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으로 추위도 털고 스트레스도 이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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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으로 추위도 털고 스트레스도 이기고

입력 2005.12.27 00:00

동지가 초순(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하순)에 들면 노동지라 하고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고 팥시루떡을 쪄서 먹었다. 올해는 날짜를 헤아려보니 중동지라, 새알심 동동 띄운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누어 먹으면 좋겠다. 하지만 세월이 변해 팥죽은커녕 동지가 되었는지조차 모르는 채 지나가는 이가 많다.

부산 삼광사 신도들이 대형 솥에 4만5000명이 먹을 수 있는 팥죽을 끓이고 있다.

부산 삼광사 신도들이 대형 솥에 4만5000명이 먹을 수 있는 팥죽을 끓이고 있다.

옛날에는 동지를 ‘다음해가 시작되는 첫날’ 또는 ‘작은 설’이라 해서 큰 명절로 꼽았다. 궁중에서는 이 날을 설날과 함께 으뜸되는 축일로 여겨 군신과 왕세자가 모여 회례연을 베풀고 관상감에서 만든 달력을 모든 벼슬아치들에게 나눠주었다. 민가에서는 아낙네들이 버선을 새로 지어 시어른께 드리고 지난 1년 동안에 진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물론 팥죽으로 역귀를 쫓는다 하여 벽이나 문짝에 바르기도 했다.

그런데 왜 동짓날에 팥죽을 쑤었을까. 그 유래 중 하나는 이렇다. 신라시대에 젊은 선비가 살았는데 심성은 착하나 집안이 무척 궁핍했다. 어느날 과객이 선비를 찾아와 하룻밤 묵어가길 청하매 편안히 쉬어가게 했더니, 그 과객이 종종 선비 집에 들러 벼를 심으라 고추를 심으라 충고를 해주었다. 한데 이상하게도 벼를 심으라 하면 벼 풍년이 들고 고추를 심으라 하면 고추농사가 아주 잘되어 금방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선비는 점점 몸이 야위었고 급기야는 병색이 짙어 언제 죽을지 몰랐다. 이에 스님에게 연유를 물어본즉 과객의 정체는 도깨비니 그를 쫓으려면 집안 구석구석에 백마의 피를 뿌리라 했다. 그후로도 해마다 동짓날이면 이 과객이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는지라 선비는 백마의 피 대신 팥죽을 쑤어 집에 뿌렸다는 것이다.

‘동지한파’라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동지 때 팥죽을 먹는 것은 건강면에서도 권할 만한 풍습이다. 따뜻한 성질을 지닌 팥에는 단백질, 지방, 당질, 섬유질뿐만 아니라 비타민B1이 풍부하다. 체내에서 비타민B1이 부족하면 각기병을 비롯해 신경, 위장, 심장 등에 여러 가지 불편한 증세가 나타나며, 특히 식욕부진이나 피로감, 수면장애, 기억력 감퇴, 신경쇠약 증세으로 고생하기 쉽다. 따라서 팥은 이런 증상을 다스리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나 수험생들에게 더욱 좋다.

또 ‘명의별록(名醫別錄)’에는 팥이 한열과 속이 열(熱)한 것을 다스리고 소갈(요즘의 당뇨병)에도 좋다고 했으며 ‘약성본초‘에서는 열독을 다스리고 악혈을 없애며 비와 위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붉은팥 삶은 물은 숙취 해소와 부종, 젖이 부었을 때 효과적이며, 변비에는 팥과 다시마를 함께 넣고 삶아 설탕을 섞어 먹으면 된다.

조성태<한의사·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

팥죽

■재료

[FOOD]팥죽으로 추위도 털고 스트레스도 이기고

붉은팥 300g, 불린 쌀 1과 1/2컵(또는 쌀 1컵) 물 18컵, 소금 1과 1/2작은술, 찹쌀과 쌀을 2:1 분량으로 섞어 물에 불려 가루를 낸 것 2컵, 찬물 3/4컵.

■요리법

1. 쌀은 씻어서 30분 정도 불린 후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빼고 팥은 씻어서 냄비에 담고 팥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끓인 뒤 부르르 끓어오르면 물을 따라 버린다.
2. 여기에 다시 물 8컵을 부어 1시간 정도 삶는다.
3. 푹 무르게 삶은 팥을 뜨거울 때 주걱으로 으깨고 체에 물 10컵을 조금씩 부어가며 걸러서 껍질은 버리고 앙금은 가라앉힌다.
4. 냄비에 가라앉힌 팥의 웃물만 부어 끓인다.
5. 끓어오르면 불린 쌀을 넣고 주걱으로 한 번씩 젓는다.
6. 쌀알이 완전히 퍼질 때까지 끓인다. 쌀알이 퍼지면 팥 앙금을 넣어 잘 어우러지게 저으면서 끓인다.
7. 찹쌀과 쌀을 섞어서 가루낸 것에 찬물 3/4컵을 부어 반죽한 다음 지름 12㎝ 정도의 새알심을 동그랗게 빚어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