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금은 횡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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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금은 횡재가 아니다

입력 2007.01.09 00:00

노후·투자설계 잘 세워 충동적 지출 줄이고 세금문제도 대비해야

[재무설계]토지보상금은 횡재가 아니다

땅 얘기를 하려고 하니 오래 전에 부르던 노랫가락이 절로 떠오른다.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 어머니 살아 생전에 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
콩도 심고 팥도 심고 고구마도 심으련만,
소중하고 귀중한 내 땅은 어디에.

소작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농민의 삶이 가슴을 아리게 하는 노래다. 이제 소작농의 고통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것은 오늘날 집 없는 서민의 아픔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다리 쭉 펴고 누울 내 집(땅)은 어디 있을까.

‘어차피 살다가 떠날 집, 내 집이면 어떻고 남의 집이면 어떠냐’는 말도 있다. 어떤 시인은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돈은 도시에서 벌지만 사는 곳은 농촌인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도시의 답답하고 비싼 주거비 부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 주거 이전의 자유가 있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지만, 사람들이 모두 자기 살고 싶은 데서 살고 일하고 싶은 데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고 부자 될 수 있고, 일부러 망하거나 가난해지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만, 세상엔 먹고 살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런 평범한 다수에게 지워지는 지나친 주거비 부담은 거의 ‘폭력’이나 ‘착취’에 가깝다.

정치는 이런 불합리함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개인의 노력과 수고가 아닌, 하늘로부터 주어진 자산(땅)에 의한 빈부격차는 완화되어야 한다. 2007년 대선은 이런 불로소득에 의한 차별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소작농의 한이 무주택자의 아픔으로 정부정책 때문에 땅이 수용되는 경우가 많다. 2007년에는 토지보상금 일부를 돈이 아니라 땅으로 하자는 안이 나올 정도로 토지 수용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토지보상금을 받은 이들의 이후 삶은 어떻게 될까.

2005년 여름 한국수자원공사측으로부터 수몰보상민 재무상담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보상 받고 1~2년 지난 다음에 보면 보상금을 다 날린 분이 많아요. 심한 경우는 댐을 짓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며 항의하는 분들도 있어요.” 보상담당자들의 설명이었다. 어차피 국가사업으로 댐을 지어야 하는데, 보상민들이 재무상담을 받으면 이주 후의 삶이 더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이었다.

이미 지어진 용담, 주암, 장흥댐 보상자들의 집단이주지를 방문해 실태조사를 해보았다. 예상한 대로 대다수 노인들이 보상금의 상당액을 탕진한 뒤였다. 가장 큰 원인은 자식을 포함한 친인척들이 사업자금을 비롯해 여러 용처로 돈을 빌려갔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얻은 성공이나 부는 쉽게 잃을 가능성이 많다는 속설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다. 큰돈(보상금)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원인은 미래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지출이나 대여를 아예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다만, 돈 사용계획이 분명할수록 충동적인 지출이나 대여에 따른 손실위험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댐 보상민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2006년 가을, 김천 부항댐 보상자 일부에 대한 재무교육과 개별상담을 실시했다. 60대 이상은 재무상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이후 돈 사용계획도 적어 상담 진행이 꽤 어려웠다. 그러나 50대는 보상금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하는 형편이기에 상담에 적극적이었다. 이번 상담을 하면서 국가의 토지보상 사업 때 재무상담을 부가서비스로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깊이 느꼈다.

