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미래 대비한 설계가 중요… 돈에 대한 관심은 줄여야 현재가 편안
"경장 놀러가자!”
말이 뛰는 역동감을 현장에서 실감나게 느껴보자고 한 말인데, 아내도 그렇고 아이들의 반응도 썰렁하다.
“뭐 그런 데를 가려고 해~.”
사실 어른도 어른이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주고픈 맘이 더 컸다. 그런데 ‘경마=도박’이라고들 생각한다. 고교동창생이 마사회에서 일하는데, 동창회에서 경마 얘기를 했다. 입장권은 겨우 800원이고 마권은 100원부터 판다. 하루 2만 원으로도 충분히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냥 구경만 해도 되고.
그런데 왜 경마가 놀이보다 도박으로 더 굳어진 걸까. 도박에 빠지지 않고 그냥 놀이로만 즐길 수 없게 된 이유는 뭘까. 경마장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도박에 빠지게 된다고들 말한다. 도박의 매력(마력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까)이 뭐기에….
수익률의 짜릿함이냐 재무설계의 편안함이냐 어릴 때 동네 형들이 으슥한 곳에서 벌이던 ‘섰다’란 게 있다. 화투장 두 개의 끗수를 다른 사람 모르게 혼자 비밀스럽게 본다. 그걸 ‘쪼르기’라고 했다. ‘섰다’를 해보지 않은 필자는 그 형들의 쪼르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공들여 쫄라본다고 끗수가 달라지나.’ 20여 년이 지나 성인이 된 다음에야 그걸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잘 아는 동생이 도박에 빠져 자살한 사건을 경험한 뒤였다.
도박의 중독성은 남녀관계보다도 더 세다고 한다. 화투 패를 받아 패를 조금씩 밀 때 긴장감은 높아져 간다. 원하는 끗수가 나왔을 때의 기쁨은 그 긴장감에 비례해서 커진다. 그리고 돈을 더 태우며 ‘섰다’를 외칠 때 다시 긴장감이 높아진다. ‘상대의 패는 과연 뭘까’ 판돈은 커지고 기대감도 높아진다. 잃을 위험도 함께 커진다. 그런 위험이 있기에 더 쾌감이 있는 것. 판돈을 먹었을 때의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하기에 또 다시 도박판에 끼어드는 것이다.
이런 긴장과 짜릿함의 심리구조는 모두에게 있다. 그래서 우리 생활 곳곳에는 도박적 요소가 널려 있다. 다만 그 강도가 세거나 약할 뿐이다. 도박산업을 법으로 단칼에 정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 문제인 건 정부가 산업진흥을 위한답시고 도박산업을 키운다는 점이다.
월드컵 축구를 밤잠 설치며 생방송으로 보는 건 짜릿함을 맘껏 누리기 위함이다. 승부에 돈을 걸면 그 짜릿함은 배가된다. 그러나 낙담 역시 두 배로 커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 모든 사람이 이런 긴장과 짜릿함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걸까.
놀이도구가 많지 않던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은 만화를 잔뜩 빌려다 함께 보는 것도 큰 낙이었다. 만화를 빌려오면 아이들은 서로 재미있는 전쟁만화를 먼저 보려고 덤빈다. 자칫 작은 싸움이 될 때도 있다. 그럴 때 필자는 남들이 안 보는 만화를 먼저 봤다. 시간이 지나면 인기 있는 만화도 새 주인을 기다리며 내팽개쳐진다. ‘어차피 다 볼 건데, 좀 늦게 본다고 큰일나나.’
이런 얘기를 하면 아내는 밋밋하다고 시큰둥해 한다. “어차피 내려올 산 뭐 하러 올라가?” 핀잔을 준다. 100년 이내에 죽을 인생 뭐 하러 열심히 사냐는 식이다. 아, 거기에 해답이 있는 것 같다. 어차피 내려올 산, 어차피 죽을 인생, 결과에 매달릴 게 아니라 과정을 즐겨야 하는 거 아닐까. 결과를 중시하는 긴장과 짜릿함보다 과정의 편안함과 즐거움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재무설계에는 돈을 버는 짜릿함이 없다. 그 짜릿함을 즐기려면 수익률 쫓기 게임으로 가야 한다. 재무설계는 진지함이고 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다. 나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앞날을 계획한 다음에는 돈에 대해서는 되도록 신경쓰지 않는 게 좋다.
