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사
3차대전 후 지구촌 생존 전략
사람들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무척 궁금해한다. 미지의 세계를 미리 알아보고 예측해보고 먼저 경험해보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미래소설, 공상과학영화·애니메이션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를 소재로 한 소설·영화의 공통점은 대부분 미래사회를 암울하게 전망한다는 것이다. 전쟁이나 대재앙으로 인류가 참혹한 지경에 빠지거나 인간이 기계에 맞서 싸우거나 인간이 하나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사람들은 인간성을 처참하게 짓밟힌 채 마치 기계와 같은 취급을 당한다. 그래서일까. 소설과 영화에서 황폐하고 기계화된 인류를 구원하는 방식은 인간의 사랑이다. 그야말로 간편하고 소박한 해결방식이다.
인류의 미래는 정말 암울하기만 할 것인가. 미국의 대표적 역사학자이자 미래연구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워런 와거는 ‘인류의 미래사’라는 책에서 인류의 미래를 인간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간다는 점에서 밝게 전망한다. 물론 독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긍정적인 미래상을 예측한다고 해석하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94년 후인 2200년, 한 노(老) 학자가 어린 손녀에게 지난 200년간의 역사를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자상하게 들려주는 형식을 띠고 있다.
저자가 예측하는 미래 인류 역시 큰 절망에 한 번 빠진다. 2044년,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초거대 기업이 ‘세계무역컨소시엄’을 결성했고, 이어 선진국 수뇌들이 모여 이른바 ‘빈 체제’를 성립해 세계를 몇 개의 특별관할권으로 나눠 통치한다. 미국의 새 대통령인 차베스는 ‘부의 재분배’를 요청하며 빈 체제에서 탈퇴하고, 급기야 미국의 ‘반항’에 유럽이 선제공격을 감행하면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현재 초강대국으로 세계무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이 ‘부의 재분배’를 목청껏 외치며 세계 권력에서 이탈을 자청한다는 대목이 설득력이 부족하지만 이는 미국의 진보학자로 꼽히는 저자가 미국의 태도변화를 바라는 마음에 기인한 설정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아무튼 제3차 세계대전은 세계 인구의 70%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정도로 인류의 크나큰 불행을 가져온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인류가 스스로 이 불행을 극복해낼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가 인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증명된다. 인류의 불행은 이전의 국가간 불평등, 빈부격차, 계급구조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것을 뿌리 뽑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세계당’이 출현해 ‘세계연방’을 이끌어내면서 전 세계를 하나의 법률과 질서로 묶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도 반대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세계당의 법률과 질서는 인류의 획일·동질화를 고착시킬 뿐이라며 인류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작은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다. 결국 세계연방에서 다수당이 된 작은당은 세계연방 해체 작업을 시작했고 세계는 각각의 정치적·종교적 특색에 따라 1000~2000명 정도의 작은 공동체부터 25만 명 이상 규모의 공동체까지 다양하게 갈라진다.
어느 누구도 미래를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을 다각적으로 연구·검토할 때 ‘개연성’을 도출해낼 수 있고 여러 개연성을 조합하면 확정에 가깝게 예측해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저자 스스로 이 책의 성격을 “논픽션 같은 픽션”이라고 압축해 말하지만 이 책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상상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학술적인 연구과정을 거쳐 집필한 것이다. 미래를 서술한다는 점에서 저자 개인의 주관이스며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여러 분야를 연구하고 얻어낸 결과를 픽션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빈곤층 행복을 위한 고민
정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는 1978년 ‘리더십 강의’라는 책을 펴내 리더십을 하나의 학문분야로 개척한 인물이다. 번스는 오늘날 ‘리더십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리더십에 관한 또 하나의 책을 펴냈다.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은 현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이 아닌 21세기를 변혁시키고 올바른 세상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리더십을 논한 책이다.
그러나 ‘변혁’이라는 표현에 너무 집착해서는 곤란하다. 변혁이라 하면 혼란한 세상을 뒤집고 새로운 질서를 마련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변혁의 리더십은 이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본인(리더)이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제도를 확립하는 식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어려움을 떨쳐내고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그들을 변화시키는 식이다. 따라서 저자에 따르면 행복을 생산해낼 수 있는 변혁의 리더십은 감동의 리더십이자 역동의 리더십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21세기에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크고 가장 다루기 힘든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전 세계 빈곤층의 기본적 욕구 해결이다. 먹고살기조차 힘든 그들은 빈곤에서 파생하는 온갖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은 아무런 삶의 의욕도 없으며 행복 추구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창조하고 확장시키는 것, 즉 ‘행복 추구’에 불을 지피게 만드는 것이 21세기 변혁의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저자가 엘리자베스 1세,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간디 등이 보여준 리더십을 조명하는 까닭은 이들의 리더십을 통해 21세기 변혁의 리더십을 배우자는 의도다.
변혁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덕목은 ‘잘 들어주는 것’ ‘잘 들어주는 경청자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만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고민을 진정으로 함께 할 수 있다. ‘잘 들어주는 것’, 그것은 비단 변혁의 리더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무척 강조되는 바이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잘 들어주는 것’이 넓은 의미에서의 변혁의 리더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