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치론
일본의 모습에서 우리 얼굴을 보자
현대일본학회 지음·논형 2만3000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표현하는 가장 흔한 표현이다. 지리적으로는 제일 가까우면서도 정서적으로는 가장 서먹서먹한 나라, 그리고 여전히 독도문제, 교과서 왜곡 등 첨예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나라가 일본이다. 단체로 한국을 찾아와 ‘욘사마’에게 눈물을 흘리면서도 정작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은 외면하는 일본인들….
굳이 우리나라와의 관계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시점으로 보았을 때도 일본은 경제강대국으로서만 아니라 정치적인 역량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발휘한다. 일본의 지방자치제는 우리가 벤치마킹할 모범답안이기도 하다.
정치외교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일본의 근대는 국가적 영광과 좌절이 교차한 시기였다. 비서구권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하고 강대국 반열에까지 올랐지만 일본의 군국주의는 국제질서에 의해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이 책은 근대부터 일본정치의 전개를 비롯, 일본의 정치제도(통치구조, 정당과 선거, 관료제도, 지방자치 등), 정치과정과 정책영역(국가와 시장, 사회보장, 시민사회·이익단체, 여론과 미디어), 대외관계(대외정책 구조 및 기본성격, 일본외교 형성과 전개, 동아시와 지역체제와 일본) 등을 소개하며 일본 정치와 한국정치의 역학관계를 분석한다.
1990년대 이후 일본정치는 안전보장, 행정개혁, 지방분권, 재정개건, 규제완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고이즈미 전 총리는 신자유주의 경쟁과 관저지배 체제 등의 유산을 남겼다. 또 선거제도 개혁으로 파벌의 영향력도 저하되고 정치인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졌으며 유력 정치자들이 분쟁을 해결해주는 조정정치도 쇠락했다.
이 책의 공저자이며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인 진창수 박사는 “현 아베 수상은 고이즈미의 후계자로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았으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분석한다. 아베는 국내정치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개혁을, 외교에서는 ‘주장하는 외교’를 제창하며 국내적으로는 평화헌법 개정과 애국주의 교육강화를 주장하는 것으로 정치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고이즈미 전 총리와 달리 신자유주의 개혁에서 정치적 지지를 동원하기보다는 헌법개정, 대북 강경정책 등과 같은 안보적인 문제에서 정치적인 지지를 동원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신자유주의 정책의 주친적은 약화되고 정책이 수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정치와 신정치를 포괄해야 하는 것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정권의 딜레마이자 숙제이기도 하다.
일본정치 상황과 정책은 곧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녕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이런 분석들은 매우 요긴하다. 당장 독도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재일동포 지위문제, 원폭피해자에 대한 보상문제, 사할린동포의 송환문제, 위안부 문제, 어업협정문제, 한·일 간 무역역조, 일본 대중문화 개방 등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정치적으로 갈등을 풀기엔 양국의 입장과 시각 차이가 너무 크다. 또 신사참배나 독도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정치인들의 망언이 끊이지 않고 군위안부 문제 등은 국가가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의 보상으로 해결하려고 해 6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숱한 한·일관계의 갈등이 가장 복합적으로 드러난 노무현 정부는 ‘60년 한·일관계의 축소판’이란 평을 듣고 있다. 60여 년을 지속됐던 갈등이 노 대통령의 독특한 대응법으로 ‘외교전쟁’이란 용어까지 등장하며 극과 극을 치달았기 때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각박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는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선행하고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일본정치 현황과 더불어 생각해볼 문제를 숙제처럼 짚어주는 이 책은 우선 정치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유인경 편집위원 alice@kyunghyang.com>
한인 이민사 100년의 사진기록
렌즈에 비친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
20세기가 시작되자마자 우리 민족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이민하기 시작했다. 우리 민족은 현재 전 세계 172개국에 660만 명 정도가 이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2개국 중 가장 많이 이주해 있는 국가는 일본과 미국이다.
오늘날에도 이민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피치 못할 사정에 기인한다. 하물며 100여 년 전은 오죽했을까. 죽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월경(越境)을 생각지 못했던 그때, 이민은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특히 우리의 이민사는 불행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우리 이민의 시작부터 매우 서글펐다. ‘공식적인’ 이민의 시작은 1902년 12월, 이양선을 타고 ‘미리견의 포와도’(미국 하와이)로 떠난 것이었다. 이양선에 올라탄 사람들은 대부분 이 땅의 백성이었다.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 근로자로 떠난 그들은 가난, 배고픔, 전염병, 무지 등에서 탈피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널 수밖에 없었다. 이후 독립운동, 로키산맥의 광부, 한국전쟁을 거친 후 불어 닥친 ‘아메리칸 드림’ 등으로 미국 이민이 계속됐다.
미국 이민이 그나마 우리가 원한 이민에 가까웠다면 일본 이민은 우리가 원하지 않은 이민이었다. 물론 20세기 초 이른바 ‘신학문’을 배우기 위해 현해탄을 건넌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일제의 수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다를 건넜다. 일제에 강제징용되어 전쟁터로, 노동현장으로 끌려간 사람들은 비참한 환경에서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으며 부당한 대우에도 항의조차하지 못했다. 적게는 120만 명에서 많게는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일제에 강제징용된 조선인 중 약 60만 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해방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의 이민사가 100년을 넘어섰다. 그렇지만 이전까지 우리는 이민 100년을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했다. 재외동포재단이 기획하고 현실문화연구에서 출간한 두 권의 사진자료집은 미국과 일본으로의 이민사를 풍부한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재일한인 100년의 사진기록인 ‘분단의 경계를 허무는 두 자이니치의 망향가’와 미주 한인 이민사 100년의 사진기록인 ‘100년을 울린 겔릭호의 고동소리’(현실문화연구는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를 사진으로 압축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따금 첨부돼 있는 오정희, 김남일, 성석제, 정호승, 은희경 등 쟁쟁한 작가와 시인들의 글은 책의 맛과 품격을 더 한층 높여준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