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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살어리랏다

입력 2007.04.24 00:00

한옥에 살어리랏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집, 한옥

새로운 한옥을 위한 건축인 모임 지음·돌베개·2만8000원

새로운 한옥을 위한 건축인 모임 지음·돌베개·2만8000원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우리의 전통 주거양식인 한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삽시간에 사라진 것일까. 대다수 사람이 고속 압축성장에 발맞춰 아파트를 비롯한 현대 주택이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한옥이 현대적으로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한옥이 현대 생활을 하는 데 불편했기 때문에 사라진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적으로 변화하면 그게 무슨 한옥이냐고 대꾸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굉장한 오해다. 한옥이라고 해서 꼭 안채와 사랑채, 살림채와 행랑채로 나뉘어야 하며 온돌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한옥은 조선시대의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위생적인 난방시설인 온돌이 보급된 것도 17세기께였다.

고려시대의 한옥은 조선시대의 한옥과 다르다. 고려시대 상류층은 신을 신고 방에 들어갔고 의자에 앉아 생활했으며 침상에서 잠을 잤다. 그렇다고 해서 고려시대의 주택을 한옥이 아니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의 아파트나 빌라도 한옥이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또 말할지 모른다. 이는 지나친 비약이다. 아파트와 빌라는 서구의 건축양식이 들어온 것이다. 게다가 한옥이라 이름 붙이려면 무엇보다 마당이 있어야 하는데 아파트와 빌라는 그것이 없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한옥을 “여유가 있는 집”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집” “비울수록 채워지고 나눌수록 커지는 집”이라고 정의한다.

한옥을 사랑하고 한옥 지킴이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한옥을 위한 건축인 모임’이 펴낸 책 ‘한옥에 살어리랏다’는 오늘날 한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비록 한옥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서울 북촌이나 전주 한옥마을처럼 한옥이 새롭게 태어나는 곳이 있어 위안이 된다. 이 책은 이들 마을의 한옥을 어떻게 개조했으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심정과 삶이 어떤지 사진과 글로 생생히 증언한다.

[BOOK]한옥에 살어리랏다

서울 북촌의 진원당처럼 마루에 소파를 놓고 안채에 침대를 놓아도 무방하다. 한상훈 가옥에서는 나무를 포함해 전통적인 재료로 개조한 욕실이 눈에 띈다. 한옥 개조는 비단 개인주택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서울 혜화동사무소처럼 공공기관을 한옥으로 탈바꿈시킨 곳도 있으며 e믿음치과처럼 병원을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한옥으로 변모시킨 곳도 있다.

이상해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 책을 “자신이 살고 있는 한옥을 현대 생활에 맞게 고치고 싶으나 그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안내서”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이 책은 이를 뛰어넘어 한옥이 얼마나 여유와 풍족함을 선사하는지,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 알려준다.

강남에서 살다 능소헌과 청송재로 이사와 십수 년을 살고 있는 풍경사진가 조향순씨의 글 중 한 대목이 인상 깊다. 아이가 초등학생 시절 ‘우리집’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렸는데 도화지에 네모 반듯한 아파트를 그렸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구별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했는지 아이는 그림 옆에 ‘…아파트 …동 …호’라고 써놓았다는 것이다. 삭막하고 끔찍한 현실이다.

여유를 찾을 수 있고 풍족함을 느낄 수 있는 한옥에 살고 싶은 마음 간절한 사람이라면, 아이들에게 진정한 ‘우리집’을 그리게 하고 싶은 바람 또한 큰 사람이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인터뷰 | ‘진옥섭의 예인명인 노름마치’ 펴낸 진옥섭씨

“한국무용 여성화 추세 안타까움”

[BOOK]한옥에 살어리랏다

전통춤에 ‘미친’ 한 남자가 책을 냈다. 무용평론가이자 공연기획자인 진옥섭씨다. 그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전통춤의 대가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진씨가 소개한 대가들은 대부분 초야에 묻혀 있다가 진씨의 간곡한 권유로 중앙무대에 발을 디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가들을 소개하는 팸플릿이 쓰레기통에 가득 차고 사람들의 구둣발에 밟힐 때마다 자신에게 다짐한 것처럼 진씨는 사람들의 기억에 대가들을 남기기 위해, 대가들에게 정녕 좋은 책을 선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볼 때마다 새롭고, 화려하게 꾸미지 않지만 저절로 심금을 울리는 것이 전통춤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진씨는 “갈수록 화려하게 변하고 남성춤도 여성화되어가는 최근 한국 무용의 추세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가들을 모두 중앙무대에 ‘데뷔’시키는 것도 수월찮은 일이었다. 많은 사람이 중앙무대에 서기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대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린 까닭은 겸손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자손들에게 알려지고, 이 때문에 자손들이 난처한 입장에 처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옛날로 말하자면 기생, 광대, 무당 등으로 통했던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춤이나 소리를 ‘예술’이 아니라 ‘그 짓거리’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우리가 우리 전통을 여전히 홀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전통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전통을 이해하는 데도 꽤 효과적이다. 진옥섭씨는 “전통춤에 대한 개론서를 쓰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점점 전통춤을 깊이 알아갈 수 있게끔 구성했다”며 “다 읽고 난 후에는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놓는다. 책에 대한 감동이 아니라 전통춤에 대한 감동을 말한 것이다.

[BOOK]한옥에 살어리랏다

진씨는 수시로 이 책을 ‘’보도자료’라고 표현한다. 이 때문에 정말 예전에 공연 팸플릿에 썼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진씨는 “전통춤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하기 위한 마음에서 그런 표현을 썼다”고 억울해 한다.

“오랜 세월 지나면서 생존한 전통의 위력을 깨달아야 한다”는 진씨는 “최근 전통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은 그래도 희망적”이라며 웃음을 짓는다.

이 책을 대할 때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진옥섭씨의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웬만한 ‘글쟁이’의 글보다 더 깊은 혼과 뜨거운 애정을 느끼게 한다. 그의 글솜씨에 감탄할 독자도 있을 듯하다. “나 자신과 대가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썼다”는 진씨는 “못다한 이야기가 많아 3, 4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진옥섭 지음·생각의나무·전2권·각 권 1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