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의미 있는 시장은 지구라는 혹성 하나뿐이다. 그리고 현재 이 시장에서는 기술, 금융, 무역, 정보 등이 전 세계적으로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이런 통합현상은 사람들의 봉급이나 한 나라의 금리수준, 생활수준, 문화양식, 전쟁 그리고 기후패턴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넥서스와 올리브나무’의 한 구절이다. 이 책에서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인답게 기자다운 통찰력으로 세계화의 대세와 그 충돌을 이야기한다. 만약 이 책이 조금 늦게 출간되었더라면 프리드먼은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의 IT는 지구라는 시장에서 다양한 모습의 통합에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도는 새로 도입하는 지상파DMB 시스템 구축에 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술과 규격을 동일하게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인도의 지상파DMB 시스템 구축에는 방송장비뿐만 아니라 전송안테나와 송신기 등 우리나라 네트워크 장비가 투입된다.
한국의 DMB는 독일, 중국 등 많은 나라가 앞다투어 채택하고 있다. 지구촌은 와이브로(WiBro)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머지않아 ‘메이드 인 코리아 DMB’의 물결로 뒤덮일 것이다.
세계인을 경악시킨 9·11테러는 렉서스(세계화)와 올리브나무(종족 보호주의)가 충돌한 대표적 사례였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지적인 충돌은 불가피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올리브나무 그늘에 산타페(현대차)가 평온하게 놓여 있을 수 있는, 서로 상생하는 세계화의 길은 많다. 프리드먼의 표현대로 지구는 평평해지고 있고, 세계화는 일시적인 추세나 유행이 아닌 것이다.
물론 세계화와 국지적 보호주의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갈등하고 충돌할 수 있는 요인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FTA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도 이런 양상의 한 갈래다.
따라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신성장동력의 창출과 확산은 필수적으로 위와 같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올리브나무를 없애려 하지 말고, 올리브나무 역시 잘 자라도록 하는 상생과 타협의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처럼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에서는 산타페와 올리브나무의 공존을 바탕으로 하는 수출전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가장 손쉽고 가장 효율적인 것은 역시 우리의 앞선 IT를 활용하는 길이다.
지난 8월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COEX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는 세계 65개국에서 온 IT 전문가 200여 명이 모여 ‘디지털기회포럼’(DOF:Digital Opportunity Forum) 창립총회를 열였다. ‘디지털기회포럼’은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만든 세계 최초의 개발도상국 정보격차 해소 전문가 포럼이다.
이번 ‘디지털기회포럼’의 출범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IT 코리아와 올리브나무의 상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지금 우리의 디지털 서비스·기술·제품 곧 ‘디지털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디지털 한류’와 지역주의의 상생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너무 바빠서 그렇든, 아직 이런 데(?)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그렇든,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지금처럼 일방통행식의 수출전략을 강행한다면 한류의 전철을 밟아 조만간 ‘디지털 한류’에 대한 저항이 있을 것이고 수출 실적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우리는 IT 코리아가 올리브나무를 해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국제사회에 주어야 한다. IT 코리아가 올리브나무를 더욱 잘 자라게끔 하는 토양이 된다는 신뢰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요청되는 것이 바로 ‘디지털기회포럼’ 같은 IT 국제공헌이다. 세계는 갈수록 평평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굴곡은 심하다. 그 골곡을 펴는 작업을 통해 IT 코리아의 믿음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