토지보상과 더불어 재무상담 필요 댐과 달리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토지보상에서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세금문제도 중요하다. 최근 서울 장지동에서 농지를 수용당해 보상금을 받은 박모씨는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낼 뻔했다. ㄱ은행에 토지보상금을 예치하면서 PB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양도소득세가 3000만 원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복잡한 세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혹시나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해서 전문 세무사를 찾았는데, 전혀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농지는 일정요건이 되면 1억 원까지는 면제됩니다.” 단 수용일 현재 농지여야 하고, 보유기간 중 8년 이상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던 것(자경)이어야 한다. 그러나 수용일 현재에는 본인이 짓지 않고 임대를 준 경우도 보유기간 중 8년 이상 자경이면 감면사유에 해당된다.
“땅이 정리되기 전에 사진을 정확히 찍어두세요.” 삼신세무법인의 김인석 세무사는 박씨에게 이런 조언부터 했다. 나중에 그 땅이 개발된 다음 실사가 행해진다면 그때 가서 농사를 지었는지 안 지었는지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세무서에서 이런 거 다 알아서 세금을 정확히 부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박씨가 자칫 잘못 낼 뻔했던 당혹감을 추스르며 한 말이다. 그러나 이런 세금은 자진신고하는 것이고, 국세청이 개인 사정을 일일이 알아서 과세할 수는 없다. 물론 잘못 낸 세금은 원칙적으로는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드는 번거로운 일이다.

위 사례는 8년 자경농민이 수용 당했을 때 양도세를 감면받는 경우다. 비슷한 경우로 자경농민이 수용 당한 후에 대신 경작할 토지를 매입하면 감면 받는 농지 대토 관련 감면이 있는데, 2006년 1월 1일부터 바뀌어 감면한도액이 1억 원으로 줄었다. 그 전에는 수용당한 농민이 인근 지역에 농지를 다시 구매할 때는 양도세를 전액 면제받았다.

상속을 염두에 둔 투자설계 수도권에서 농지를 수용당해 보상금 60억 원을 받은 김일섭씨(가명)의 경우가 그러하다. 김씨는 이러한 감면조항 세법개정을 알고 2005년도에 서둘러서 보상합의를 하고 보상금을 받았다. 이후 인근지역에 15억 원대 농지를 구매해서 양도세를 전혀 부담하지 않았다. 만약 2006년에 보상합의를 해서 보상금을 받았다면 양도세를 1억 원만 감면 받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머지 45억 원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김씨에게는 결혼한 아들이 셋 있는데, 상속과 절세를 고려한 재무상담이 필요했다. 처음엔 보상금 전액을 시중은행에 4% 예금으로 예치해 두었다. 재무상담을 통해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자금의 분산투자다.

시중은행에 예치해 두는 것은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재산증식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게다가 김씨가 사망했을 때 부담할 상속세를 생각하면 재산은 반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과표가 30억 원 이상이어도 과세구간별로 해당 세율을 부과하기 때문에 전체 세율은 50%보다 다소 적어진다.

몇 가지 과제가 도출됐다. 김씨의 노후설계, 상속설계와 함께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한 투자설계가 필요했다. 상속설계는 전문 세무사의 자문을 받고, 자산운용은 자산운용사의 자문을 받았다.

농지를 사고 남은 자금 가운데 5억 원은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비상예비비로 두기로 했다. 20억 원은 김씨 자금만으로 이뤄진 사모펀드를 만들었다. 주식형으로 10%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펀드다. 12억 원은 기존 적립식펀드에 거치식으로 넣었다. 역시 주식형이고 예상수익률도 10%다. 나머지 8억 원은 수익률 4~5%를 목표로 채권에 투자했다.

김씨만 생각한다면 위험이 높은 주식형에 80%를 배정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여유자금이 있다는 점과 돈 관리를 세 아들이 한다는 점을 감안해 다소 공격적인 투자설계를 했다. 위 투자자금의 수익은 김씨의 CMA 모계좌로 들어오고, 이는 다시 세 개의 계좌로 나뉜다. 그 계좌들의 실제 관리는 세 아들이 한다.

8개월 정도 지난 현재 예상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만 1년이 되는 시점에서 펀드 간 비중조정을 하기로 했다.

집과 땅은 가정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꼭 개인소유일 필요는 없지만, 안정된 주거와 부담 없는 주거비용은 가정재무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국가와 사회는 각 개인에게 기본 주거권을 보장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개인 입장에서는 집과 땅이 횡재수단으로가 아니라, 안정된 재무설계의 한 요소로 기능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행복을 보장해 주는 길이다.

이광구〈포도에셋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