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통해 스스로 건강·행복·평화를 창조하는 교육 필요
최근 전 세계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든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사실 미국의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총기사건이 일어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간의 순간적인 흥분과 발작으로 일어난 일은 그렇게 큰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이번 사건이 더 크게 문제가 되고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진행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뇌를 잘못 썼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더구나 지성인을 길러내는 최고의 학문기관인 대학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음을 의미한다.
인간성 파괴 현상은 사회적 책임
종교적인 분쟁도, 정치적 이해관계도 없는 상아탑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오로지 한 개인의 세상에 대한 증오심과 분노로 발생한 참극이었다. 만약 그의 손에 가공할 무기가 있었다면 더 큰 유혈사태가 일어났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 학생의 가슴속에 인간적인 사랑이나 세상에 대한 감사함이 존재하지 않고, 이 세상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그는 사람으로서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고 말았다. 배는 배가 가는 수로가 있고, 비행기는 비행기가 가는 항로가 있듯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사람으로서 가야 할 길이 있다. 사람이 삶의 목적을 상실해버리면 사람의 길을 잃어버린다.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 인간성이 상실된 사회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의 문제나, 한국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가정해체, 사회폭력, 전쟁과 테러, 기아와 빈곤, 환경오염과 기상재해, 이 모든 것이 인간성 상실이 낳은 현상이다. 문제는 그 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파급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파괴적이라는 것이다.
이 모두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책임이다. 국가, 사회, 학교, 가정 모두의 책임이다.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해결할 힘이 있다는 의미다. 무엇이 근본원인인지를 알아야 한다. 사람은 교육을 통해서 성장하며, 좋은 정보는 좋은 뇌를 만들고, 나쁜 정보는 나쁜 뇌를 만든다. 교육이라는 단어 속에는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 등 모든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교육이 추구하고 전달하는 것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살피고, 교육철학, 교육과정, 교육내용, 교육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의 근본적인 변화가 와야 한다. 현재의 교육은 인간의 실체를 알려주고 체험하게 하는 교육, 인간의 뇌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제도적 혹은 지식 차원에서 접근해 왔지만, 이제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우리 자신으로부터, 더 정확하게는 인간의 뇌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 인간의 뇌에 담긴 파괴적이고 부정적 정보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버지니아공대 사건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고민해온 미국의 교육계에 많은 자성이 일고 있다. 그래서 ‘뇌’의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뇌교육을 학교의 정규교과목으로 채택하는 학교가 늘고 있고, 올해 안으로 300개의 학교가 이를 채택할 예정이다. 인성과 자신감, 학습능력, 체력향상과 삶의 비전 설정 등에서 뇌교육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시작된 뇌교육은 체험을 통해서 스스로 더 좋은 것을 선택하는 힘을 기르고, 스스로 미래를 밝은 방향으로 창조하도록 한다.
뇌교육은 체험적 교육철학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뇌가 필요하다. 뇌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고,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모든 답은 뇌에 있다. 뇌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통해 뇌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뇌를 올바로 운영할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학교에서도 지식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뇌를 잘 쓰는 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뇌기능을 깨우는 칭찬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공부 잘하는 5%의 학생만이 아니라 나머지 95%를 위한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는 모든 아이를 스타로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어떤 한 분야에서는 그 아이가 인기를 끌도록 선생님이 도와주어야 한다. 개개인이 가진 뇌의 재능을 일깨우는 것이 바로 선생님의 사명이기 때문이며, 자신감이 어린 뇌에 미치는 영향이 더없이 크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작은 상장 하나가 95%의 아이들에게는 평생 힘이 된다. 아이들 앞에서 칭찬할 거리가 없으면 조용히 불러서 “너는 관상을 보니 나중에 크게 되겠다”는 말이라도 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푸시업을 시켜서 자세가 좋으면 칭찬해 주고, 50개를 하라고 하고, 그것을 잘 해내면 상이나 인증서를 만들어주며, 물구나무를 서보게 하고, 어깨의 힘과 몸의 균형이 잡히면 그대로 걸어보게도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HSP12단이라고 이름 붙여 푸시업에서 물구나무서서 50걸음 걷기까지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12단계로 만들었는데, 이것을 통과하는 데 성인의 경우에는 1~2년, 아이들은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만약 이를 졸업인증제도로 정착시키면, 아이들이 감기나 잔병치레를 하지 않고 체력이 튼튼해지고, 인성이 좋아져 자신감 넘치는 활기찬 학교가 될 것이다. 나는 이런 모델 학교가 나왔으면 한다. 몸을 통해 뇌기능을 향상시키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뇌교육이다.
뇌교육은 뇌가 가진 참된 가치를 자각하고, 뇌를 어떻게 활용하고 개발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체험적 교육방법이자 교육철학이다. 선진국에서의 뇌기반교육, 뇌기반학습과는 달리, 뇌교육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의 평화공존 철학을 바탕에 두고 21세기 인류과학이 밝혀내고 있는 뇌의 다양한 교육적 가치들을 접목한 한국의 독창적인 교육방법론이다.
뇌교육은 특히 체험을 중요시한다. 뇌교육이 서구 교육현장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러한 체험적 방법을 통해 실질적인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것보다 경험으로 얻는 체험적 정보를 더 오래, 더 깊이 기억한다. 인류과학이 밝혀낸 연구결과를 적극적으로 교육에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뇌교육의 목적은 뇌를 잘 알고 잘 쓰는 것이다. 뇌가 가진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인간성을 회복하는 시작과 끝은 바로 인간의 마음에 있다. 마음을 잘 쓰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마음이 일어나는 뇌를 알아야 한다. 뇌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인식할 때 교육의 새로운 변화도 시작될 것이다.
이승헌〈한국뇌과학연구원 원장·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