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 수가 2005년 9월 현재 8만6626명으로 미국 내 전체 외국 유학생 수의 13.5%로 1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도 한국 학생들이 몰려가고 있다. 한국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쓰는 돈의 규모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교육수지 무역적자규모는 34억 달러(약 3조 1500억 원)로 우리나라 전체가 벌어들인 흑자액(165억 달러)의 20%를 해외에 있는 외국학교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교육인프라나 교육정책에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 있지 않는 한 계속되리라 생각된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유학적자를 막는 방안의 하나로 해외 유학생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정부와 학교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유학 와 있는 외국인 수는 약 1만2000명으로 이는 해외로 유학 가 있는 우리 학생 수의 약 10분의 1에 해당되는 숫자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대학과 기업, 정부가 서로 협력해 해외에 직접 또는 현지 대학과 컨소시엄 형태로 대학을 설립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 중에 하나가 아시아의 강자에서 세계의 강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가 될 수 있다.
대학의 경쟁력은 졸업생의 취업 경쟁력에 달려 있다. 대학 졸업생 취업률이 매우 저조한 인도에서 삼성과 LG, 현대와 같은 우리나라 기업은 인도의 우수한 인력을 선호해 취업경쟁률이 높다. 인도에 진출해 있는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인도 현지에 한국인이 직접 투자해 설립한 대학에서 배출한 졸업생 10%만 매년 취업을 시켜줘도 그 대학의 경쟁력은 짧은 시간에 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 입장에서도 한국인이 설립한 대학의 교과과정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소양이 있는 인도 졸업생들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현지직원과 언어·문화적 갈등으로 인한 문제점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인도는 IT분야와 BT 그리고 MBA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작년 말에 인도를 방문한 빌 게이츠는 인도를 IT 분야의 연구개발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하여 4년 동안 17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였고 세계 2위의 컴퓨터 칩 생산업체인 에이엠디(AMD)는 3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을 발표하였다. 빌 게이츠가 ‘IT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할 유일한 나라는 인도’라고 지적했던 것처럼 IT 분야에서 인도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BT 분야도 우수한 전문 인력을 저렴하게 고용할 수 있는 이점과 인도 정부의 BT 산업 친화적인 정책 뒷받침에 힘입어 세계적인 BT기업들이 인도에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아벤더스 어드바이저 사 보고서는 2010년에 이르면 BT 분야의 숙련된 전문 인력만 100만 명 이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IT와 BT 분야에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공부한 우수한 교수진이 있으며 산학협동 체제가 잘 발달되어 있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대학이 이들 분야를 중심으로 학과를 개설한다면 한국 대학의 교수들이 받는 임금의 3분의1 만으로도 훌륭한 교수진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뛰어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다.
미국에 유학 간 한국 학생들은 수가 워낙 많아 웬만한 대학을 나와도 현지 취업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취업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인도는 우수한 대학의 졸업생들은 졸업 전부터 인도 현지의 국내 기업 또는 인도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인도에 설립한 한국대학이 미국의 웬만한 주립대보다 뛰어난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으며 학생들 수준이 높고 세계적인 대기업에 취업이 잘 된다고 한다면 미국 대학으로 몰리는 우리나라 학생 상당수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부터 해외대학에서 취득한 학점도 국내에서 동등하게 인정해 준다고 하니 국내 대학들의 학생들도 방학 동안에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과목들을 인도 현지에서 수강하고 현지 기업에서 인턴십을 받는 기획을 갖게 된다면 학교와 학생들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황상재 한양대 신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