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철도공사 등 추진… 북한 통과·막대한 비용 등 문제로 무산
도라산역의 남북철도 통문 자물쇠가 굳게 닫혀 있다. 독일월드컵 응원열차 계획은 사실상 전면 취소됐다.
월드컵 응원열차 계획이 유야무야된 까닭은 무엇일까. 월드컵 열기가 절정으로 달아오른 최근까지도 월드컵 응원열차가 출발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월드컵 응원열차 계획은 추진 주체에 따라 노선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남한을 출발해 북한, 시베리아(혹은 베이징)를 거쳐 독일로 간다는 큰 그림을 그리며 출발했다. 하지만 월드컵 조별 예선이 거의 끝난 6월 18일 현재까지도 출발 소식은 없다. 응원열차가 한국을 출발해 독일까지 가는 데 대략 15일 안팎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계획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월드컵 응원열차 프로젝트를 계획했던 추진 주체만도 서너 곳에 이른다. 우선 한국코카콜라에서 ‘999 붉은 원정대’라는 이름으로, 999명의 코카콜라 소비자로 구성된 응원단을 열차에 실어 독일로 보낸다는 계획을 가졌다. 월드컵 기간에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과 러시아를 거쳐 독일까지 왕복한다는 것이 코카콜라 측의 계획이었다.
코카콜라 16박17일 대장정 계획
그러나 코카콜라는 이미 올초 월드컵 응원열차 계획을 포기했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시베리아횡단열차(TSR)를 통해 우리나라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 러시아, 독일로 향하는 독일월드컵 응원단을 보내려는 계획이 내부적으로 검토됐지만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서 계획을 백지화했다”면서 “우선 코카콜라의 주 소비계층이 직장인과 학생인데 일정이 16박17일에 이르다보니 참여 가능한 소비자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조류독감을 비롯해 여행 중에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북한의 유동적인 정치 상황 등도 코카콜라측이 밝힌 독일월드컵 응원열차 계획의 무산 배경이었다.
철도공사도 ‘독일월드컵 응원열차’ 계획을 추진했다. 올초 철도공사측은 언론을 통해 ‘월드컵 열차’ 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철도공사측은 “붉은 악마를 태우고 부산을 출발한 전용열차가 휴전선을 통과해 개성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다른 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베를린까지 1만㎞를 운행하는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다가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2월초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에는 “일단 서울에서 개성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간 뒤 개성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다음,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이용하는 방법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열차로 북한을 통과하는 방법에 쉽지 않음을 암시했다.
이후 철도공사는 또다시 아예 북한 통과를 배제하고 비행기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날아간 뒤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하는 방안으로 수정했다. 북한을 아예 배제한 것이다. 물론 이 계획도 얼마 전 완전 백지화됐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월드컵 응원열차계획이 애초부터 비예산사업으로 진행됐는데 타당성 검토 결과 내부적·현실적인 어려움과 대외적 문제가 겹쳐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비예산사업이란 외부 스폰서 기업을 참여시켜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을 말한다. 대외적 문제는 남북 철도 연결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은 것을 뜻한다.
따라서 철도공사가 말한 ‘현실적’ 어려움이란 결국 프로젝트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대겠다는 기업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월드컵 응원열차’ 계획은 북한 통과를 전제로 했지만 ‘북한 통과’라는 이벤트가 사라지면서 스폰서로 참여할 기업도 사라진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평화열차 운행 기대”
실제로 월드컵 응원열차 계획을 함께 하자고 제의받은 기업 측에서는 “마케팅 효과에 비해 엄청나게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며 난색을 표했다.
철도공사측은 결국 사업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섣불리 언론 플레이를 하다가 국민들과 월드컵 팬들에게 깊은 실망감만 안겨준 것이다.
가장 최근까지 월드컵 응원열차 계획을 추진한 단체는 ‘코리안월드서포터스’(회장 문상주)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민간문화사절단으로 월드컵 참가국들을 응원했던 코리아월드서포터스는 지난 3월 부산-평양-시베리아-베를린으로 이어지는 ‘월드컵 평화열차’를 띄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코리안월드서포터스는 5월 24일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평화사절단이 서울에서 합류한 뒤 북한의 평양, 신의주를 거쳐 중국과 몽골, 시베리아 대륙 등 총 8개국을 경유할 것이라는 일정도 예고했다. 베를린에 도착하는 예정일은 월드컵 개막 하루 전인 6월 7일.
코리안월드서포터스측에서는 자신들이 정부기관이나 기업이 아닌, 북한측이 선호하는 민간단체이며 특히 단체를 이끌고 있는 문상주 회장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터라 계획의 성공을 자신했다.
특히 우리나라 외교통상부와 통일부는 물론 하르트무트 코시크 한독의원연맹 회장과 프란츠 베켄바우어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 등으로부터도 협조를 위한 긍정적 답변을 얻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리안월드서포터스의 ‘월드컵 평화열차’ 계획 역시 막판에 사실상 무산되고 말았다. 코리안월드서포터스의 김기홍 사무총장은 “월드컵 평화열차 계획의 성사를 위해 민화협 의장인 문 회장이 수 차례 북한을 방문했지만 결국 이번 월드컵 평화열차를 보내기는 어렵게 됐다”면서도 “그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는 반드시 평화열차를 운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아직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몇몇 단체에서 성급하게 언론에 발표했던 독일월드컵 응원열차 계획은 현재로서는 모두 무산됐다. 기업과 민간단체는 물론 정부 기관까지 설익은 프로젝트를 갖고 성급하게 언론플레이를 시도하다 국민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준 셈이다.
<최성진 기자 cs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