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조기경보기 사업 ‘들러리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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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조기경보기 사업 ‘들러리 세우기?’

입력 2006.07.11 00:00

자격미달 회사 끼워넣기로 ‘억지경쟁’… 방사청 첫 대규모사업 이목 집중

보잉사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737 AEW&C.

보잉사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737 AEW&C.

미국의 보잉일까, 이스라엘의 엘타일까? 2조 원에 달하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E-X 사업)을 두고 보잉사와 엘타사 간에 마지막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2009년까지 2대, 2011년까지 2대로 모두 4대의 조기경보기를 도입해 2012년 실전배치할 계획이어서 3∼4개월 안에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보잉사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한국에 조기경보기를 공급하기 위해 별러왔다. 한 대에 5000억 원 정도 되는 만큼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일단 저울추는 미국의 보잉으로 기울고 있는 양상이다. 엘타사에 불리한 몇 가지 정황이 밖으로 삐져 나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지난 5월 특정회사에 대한 특혜 논란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특정회사란 이스라엘의 엘타사. 송 의원은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을 받지 못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엘타사를 탈락시키지 않고 시험평가에 참여시킨 이유를 따져 물었다.

미국 보잉사-이스라엘 엘타사 경쟁

엘타사는 미국의 항공관련 회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한국이 엘타사의 조기경보기를 도입하려면 데이트 링크 등 각종 장비에 대해 반드시 미국 정부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정부는 무기수출통제법에 근거해 자국의 기술을 공개하거나 군사목적으로 사용되는 장비 및 서비스를 해외 정부, 회사 또는 외국인에게 제공할 경우 사전에 미국 정부의 허가를 취득하도록 했다.

엘타사는 미 정부로부터 일부 부품에 대해 조건부로 수출을 승인(DSP-5)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DSP-5는 수출승인 중 가장 낮은 단계로 일반 기술자료 또는 일반 하드웨어에 대한 영구적인 수출허가이며, 방위 서비스의 제공이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 4월 국회 국방위에서 송영선 의원은 김정일 방위사업청장에게 “엘타사가 DSP-85와 기술지원 동의(TAA)를 다 제출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의했다. DSP-85는 비밀기술자료에 대한 수출허가 또는 비밀 하드웨어의 선적허가지만 DSP-5와 마찬가지로 방위 서비스의 제공이 허용되지 않는다. TAA는 일반 또는 비밀 기술자료 수출 및 방위서비스 제공, 군수요품 조립에 대한 수출 동의를 포함하고 있다. 훈련 또는 지원도 가능하다.

엘타사가 까다로운 미국 수출허가와 동의 절차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보잉사는 기종 선정에 한 걸음 앞서나가고 있다. 보잉사는 DSP-85와 TAA를 이미 제출했기 때문.

다급해진 엘타사에서는 기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수출 승인과 관련해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설명회에서 엘타사 관계자는 G-550 기종의 경우 보잉의 E-737 기종에 비해 가격이 절반 수준이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술이전 비율도 보잉사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잉사는 30%의 기술이전을 내세우고 있다.

보잉사의 737조기경보기(AEW&C)가 지닌 장점은 현재 호주와 터키에서 동일한 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것. 호주는 2000년 12월 착수해 올해 말에 초도 인도가 이뤄진다. 터키는 2004년 시작돼 2007년 부터 도입이 추진된다. 보잉사 측은 “현재 호주와 터키에서 사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의 경우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 상의 기종으로 실제 운용하고 있는 나라가 한 곳도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보잉사는 현재 한미 양국이 사용하는 소프트 웨어와 동일한 시스템을 갖고 있음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보잉사 측은 “미국의 모든 장비와 연결해 호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동체인 737 시리즈 기종이 세계에 5000대 가량 보급됐기 때문에 부품 호환, 수리, 정비 등에 유리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두 회사의 조기경보기가 지닌 제원은 거의 비슷하다. 체공시간이 9시간, 탐지거리는 전후 330㎞, 좌우 360㎞ 정도다. 보잉사는 노스럽그루먼사의 MESA 레이더를, 엘타사는 자사에서 개발한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왼쪽_미국 보잉사에서 호주 공군에 인도할 조기경보기를 제작하고 있다. 오른쪽_나토에서 운용하는 최신예 조기 경보기인 E-3 AWACS가 유로 2004 축구 경기 때 포르투갈의 공항에 착륙해 있다.

왼쪽_미국 보잉사에서 호주 공군에 인도할 조기경보기를 제작하고 있다. 오른쪽_나토에서 운용하는 최신예 조기 경보기인 E-3 AWACS가 유로 2004 축구 경기 때 포르투갈의 공항에 착륙해 있다.

“더 늦어지더라도 신중히 결정을”

보잉사가 조기경보기를 도입하는 E-X사업을 수주할 경우 F-15K를 도입하는 2차 차세대 전투기(F-X)사업과 함께 한국의 최대 규모 사업을 모두 따내는 개가를 올리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6월 7일 경북 포항에서 추락한 F-15K의 추락 사고가 E-X 기종 선정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관측도 대두됐다.

조기경보기는 선진국가의 표상으로 불릴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인 국가에서는 반드시 갖추는 방어무기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프랑스·영국·사우디아라비아·나토에서 E-3AWACS, 일본에서 E-767AWACS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미국에서 제작한 기종이다. 역시 미국에서 제작한 E-2C Hawkeye 기종은 미국, 이스라엘, 이집트, 싱가포르, 타이완, 일본, 프랑스에서 갖고 있다. 이 기종은 해양 탐지에 탁월한 기능을 보여 해양중심 국가에서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에 도입하려다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스웨덴과 러시아가 자국에서 제작한 조기경보기를 갖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체개발한 조기경보기인 쿵징 2000이 6월 3일 추락, 탑승한 40명 전원이 사망했다. 중국은 이스라엘 등의 국가에서 조기 경보기를 도입하려다 미국의 반대로 막히자, 자체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는 이스라엘에서 제작한 팔콘 기종을 보유하고 있으나 실제 운용하고 있지는 않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E-X 기종 선정에 대해 “이스라엘의 기종을 끼워 넣어 억지 경쟁을 하지 않는가 하는 느낌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체제를 만들기 위해 이스라엘의 기종을 끼워넣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럴 경우 보잉사 기종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도입 시기가 자꾸 늦춰지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 사업은 당초 예정시기보다 2년 여 늦춰졌다. 새롭게 발족한 방위사업청의 첫 대규모 사업으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공군 중령 출신인 김성전 군사평론가는 “보잉이 됐든 엘타가 됐든 사업 자체를 서두르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늦어진다고 국가안보에 크게 구멍이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엘타는 컨셉트 발전 단계이기 때문에 분명 약점이 있다”면서도 “보잉 역시 737기종의 경우 미국 공군에서 표준으로 채택된 것이 아닐 뿐더러 호주에서도 아직 실전 배치되지 않아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기경보기 체제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주국방네트워크 김훈배 대표는 “유사시 안전 때문에 후방에 띄우는 조기경보기의 탐지거리가 350㎞에 불과하면 북쪽의 동향은 파악하지 못하고 남한 지역을 탐지하는데 그칠 것”이라면서 “통일 이후를 고려해 좀 더 기능이 높은 조기경보기를 도입하든지 무인경보기를 도입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