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장마철 청계천 범람할 경우 대처 능력 ‘첫 관문’…
가을 국정감사때 이명박 전 시장과 관계 설정도 주목
5·31 지방선거가 끝난 뒤 첫 번째 월요일인 6월 5일, 한나라당에서는 두 개의 주목할 만한 행사가 열렸다.
우선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서울시장 직무 인수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 다른 하나의 행사는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졌다. 전여옥 의원이 주최한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한 한나라당 발전전략 세미나’였다.
당연히 시청 주변에서는 웃음과 축하가 끊이지 않았다. 반면 국회에서는 자못 심각한 토론이 오갔다. 지방선거 승리라는 하나의 동일한 현상을 놓고 시청에서는 일종의 ‘논공행상’이, 국회에서는 쓰디쓴 충고가 던져진 것이다.
상품성과 스타성 열린우리당 표적
오세훈 당선자 입장에서 본다면 ‘영양가’는 오히려 국회 쪽이었다. 서울시장 당선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오세훈 당선자에 관한 이야기도 언급됐는데, 요점은 앞으로 오 당선자가 열린우리당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것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2007년 대권창출에 위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오 당선자를 거론했다. 목 교수는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그랬지만 열린우리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독점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이라며 “이때 공세의 초점은 사람에게 제일 잘 보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당선자의 상품성이 당선에는 커다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목 교수는 이 상품성과 스타성이 앞으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실제로 오세훈 당선자가 서울시장 벼락당선의 신화를 ‘성공 스토리’로 바꿔 쓰기 위해 앞으로 넘어야 할 산과 고개가 많다.
예정대로라면 오 당선자는 7월 1일 정식으로 서울시장직에 취임한다. 그리고 곧바로 장마와 태풍철이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와 태풍이 무슨 큰 위기가 될 수 있겠냐며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10월 정식으로 개통식을 한 청계천이 맞는 첫번째 장마이기 때문이다. 벌써 약간의 비로 청계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서울시 관계자의 긴장감도 예년과 다르다. 서울시 기획담당관실의 윤종장 팀장은 “5월부터 9월까지를 수해방지대책기간으로 설정했고 그 가운데서도 청계천 범람에 대한 대비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면서 “지난해 개통된 뒤 올해 처음으로 장마와 태풍을 맞는 터라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정경험이, 특히 위기관리 경험이 전무한 오세훈 당선자에게 취임 직후 장마와 태풍은 첫 번째 도전인 셈이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올해 장마철에 오 당선자가 청계천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지켜보면 그가 얼마나 준비된 시장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청계천으로 인해 재난이 발생할 경우, 전·현직 시장 가운데 누군가는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당직자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이면 어디든 대형 재난이나 사고 발생 가능성은 뒤따르게 마련”이라면서 “다만 위기관리 능력에서 빼어난 순발력을 보인 이명박 시장과 달리 오 당선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형사업 갈등·충돌 잘 조정할까?
장마철을 보내고 나면 가을에는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오세훈 당선자를 기다리고 있다. 시장 취임 직후 맞는 국정감사는 오 당선자에게 딜레마이다. 올해 국정감사가 주로 이명박 서울시장 재직기간에 있었던 문제를 지적하게 되느니 만큼 오 당선자 본인은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이 살기 위해 이 시장 감싸기를 소홀히 한다면 이는 곧 오 당선자가 더 이상 ‘기댈 언덕’을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오 당선자가 가을 국감에서 본인이 살기 위해 이명박 시장의 ‘바람막이’ 역할을 거부하는 것은 당에도, 본인에게도 결코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것도 올해 국감까지만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벌어지는 내년 국감에서는 앞서 목진휴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열린우리당의 공세를 오 당선자가 혼자 받아내야 한다.
이밖에도 서울시가 추진할 예정인 대형 사업들도 오세훈 당선자 앞에 줄줄이 놓여 있다.
특히 최근까지 관심을 모았던 서울시 새 청사 착공 여부가 ‘6월 중 착공’으로 최종 결정됐다. 논란을 빚은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골프장의 시민공원화 문제와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 문제, 뉴타운 건설 문제 등도 오 당선자가 취임 직후 해결할 핵심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개발의 요구와 자신의 지론인 환경이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행정경험이 전무한 오 시장이 이런 갈등과 충돌을 얼마나 잘 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노총에서 계획하고 있는 ‘6말7초‘ 파업, 즉 6월 말에서 7월 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대파업 사태에 대한 오 당선자의 대응도 주목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의 결제를 기다리는 대형 현안은 이처럼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안 하나하나가 오세훈 당선자의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평가로 직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업무는 ‘시스템’과 조직이 하는 것이지 오 당선자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오 당선자에게 행정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조직의 수장으로서 요구되는 상황판단 능력과 리더십만 갖추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논리적으로 따져볼 때 맞는 말이다. 거대한 태풍이 몰아쳐 청계천이 범람하더라도 오 당선자의 책임을 따져묻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가 언제나 논리적 구도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오 당선자의 등장과 당선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최성진 기자 cs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