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후보자들 저출산·보육·실업문제 해결 이색공약 ‘봇물’
일산에서 출발한 수륙양용버스가 한강으로 접어든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 차들이 줄을 서 있지만, 이 버스는 빠른 속도로 잠실에 도착한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가상의 상황이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수륙양용 버스 도입은 맹형규 서울시장 후보측에서 검토 중인 공약이다. 구체적인 공약으로 드러날지는 아직은 미지수. 한강과 주변도로를 연결하는 도로구조 개편, 수운 이용 교통시간 축소, 경제적 효율성 등의 사전검증이 필요하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단체장 후보의 캠프 사무실에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거창한’ 공약은 아니지만, 이색공약이 오히려 눈에 띄는 경우도 많다.
타지역·외국 사례 벤치마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3월 26일 수원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품앗이 뱅크’라는 이색공약을 꺼냈다. 품앗이 뱅크란 일종의 노동교환은행이다. 여성·노인·학생·실직자 등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물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과 기관에 제공하고, 자신도 다른 사람·기관으로부터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입당식을 겸한 이날 공식 선언에서 진 전 장관은 “반도체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 출신 정치인답게 정책을 펴겠다는 것. ‘반도체 정신’의 CEO 출신 정치인이 맨 처음 ‘획기적으로’ 내놓은 공약이 바로 ‘품앗이 뱅크’다.
이 제도는 일부 지역시민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에서 하고 있는 ‘송파품앗이’, 대전의 한 시민단체에서 하고 있는 ‘한밭레츠’, 광명시 평생학습교육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광명그루’ 등이 그 예다. 이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해 시행하겠다는 것이 진 전 장관의 포부.
품앗이 뱅크가 지닌 장점은 취약계층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 자체가 이윤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아 돈을 지불하지 않고 생필품과 서비스를 얻을 수 있다. 노인들이 이웃집 아이를 돌보고 한자를 가르치거나, 어학능력이 있는 여성이 이웃집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대표적인 예.
영국의 경우 이 프로그램의 참여자 중 25%가 실업자로 추정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진 전 장관측에서 예상하는 참여 인원은 100만 명. 적극적인 뜻을 가진 여성 100만 명과 노인 20만 명, 청년실업자 10만 명 등 130만 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경기도 대안화폐인 가칭 ‘품’을 통해 노동을 나눈다는 것이 진 전 장관 캠프의 생각. 대안화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발행된다. 경기도는 뱅크의 설립과 관리감독, 홍보를 맡는다. 노동교환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고 장소 제공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경기도의 역할이다.
외국의 경우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진 전 장관 캠프의 설명이다. 진 전 장관측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점에서 품앗이 뱅크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복지가 이뤄지도록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진대제 전 장관과 함께 맞설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인 김문수 의원의 ‘캐어 맘(Care Mom)’이라는 이색적인 제도도 돋보인다. 만 24개월이 채 안 된 아이를 갖고 있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영아돌보미’인 캐어맘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를 갖고 싶지만 직장 때문에 선뜻 아이를 갖지 못하는 맞벌이 주부의 경우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인 만 2세까지 경기도에서 책임지겠다는 것이 캐어맘제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24개월 이하 영아 보육 책임져
영아일시보호소에서 보모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아이들.
