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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 많은데, 왜 모이질 않을까?

입력 2007.02.27 00:00

“많이 쓰지도 않고 저축도 많이 하는데 왜 모아지는 게 없죠?” 30대 후반 맞벌이부부인 김진호씨(가명)의 의문이다. 세후 월 소득이 660만 원이고 자녀 둘은 아직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다. 저축, 펀드, 연금에 들어가는 월 지출이 426만 원으로 소득의 65%나 된다. 이 정도 소득이면 으레 있을 법한 대출도 없는 편이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1000만 원을 쓰고, 월 이자는 7만 원이다. 이 정도면 아주 보기 드물게 좋은 재무상황이다.

한 증권사 직원이 주가연계 펀드와 주가연계 증권 등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이 주가연계 펀드와 주가연계 증권 등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를 하나씩 뜯어 보면 김씨의 하소연이 이해된다. 언론에서 좋다고 많이 거론되는 금융상품에 무더기로 가입하는 바람에 새나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다. 마이너스 통장 1000만 원도 사실 그런 저축상품에 과도하게 가입해서 생긴 어처구니 없는 대출이다.

적립식펀드는 무려 10개 상품에 가입되어 있다. 가입시기도 모두 2006년 5월과 8월로 똑같다. 적립식펀드 열풍이 한창일 때 김씨 스스로 증권사에 가서 가입한 것이다. 그러나 가입시점으로부터 현재까지 순 수익률을 따져보면 친디아 관련 펀드 하나가 14%일 뿐 나머지는 2%대 3개, 1% 미만이 6개나 된다.

개인연금 상품도 무려 8개나 된다. 그중 2002년도에 가입한 한 개만 연금수령 때 세금이 붙지 않는 비적격상품이고 나머지 7개는 모두 세금이 붙는 적격상품이다. 적격상품은 나중에 세금이 붙는 대신 납입금에 대한 소득공제 효과가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한도가 연 300만 원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금액은 적절하지 않다. 이 연금상품도 6개는 2006년 12월에 각기 다른 금융사를 찾아가 가입한 것이다. 여기서도 역시 적지 않은 돈이 샌다.

다음 보험상품을 따져보았다. 두 자녀를 위한 보험 4개와 부부 보험 9개 합쳐서 13개이고, 월 보험료는 43만 원이다. 소득대비 6.5%로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험의 기본이라 할 종신(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성격이 매우 취약한 상품들 위주다. 처형이나 아는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계획성 없이 가입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새나가는 저축을 하다 보니 초과지출이 발생하게 되고(146만 원), 2006년 8월에 만든 마이너스 통장이 2007년 1월 현재 1000만 원을 다 채우게 되었다.

“내가 뭔가 잘못 하고 있나 봐요.”
김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올해부터는 돈 관리를 아내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러나 돈 새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부인이 한다고 달라질까? 다행히 올해 초 재무계획을 크게 점검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고 한다.

상품 종류는 줄이고, 실속에 맞게

“분산투자는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까요?”

분산투자를 하지 않고 이른바 몰빵투자를 해서 곤경에 처하는 경우도 많으나, 때로는 지나친 분산투자로 실속을 잃는 경우도 있다. 위 김씨 경우가 그렇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비슷한 성격의 적립식펀드를 무려 10개 가입했다. 분산투자가 좋다고 해도 자신의 관리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펀드 관리능력이 거의 없는 김씨에게는 너무 많은 분산이다. 실제 10개 가운데 6개나 수익률이 1% 미만 아닌가?

비전문가가 펀드를 선택하는 기준은 일반성을 따를 수밖에 없다. 설정액이 많고, 설정기간이 길고, 위험도가 낮으며,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고를 수밖에 없다. 김씨가 가입한 펀드 가운데 이런 기준에 가까운 2개 펀드(50만 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단기저축으로 돌리기로 했다.

개인연금에서 비과세 연금상품 1개(25만 원)는 남기기로 했다. 적격연금(소득공제 혜택) 가운데서는 부부 각자가 연말정산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각기 1개씩(월 25만 원, 연 300만 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역시 해약해서 단기저축으로 돌리기로 했다. 보험 역시 종신보험과 상해보험을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이렇게 금융상품을 정리한 원금으로 마이너스 통장 1000만 원을 해소했다. 당연히 월 이자 7만 원도 절약하게 됐다. 불합리한 저축으로 발생했던 초과지출 146만 원도 깔끔하게 정리됐다. 오히려 연 이자 5.5%로 월 141만 원씩 단기적금을 들 수 있게 되었다.

사업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고, 돈 문제도 마찬가지다. 남들 한다고, 언론에서 많이 떠든다고, 무작정 따라할 일이 아니다. 금융회사들이 고객 편도 아니거니와, 금융회사를 욕할 일도 아니다. 자신의 처지에 맞게 인생과 금융설계를 따져봐야 하는 세상이다. 이것이 재무설계의 기본이다.

<이광구 포도에셋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