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노후는 본인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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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노후는 본인의 책임

입력 2007.01.23 00:00

미리부터 스스로 설계하고 실천해야 자신의 삶 보장

가계부는 재무계획의 기본이다.

가계부는 재무계획의 기본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에게 엄마가 이야기책을 읽어줬다.

“스컹크가 자기를 괴롭히는 멧돼지에게 독한 방귀를 뀌어 혼을 내주었습니다. 이것을 지켜본 고양이가 자기를 괴롭히는 개에게 다가가서 어떻게 했을까요?”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메롱, 메롱, 메롱, 바보.”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옛날 어느 집에서 본 개와 고양이가 생각났다. 개가 똥을 싸고 난 후, 고양이가 개똥을 흙으로 덮는 장면이었다.

‘같은 곳에 사는데 왜 행동이 다르지?’

그때 나의 결론은 고양이가 덜 가축화되었다는 거였다. 야생에서는 자기의 흔적을 되도록 남기지 않아야 안전하다. 가축화가 오래 된 개는 사람이 지켜주니까 별로 그럴 필요가 없어서 자기 똥을 그냥 놔두는 거 아닐까.

고양이와 개는 왜 똥 치우는 방식이 다를까 이 이야기를 사람에게 적용해봤다. 정리정돈을 잘 하는 사람과 잘 안하는 사람은 왜 그런 차이가 생길까. 아주 옛날 모두가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시절에는 자기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야 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되었을 것이다.

해가 뜨기 훨씬 전인 이른 아침, 올림픽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앞차 운전석에서 담뱃불이 휙 날았다.
차 밖으로 담배나 휴지를 버리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런 사람들의 행동심리를 생각해보게 된다. 왼손으로 담배를 들고 있다가 재떨이에 버리려면 여러 공정이 필요하다. 왼손에서 입으로 담배를 옮기고 왼손으로 핸들을 잡는다. 오른손으로 재떨이를 연다. 오른손으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재떨이를 닫는다. 제법 많은 공정이다. 그런데 왼손에 있던 담배를 그냥 밖으로 버리는 건 단 한 공정이면 된다. 창문은 열려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차 밖으로 한 공정 만에 버리는 행동을 여러 공정을 거쳐 자기 차 재떨이에 버린다고 해서 자신에게 물질적 손해가 생기는 게 있을까. 잘못하면 운전 실수로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차 밖으로 버리는 거라면 차라리 인정할 수 있다. 그런 것도 아니라면 여러 공정을 거쳐 재떨이에 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게 운동이 조금이라도 되지 않느냐는 논리를 펼치려는 것도 아니고, 이건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자연현상이어야 한다. 걸을 때 왼손 오른손 내젓고, 고개나 눈망울을 이리저리 돌려 구경하며 걷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행동습관을 어려서부터 옳게 들이는 것이 본인과 이웃의 행복에 필수인 것처럼, 재무도 일찍부터 올바른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재무설계를 가장 많이 받은 가정은 자녀 1명인 30대 부부 지난해 포도에셋의 재무상담을 받은 가구는 약 3000가구다. 그중에는 월 소득이 1000만 원이 넘는 가구가 100가구를 넘는다. 이런 가구들은 지출을 통제하는 것보다 소득을 더 올리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투자할 종잣돈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반대로 기혼가정 중 월 소득이 200만 원이 안 되는 가정에서 재무상담을 받은 경우도 꽤 많아 200가구가 더 된다. 이런 가구들에서는 투자보다는 새는 돈을 잡고, 돈 씀씀이에 대한 우선순위 계획을 잘 짜고, 종잣돈을 모으기 위한 작더라도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나이대별로 분석해보았다. 30대가 60%로 가장 많았다. 기혼가정이 65% 정도이고 그 가운데 맞벌이 가구가 58%로 외벌이 가구(42%)보다 많았다.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는 30대 가구만 조사해보면, 가구당 자녀수는 1.1명이고 그중에는 맞벌이와 외벌이 비중이 비슷하다.

자녀가 1명인 30대 가정이 재무상담을 제일 많이 받은 이유는 뭘까. 이는 자녀양육과 집 마련이나 확장 등 지출이 막 늘어나는 것에 대해 일정한 계획을 세울 필요성을 가장 많이 느끼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소득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재무상담을 통해 고객들이 가장 많이 얻는 점은 일치한다. 그것은 자신의 재무현실을 정확히 깨닫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되어야만 지출을 통제해 종잣돈을 모으든, 투자방향을 잡든, 재무목표가 정확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말 그대로 당연한 자연법칙처럼 몸에 배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인생의 이른 시기부터 재무설계 관점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하지 않을 때는 어렵지만, 몸에 배면 그것은 그저 자연스러울 뿐이다.