돈에 대한 무관심을 배운 한 해 대학에서 일하는 김혜경씨(가명·39)는 재무상담을 받고 난 1년이 돈에 대한 무관심을 배운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2005년 1월
결혼 9년째이고 아이는 아홉 살과 일곱 살이다. 2년을 월세살이 하다 재건축된 아파트로 입주했다. 짜잔~. 마음속으로 숱하게 새집 도면을 펼쳐놓고 가구배치를 해보았다. 그동안 모은 돈은 거의 바닥이 났으나 다행히 대출은 없었다. 그래, 이제 진짜 다시 시작이다. 그동안은 돈이 생기면 적금 들고, 적금 타서 전세금 올리는 데 쓰고, 우리사주 사고, 대출 갚고, 중도금과 잔금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돈을 모아야 할지 모르겠다.
내집으로 옮겼으니 월세 굳고, 남편과 나의 급여도 오르면서 갑자기 돈이 쏟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생활습관이 변하지 않으니 씀씀이가 더 커지지도 않고 가계부를 제대로 썼기 때문에 헛돈이 나가는 곳도 없었다.
노후대책과 자녀학자금을 준비하면 되겠다고 생각해도 어디서 시작하나 고민만 깊어갔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본대로 보험은 재설계를 했고, 적금 들고,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돈은 모이기 시작했다.
2006년 1월
내가 하는 걸 평가해 보고 싶은 맘에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재무상담사를 세 차례나 만나면서 많은 얘기를 했다. 돈에 대한 나의 가치관, 삶의 장기목표와 단기목표, 남편의 목표, 부부간의 믿음, 미래 희망, 시댁과 친정 얘기까지. 거기에다 돈 액수를 콕콕 찍어가면서 신나게 얘기했다.
부모나 친구랑 얘기해도 돈 액수를 말하기는 어려운데, 재무상담사와는 다 터놓고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남편이 바빠 참석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남편과 얘기하면서 남편과 나의 생각이 거의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돈에 대한 관심은 많으면서 욕심은 없네요.” 재무상담사가 내 생각과 행동을 잘 짚었다. 믿음이 갔다. 두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해서 자식교육에 신경이 많이 갈 때다. 돈 문제는 재무상담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하라는 대로 잘 할 테니, 설계 잘 해주세요, 네?”
보험은 적절하기 때문에 손대지 않고, 노후자금과 학자금을 위해 변액보험을 추가했다. 그 외 큰 자금수요를 여행, 큰 집, 자동차 등으로 잡고, 적금도 펀드와 예금 그리고 CMA로 나누었다.
2006년 12월 (1년이 다 되어 되돌아봄)
나 혼자 계획하고 실천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훨씬 편하게 살고 있다. 가계부 쓰고 나름대로 분석하고 막연한 목표를 찾아 헤매던 지난해보다 재무상담사를 옆에 끼고 사니 고민이 적어졌다. 돈에 신경을 덜 쓰다보니 오히려 생활비가 줄어들었다. ‘돈에 대한 무관심도 필요하구나~.’
돈에 대한 관심을 재무계획으로 대체해서 얻은 편안함 지난해 6월 재무
재무설계는 도박과 같은 짜릿함 대신 먼 미래에 대한 통찰력으로 나의 경제를 설계하는 것이다.
상담을 받은 교사 김경숙씨(가명)도 돈에 대한 관심을 재무계획으로 대신해서 얻은 성과를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재무상담을 소개받았을 때는 모아 둔 돈도 없는데 무슨 재무관리냐 싶었다. 당시 3년 동안 대학원에 다니면서 조금씩 대출이 늘어나고 있었다. 신용카드사의 인터넷 대출이라는 편리함 때문인 탓도 크다. 다음 달에 은행 대출로 신용카드 대출을 막을 생각이었는데, 마침 그때 재무상담을 받게 되어 발등에 찍힌 도끼를 빼내는 계기가 됐다.
대략 생각하고 있던 대출액을 합쳐보니 예상보다 두 배나 되었고, 소비지출은 수입보다 항상 20만 원 초과하고 있었다. 신용카드를 여러 개 사용하면서 소비지출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TV에서 본, 200만 원 대출이 1000만 원이 되고 다시 1억 원이 됐다는 대학생이 생각났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상담을 받고 실천한 지 1년이 다 되어갈 즈음, 다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애초에 잡은 재무계획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이미 대출의 절반을 갚았고, 나머지를 1년 내로 갚으면 그 이후에는 순자산이 남는다는 생각에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이광구〈포도에셋 기획팀장〉
-‘보통사람 재무설계’상담신청-
중산층을 위한 재무전문가와 자세한 개인 재무 컨설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청방법은 전화 (02)3701-1381~4 혹은 경향신문 홈페이지 ‘보통사람 재무설계’ 배너에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상담 수수료는 10만 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