀어주는 인물로 스님이 등장한다. 스님은 귀신·요괴의 원한을 풀어주고 그들을 비로소 저승으로 보낸다.

이쯤 되면 헌의 작품들이 우리의 옛날이야기와 흡사한 내용과 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눈치챌 것이다. 이같은 내용과 구조는 ‘전설의 고향’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것이다. 헌의 작품은 대다수 일본의 민담에서 따왔다. 불교문화권에 속하는 이웃나라의 전래 이야기는 비슷할 수밖에 없는 법. 우리의 ‘전설의 고향’, 일본의 민담, 중국의 ‘서유기’에서 볼 수 있는 귀신·요괴가 다르면서도 비슷한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들 세 나라의 전설·민담 등은 단순한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본성을 탐구한다.

헌은 원래 일본 사람이 아니다. 1850년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그리스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순수 서양인’인 그는 일본에 매료돼 1895년 고이즈미 야쿠모라는 이름으로 귀화, 일본인이 되었다. 그는 ‘일본 메이지 시대 최고의 원령 이야기 수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대표작들을 모아 수록한 ‘괴담’ 역시 ‘일본 역사상 가장 기괴한 요괴 이야기’이다.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해서는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을 듯하다. 그만큼 포의 명성은 오래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자자하다.

이번 시리즈에서 주목할 책은 고골의 작품집이다. ‘위대한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골은 ‘검찰관’ ‘외투’ ‘죽은 혼’ 등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다. 고골은 러시아의 설화·민요·민간신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우크라이나의 민담과 설화에서 영향을 받아 펴낸 작품집 ‘지칸카 근교의 야화’와 ‘미르고로드’에 수록돼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엮은 ‘오월의 밤’은 우크라이나의 전통과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정서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귀신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훌륭하게 승화해낸 ‘기담문학 고딕총서’는 고전과 귀신 이야기를 함께 즐기는 데 안성맞춤이다. 워싱턴 어빙, 기 드 모파상 등 쟁쟁한 작가의 작품들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사이버 병동 에필리아 24시

간질, 희귀병도 난치병도 아니다

[BOOK]기담문학 고딕총서

책 제목만 봐선 단순한 의학서적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게다가 전문 의료기관이 아닌 온라인에서 동호회 성격으로 활동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뇌 안의 폭풍 간질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보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간질’이라는 용어에 얼핏 눈살을 찌푸렸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간질에 대해 대단히 오해하고 있거나 고정관념에 푹 빠져 있는 것이 틀림없다. 간질은 많은 사람이 ‘지랄병’으로 착각하고 있듯 혐오스러운 병도 아니고 극히 소수만 앓고 있는 희귀병도 아니며 평생 치료할 수 없는 난치병도 아니다. 간질에 대한 지나친 오해를 바로잡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이다.
물론 이 책은 간질의 발병 원인과 치료, 올바른 재활방법 등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은 사실 병원에서 전문적으로 할 일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아마추어들이 모여 경험담을 소개하고 아픔을 나누는 데 그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 책은 이상건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이일근 건국대병원 교수, 김기중 서울대병원 소아과 교수 등 간질에 관한 한 명망 있는 의사들이 모여 집필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간질에 대한 병적 접근보다 간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교정하는 데 더 큰 가치가 있어 보인다.

간질은 매우 오래된 병이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인구 대비 0.5~1%의 유병률)이며 치료가 상당히 잘 되는 병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간질을 희귀병·난치병으로 알고 있는 것일까. 이는 발작 증세와 관련이 깊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쓰러진다든지, 입에 거품을 물고 흐느적거리는 것과 같은 발작 증세 때문에 모든 사람이 간질을 기피하는 병으로 낙인찍은 듯하다. 하지만 이 같은 증세가 뇌의 정상적인 전기현상의 순간적인 교란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안다면 간질에 대한 선입견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간질이 유전된다는 인식, ‘나는 아니겠지’ 하는 안심도 잘못된 것이다. 유전적 경향이 있는 간질은 매우 드물며 설사 이러한 경향이 있더라도 자녀에게 나타날 확률은 미비하다. 간질은 또한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병이다. 약물치료만으로도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으며 물론 임신도 가능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혹시 주위에서 간질 때문에 ‘왕따’당하는 사람이 있는지 둘러봤으면 한다. 그들을 기피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으로 대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 책과 저자들은 매우 흡족해할 것이다.

‘에필리아’는 간질 치료를 전문적으로 해온 신경과와 소아과 간질 전문의들이 모여 운영하는 웹사이트(www.epilia.net)다.
| 이상건 외 지음·CIR·1만8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