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신드롬
열정과 카리스마론 2% 부족하다
케이트 루드먼·에디 얼랜슨 지음·안진환 옮김·비즈니스북스·1만6500원
언제부터인가 ‘~형 인간’이 유행어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형 인간’에 포함되는 유형은 굉장히 많다.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새벽형 인간과 같이 시간대에 따라 분류하기도 하고 햄릿형 인간, 돈키호테형 인간처럼 성향이나 기질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형 인간’이 이미 무수히 등장했는데도 또 하나의 ‘~형 인간’이 생겨났다. 이름하여 ‘알파형 인간’이다.
알파형 인간이란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지배적인 역할을 맡으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 또는 리더십에 대한 자질과 자신감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강력하고 권위적인 특질을 지닌 사람을 뜻한다. 굳이 리더의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이런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알파형 인간에 속한다.
알파형 인간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최근에 생긴 것은 아니다. 2004년 이미 ‘알파형 남성 코칭하기’라는 짤막한 글이 한 잡지에 소개됐는데 이 글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연구범위를 확대하고 좀더 깊이 연구해 그 결과물로 ‘알파 신드롬’이라는 책이 탄생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성·아버지의 권위와 위엄이 유독 강했던 우리나라에서 알파형 인간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곳곳에서 큰소리 뻥뻥 치며 가정 혹은 조직을 주무르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사람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권위적인 리더보다는 온화하고 별탈없이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더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
저자들은 알파형 인간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알파형 지휘관. 이들은 강한 열정과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몰아붙인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와 휴렛 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가 여기에 속한다. 이런 유형의 인간은 사람들을 규합하고 명령보다는 영감을 불어넣는 법을 배워야 한다.
둘째는 알파형 몽상가. 이 유형은 호기심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의욕적이다. 이들은 미래지향적이지만 자신의 목표에 너무 열중해 조직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위험을 안고 있다. 빌 게이츠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에 속한다.
셋째는 알파형 전략가. 조직적이고 체계적이고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는 이들은 지략가 기질을 갖고 있다. 이런 유형은 탁월한 분석력을 발휘해 최선과 최고를 추구한다. 그러나 자만심 때문에 다른 사람을 무시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들은 자신만 믿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알파형 실천가. 지칠 줄 모르는 추진력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과할 경우 ‘잔소리꾼’이라는 비판을 받기 쉽다.
눈치가 웬만큼 있는 사람이라면 알파형 인간의 폐해를 단박에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알파형 인간이 야망을 지나치게 욕심내거나 권위만 앞세우다가는 자칫 조직원들의 불만을 사기 쉽다. 이는 결국 조직을 와해시키는 치명적인 위험요소가 되는 셈이다. 알파형 인간은 상황에 따라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으로, 또는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시대착오적 인간으로 달리 평가받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지적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조직의 폐해는 대부분 알파형 인간들의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 이 시대 역시 명령과 통제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강렬한 열정과 카리스마를 갖춘 알파형 인간을 지향하되 불도저처럼 무조건 밀어붙이는 식이 아니라 동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조직원들과 원활하게 지내는 ‘건강한 알파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공감-시로 읽는 삶의 풍경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어보세요
요즘 서점에서 손수 시집을 골라 잔물결에 손 담그듯 한 행 한 행 젖어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차마 젖은 손등을 말리기 싫어 들고 있던 시집을 사서 서점을 나오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흔히들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때때로 시심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시를 쓰기도 한다. 오래 전부터 사람 곁에 있었던 시가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사람들이 시를 읽고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누군가 그리울 때, 울적한 마음을 견디지 못할 때 우리는 시를 읊조리고 시를 떠올리며 시를 읽는다. 정작 우리 삶에서 시를 떼어놓았다고 상상해보자. 대뜸 삭막함이 끼어들 것이다. 사람들이 시를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시집이 팔리지 않는 것일 뿐이다.
시를 공부한 두 명의 젊은 학자가 시를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을 펴냈다. 저자들은 백석, 윤동주, 이성복, 김선우 등 삶과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돋보이는 작품 36편을 가려 뽑아 실었다. 시의 전문을 먼저 음미하게 하고 그 다음 시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끔 해석을 붙였다. 해석이라고 해서 교과서 해설서나 수험서처럼 밑줄 긋고 시어에 대해 일일이 뜻풀이를 한 것은 아니다. 작품을 통째로 들여다보고 작품이 갖고 있는 분위기를 꾸밈없이 전달한다.
이 책에서 ‘실험시’ 같은 난해한 작품은 별로 볼 수 없다. 이상의 ‘오감도 시 제2호’ 정도가 어렵다면 어렵다. 단 6행으로 이루어진 이용악의 ‘북쪽‘이 수록돼 있긴 하지만 절반 이상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시’다. 시와 삶의 관계를 좀더 친숙하게 보여주기 위해 작품을 선별한 듯하다. 주제별로 나눈 6장의 소제목 역시 ‘집과 가족’ ‘엄마 혹은 어머니’ ‘청춘과 성장’ ‘사랑과 결별’ 등 우리 삶과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시는 무엇보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심상을 이해하고 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고스란히 전달받는 것도 물론 뜻깊다. 하지만 한 편의 시에 담은 시인의 정성은 그 시를 대하는 독자가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를 대하는 데 지식 따윈 필요 없다. 분위기에 취하고 여운에 풍덩 빠져볼 준비가 돼 있는 마음이 있다면 족하다. 저자들은 시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꿈틀거릴 수 있도록 독자를 충동질한다.
|이은정 한수영 지음 교양인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