어릴 때부터 계획을 세우는 버릇을 들이는 것은 좋다. 물론 그 계획은 현실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 초등학생 방학 계획표에 나오는 것처럼, 잠자기 6시간 공부 10시간식의 욕심만 앞선 종잣돈은 오히려 계획세우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 계획은 결국 한정된 자원을 무한한 필요성에 우선순위를 맞춰 대응시키는 훈련이다. 그 훈련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 성과에 따라 자신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대한 만족 정도가 곧 행복이다.

재무상담사 굶어죽게 할 사람 지난해 여름부터 영업직으로 취업한 김일한씨(가명·25)는 사회 첫발부터 자신의 재무목표를 명확히한 경우다. 성과급을 받기 때문에 월 수입이 일정하지 않지만, 상담을 받기 전까지 5개월 평균 소득을 계산하면 월 130만 원이다.

주요한 목적자금을 살펴보았다. 2~3년 후 인터넷 쇼핑몰을 부업으로 창업할 예정이고 자금은 1000만 원을 예상하고 있다. 2009년도에는 자동차 교환비용으로 2000만 원. 결혼은 김씨 역시 경제적 기반이 다져진 후로 생각하고 있는데, 현재 예상은 32세인 2014년으로 잡고 있다. 결혼비용은 1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월 80만 원씩 새마을금고(금리 5%)에 정기적금을 들고 있다. 새마을금고, 농협, 신협 등에 5000~1만 원 이상의 조합비를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연 2000만 원까지 원리금에 대해 농특세(1.4%)만 과세되는 저율과세가 적용된다.

20대 중반의 미혼 남자가 소득의 60% 이상을 저축하고, 통장분리를 실천하고 있으며 가계부도 작성하고 있다. 창업일정과 사업안정 이후의 결혼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다음 상담을 김씨 집에서 하기로 약속했다. 토요일 아침 9시다. 김씨는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일찍 오십시오. 밥상 차려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정말 빈틈없고 알뜰한 자세다. 이런 고객들만 있다면 재무상담사들 밥 굶어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흐뭇하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재무문제를 물어보고 실천할 의지가 있어 뭔가 해주고 있다는 뿌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사 투철하고 적극적이라 주식투자도 직접 할 계획이라고 했다. 재무설계업의 원칙상 간접투자를 권하지만, 개인의 투자성향에 따라서는 직접투자도 있을 수 있다. 다만, 기본을 지키기를 권했다.

2월에 만기가 되는 적금 가운데, 800만 원은 금리 5%대의 단기예금에 예치하기로 하고 나머지 200만 원만 주식 직접투자를 해보기로 했다. 또 예비비에 대한 고려가 없는 김씨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있는 예금 300만 원도 주식투자를 하려고 했으나 예비비로 남겨두기로 했다. 아울러 정기적금이 끝나면 저축 여력 80만 원도 중기와 장기에 걸친 목적자금으로 분리하기로 했다. 청약저축 10만 원, 장기주택마련저축 20만 원, 적립식 펀드 30만 원, 유니버셜보험 20만 원이다.

김씨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생활비 50만 원을 더 줄여 저축을 늘릴 생각이었으나 현재 상태를 유지하자고 했다. 나아가 현재보다 수입이 늘어나면 오히려 문화생활비를 더 늘릴 것을 제안했다. 대인관계, 학습, 문화생활 등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도 길게 보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기도 하다. 또 자신의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야 목표달성을 위한 긴 여정을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개인의 노후와 복지를 사회와 국가가 책임지는 방식에서 개인 스스로 책임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퇴직금이 퇴직연금으로 바뀌고 있고, 국민연금도 개인관리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려울 때 가족과 가까운 이웃이 도와주는 것도 급속하게 사라져가고 있다. 오로지 개인의 신용과 실력으로만 자신의 삶을 보장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젊어서부터, 아니 어려서부터, 자신의 인생계획과 그에 따른 재무계획을 스스로 짜보고 실천하는 것을 몸에 배게 해야 한다. 자신의 뒷일을 사람에게 떠넘기는 개와 같은 생활태도로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광구〈포도에셋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