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球都 부산’ 되찾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부산시야구협회 김영섭 부회장
일본열도를 야구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 선수. 누가 뭐래도 그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영웅이다. 끈질긴 승부욕과 노력의 결실로 현재 일본프로야구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그에게도 뼈아픈 좌절의 시기가 있었다. 어려움을 당당히 극복했기에 그의 야구신화가 더 가치있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이승엽이 보여준 성과는 야구를 배우거나 선수를 희망하고 있는 많은 꿈나무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러 일으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기반시설 구축 등 해결할 일 많아”
아시아의 영웅이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그도 결국은 대한민국에서 야구를 배우고 그 실력을 갈고 닦았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추신수 선수도 마찬가지다. 고졸 출신 선수로서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메이저리거로 눈부신 활약을 보이기까지는 한국땅에서 열악하기 그지없는 아마추어 시절을 열심히 보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척박한 국내 야구환경 여건을 잘만 활용하고 발전시킨다면 이승엽이나 추신수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를 발굴해낼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한때 ‘야구의 도시’인 부산의 아마추어야구 열기와 수준은 단연 전국 최고였다. 프로야구와 축구를 비롯한 다른 인기 스포츠가 아마추어야구 시장을 잠식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고교야구나 실업야구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야구팬들은 관중석을 빼곡히 메우고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청룡기’나 ‘대통령기’ 등 전국 규모의 대회가 치러질 때를 손꼽아 기다리는 ‘열혈팬’도 많았다. 프로야구 수준이 높아질수록 아마추어야구에 대한 지원이나 관심이 함께 높아지는 선진국과는 달리 국내 사정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구도(球都)’ 부산만 하더라도 실업팀은 유명무실화됐으며, 중·고교팀들도 과거에 비해 그 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부산시야구협회 김영섭 부회장 겸 전무이사는 “야구발전의 기틀이 될 아마추어야구계가 너무나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며 “선수 수급 문제부터 기반시설 구축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성토했다. 현재 부산시야구협회(회장 배만호)는 아마추어계를 중심으로 부산 야구 발전을 위해 회장 및 여러 임원진이 자금을 모아 선수들을 육성·지원하고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도’라 불릴 만큼 야구에 대한 애착이 높은 부산이지만, 사직야구장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전용구장 하나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협회가 위치한 구덕야구장의 경우에는 잔디는커녕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오면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운동장에 흙을 가져다 뿌려야 경기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이다. 경기장을 찾은 지난 8월 10일에도 며칠 전 내렸던 많은 비 때문에 운동장 곳곳이 보기 흉할 정도로 정돈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전용구장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김 부회장은 “부산이라는 대도시에, 그것도 야구의 중심지라 불리는 이곳에 마땅한 전용구장 하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그나마 정규구장이라고는 사직야구장과 구덕야구장이 있는데, 사직의 경우 프로야구 경기 때문에 아마추어 경기로는 사용이 어려운 게 사실이며 구덕은 차마 야구장이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설”이라고 말했다.
곧 세계무대를 휘젓고 다닐 꿈나무들에게는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맘껏 뛰어다닐 수 있는 그라운드가 필요하다.
관계 당국과 부산시민 관심 절실
그는 현실적으로 새로운 부지에 전용구장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현재 시설을 보수·개선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덕야구장 시설에 잔디를 구축하고 선수들이 부상하거나 경기에 지장을 받지 않고 뛸 수 있는 기초적인 시설만이라도 만들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는 야구협회와 야구를 사랑하는 부산시민의 바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전국체전을 비롯한 소년체전 등 전국대회에서 부산시에 가장 효자종목 역할을 하는 것이 야구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너무나 열악하다.”
현재 부산에는 초·중·고·대학팀까지 총 22개의 팀이 열악한 시설에서 야구를 배우거나 경기를 하고 있다. 아마추어야구가 한창 인기를 몰고 다닐 때에 비하면 그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처럼 ‘야구를 해서 돈을 벌겠다’거나 대학진학을 위한 방편으로 야구를 선택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기껏 한두 명 있는 자식에게 어렵고 힘든 운동을 시키지 않겠다는 학부모들의 변화된 태도도 학교팀의 숫자가 줄어든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앞으로 프로야구에 진출하거나 이승엽이나 추신수처럼 세계 무대를 주름잡을 선수들 역시 학교교육, 즉 아마추어야구계에서 양성돼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야구의 특성상 어느 한 순간 사교육을 통해 실력이 갖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충실한 기초교육(학교교육)을 통해야만 성장해나갈 수 있는 것이며, 바로 그 역할을 학교팀을 중심으로 한 아마추어야구에서 하고 있다. “야구협회를 비롯한 부산시와 체육회 모두 힘을 모아 아마추어야구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 가운데 시의 정책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눈에 보이거나 정치적인 목적을 지닌 ‘일회성 멘트’는 필요없다. 실질적으로 부산과 한국의 야구발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김 부회장은 현재 열악한 여건 속에서 열심히 야구를 배우고 있는 유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져줄 것도 함께 당부했다. 그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야구는 인생과 비슷하고 그만큼 매력이 넘치는 운동경기”라며 “관계당국은 한국 야구계의 꿈나무인 유소년들이 열심히 그라운드에서 뛰어다닐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기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
| 김영섭 부회장은… 부산시야구협회 부회장과 전무이사를 겸하고 있는 그는 협회에 몸담은 지 어느덧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그는 특별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야구지도자 자격증도 겸비한 그는 일선 야구부에서 수년간 코치생활을 해왔으며, 심판으로도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2000년에는 ‘제52회 화랑대기 전국야구대회’에서 최우수 심판상을 수상할 만큼 야구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이해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그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이기 이전에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인으로서 부산의 야구발전에 노력해왔다. 물론 지금까지의 노력이 다소 부족함이 없진 않지만, 협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과 힘을 모아 부산야구의 획기적인 변모를 가져올 생각이다”라고 말한다. |
<부산·울산·경남본부/양병하 기자 yb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