김 의원측은 특히 만 24개월 미만인 아이에게 적합한 유자격자 캐어맘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예방접종과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보육교사와 간호사가 대상이 된다. 김 의원측은 2007년 상반기까지 우선 1000명의 캐어맘을 양성한 후 연차적으로 확대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 의원측은 “특히 만 24개월 이하의 어린이는 부모가 다른 사람에게 맡기길 꺼려한다”면서 “이 때문에 직장에서 사직·휴직하는 경우가 많아 저출산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아보육의 사각지대인 만 24개월 이하의 어린이 보육에 경기도가 나서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의원측은 “지금까지 부모가 직접 아이를 맡을 사람을 찾아다녔지 공공기관에서 대규모로 캐어맘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제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측은 만 2∼5세의 영유아에 대해서는 기존의 민간 보육시설을 공공 보육시설 수준까지 향상시키고, 특히 맞벌이 부부 아이의 저녁시간대 교육을 위해 ‘시간연장형 보육’에 지원을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김 의원측이 내세운 또 다른 이색공약인 ‘미어캣 프로젝트’는 이름조차 생소하다. 이 공약은 냉혹한 아프리카의 사막에서 자식을 지키기 위해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은 ‘미어캣’이라는 동물의 이름에서 땄다. 경기도 내 전체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내와 등하교 길의 사각지대에 CCTV를 설치하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자는 계획. 교내 안전사고·왕따·학교 폭력·스쿨존 교통사고로부터 학생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의원측의 설명이다. 김 의원측은 “이름은 어렵지만 계획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면서 “이 정책에 대해 일반인들이 긍정적 반응을 많이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이색공약은 저출산·보육·실업 등 사회문제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경북도지사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광원 의원은 임산부를 배려하는 공약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임신을 한 여성에게는 차를 타도 노인보다 먼저 탈 수 있도록 하고, 병원에 가서도 먼저 치료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측은 ‘임산부 보호를 위한 특별조례’를 제정해 임산부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경북처럼 농촌이 많은 지역의 경우 저출산과 고령화가 큰 문제로 대두돼 있는 만큼 임산부를 위한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 태어난 아이도 3세까지는 병원비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파격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것이 김 의원측의 구상이다.
개인의 비만문제를 사회적 현안으로 내놓은 공약도 특이하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맹형규 전 의원은 서울시 비만관리 프로그램인 ‘Slim Seoul System 구상’을 밝혔다. 시민들의 비만문제를 서울시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는 건강관리방안이 이 구상의 핵심이다. 시민 누구나 서울시의 보건소나 구립체육센터,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운동처방사와 의사로부터 무료로 건강상태나 기초체력을 검사받고 비만의 원인에 따라 적합한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임대
맹 예비후보는 “시민들의 비만문제가 더 이상 개인 차원에만 머물 수 없기 때문에 서울시 차원의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맹 후보측은 비만관리단계인 1단계 검진에서 2단계 처방, 3단계 실제행동까지 서울시가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간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만약 이 정책이 현실화되면 건강검진을 하면서 운동처방사가 직접 운동처방을 내리고 개인별 검진·처방·관리DB화 등의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등 종합적 관리체계가 마련된다. 맹 후보는 “운동처방을 받은 시민들의 경우 각 직장이나 가정에서 인접한 구립 체육시설이나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설·장비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이 구상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그야말로 눈에 ‘번쩍’ 띄는 공약을 냈다.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겠다는 것. 홍 의원은 지난 2월 ‘건물은 분양하고 토지는 공공기관이 임대’하는 제3의 방식을 통해 서울시의 주택문제를 해소하겠다는 ‘획기적인’ 안을 꺼냈다. 기존의 공공 임대주택이나 민간분양 방식이 아닌 제3의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홍 의원은 “부동산투기의 원인은 토지개발이익, 즉 토지불로소득을 기대하는 가수요 때문”이라면서 “토지와 건물을 분리하는 제3의 방식을 서울시 산하 도시개발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에 적용하면 평당 500만∼600만 원대 이하로 아파트 값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이 내세운 주장은 건물은 분양하고 토지는 매달 지대를 내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시공단가가 평당 600만 원대 이하가 된다는 것이다.
‘아파트 반값’이라는 ‘이색공약’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경제를 전혀 알지 못해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역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는 “아파트 반값 등의 공약은 사기”라고 말했다.
홍 의원측은 외국 선진국에서도 제3의 방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면서 이색공약인 것 같지만 전혀 이색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측은 “일반인에게 아직 이색적이지만 현실적인 공약이자 홍 후보의 핵심공약”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