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운동회
초등학생 시절 가을이면 운동회를 했던 기억이 날 것이다. 초등학생들에게 가을운동회는 큰 행사 중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초등학교를 둘러싼 동네 축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민들의 항의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소음이 크고 쓰레기 천지가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혼다코리아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어릴 적 가을운동회를 회상했다. <편집자>
혼다코리아 편 엄지환(31·영업팀), 심영하(31·CS기획팀), 신상규(27·마케팅팀), 배윤미(25·영업팀), 김소영(25·사업관리팀)
김소연: 여기서 제가 제일 어리네요? 그래도 우리 때만 해도 가을운동회는 신났어요. 우린 주로 무용을 했어요. 사실 무용연습하는 게 짜증나긴 했죠. 가을에 운동회를 하니까 대개 여름부터 준비하잖아요. 더워 죽겠는데 만날 운동장에 세워놓고 연습하라고 독려했으니까요.
심영하: 무용이요? 부채춤을 말하는 건가요?
김소연: 부채춤은 한 번도 한 기억이 없는데요.
심영하: 우리 땐 부채춤이 빠지지 않았는데…. 세대가 다르군.
배윤미: 부채춤은 주로 고학년이 하죠. 저학년은 쉽고 간단한 거 하잖아요.
심영하: 흰장갑 끼고 매스게임은 안 했어요?
김소연: 매스게임이 뭐예요? 전 그런 거 몰라요.
엄지환: 전 고향이 부산인데요. 부채춤이나 매스게임, 아니면 소연씨가 말한 무용 같은 건 중앙에서나 할 수 있는 거죠. 당시 부산만 해도 소품을 쉽게 구입할 수 없었어요. 부채도 제대로 된 것은 부잣집 아이들이나 볼 수 있었죠. 우리 서민은 기껏해야 판자 정도? 그것으로 안무를 했어요.
신상규: 오자미 던지기 같은 건 안 했어요? 그걸로 박 깨고….
엄지환: 그 정도야 하죠. 지방을 너무 무시하네? 하하. 좀 웃자고 한 얘기였는데 설마 믿는 건 아니죠?
김소연: 부산은 가을운동회 하면 어땠어요?
엄지환: 그야말로 지역화합의 장이었죠. 동네 어른들 모두 모여서 아이들 재롱떠는 거 구경했으니까요.
신상규: 일종의 축제였군요? 서울도 마찬가지예요. 동네가 전부 흥겨웠는데.
엄지환: 그런데 지금은 운동회를 하지 말라고 난리라면서요? 안타까워요. 우리 동네 사람들도 시끄럽고 쓰레기 쌓이고 주차문제 걸리고 해서 운동회를 안 했으면 하더라고요.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인지.
배윤미: 삼삼오오 모여서 집에서 만들어온 음식 나눠 먹는 재미도 있었잖아요.
심영하: 김밥 생각나잖아요. 지금이야 김밥을 아무 분식집에 가면 먹을 수 있지만 그때는 김밥을 1년에 두 번 먹을 수 있었잖아요. 소풍과 운동회 때.
배윤미: 반장은 선생님 거 꼭 싸오잖아요.
신상규: 싸오라고 하는 선생님도 있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담임선생님이 저보고 김밥을 싸오라고 하더라고요.
배윤미: 혹시 반장? 아님 공부를 잘했나봐요?
신상규: 그건 아니고요. 어렸을 때 좀 살았어요.
엄지환: 아, 눈앞이 캄캄해진다. 좀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한테 무슨 얘기를 어떻게 이끌고 가야 할지 모르겠다. 하하.
신상규: 하하. 그런 소리 하지 말고요. 지환씨는 운동 잘했을 것 같은데?
엄지환 운동은 조금씩 다 해요.
심영하: 그래요? 그럼 인기 많았겠네요? 운동회 때는 운동 잘 하는 사람이 왕이잖아요.
김소연: 특히 계주가 생각나요. 계주는 가을운동회의 꽃이죠.
엄지환: 계주를 떠올리면 아픈 기억이 또 살아나요. 제가 한 번은 반 대표로 계주에 나갔어요. 마지막 주자였는데 그만 달리다가 넘어졌어요. 그래서 우리 반이 꼴찌를 했죠. 저한테 쏟아지는 그 무수한 비난과 욕설들…. 넘어진 사람한테 ‘괜찮냐’고 걱정해주지는 못할망정 넘어졌다고 엄청 야단치는데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그 이후로 절대 계주에 나가지 않았어요. 어린 나이에 큰 상처였죠.
신상규: 얼른 일어나서 다시 달리지 그랬어요? 저 초등학교 때 우리 반의 마지막 주자가 지환씨처럼 달리다가 넘어졌어요. 근데 그 친구가 다시 일어나서 다 따라잡고 1등을 하는 거예요. 감동 두 배였어요. 그 친구에게는 찬사가 쏟아졌죠. 완전 영웅이 되었어요.
심영하: 지환씨는 보나마나 안 일어났을 거야. 그렇죠?
엄지환: 전 넘어졌을 때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아예 못했어요. 일단은 너무 창피했으니까요.
심영하: 그러니까 욕을 먹은 거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격려를 받았을 거예요.
배윤미: 전 달리기를 못해서 반 대표로 계주에 나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심영하: 혹시 차전놀이나 기마전 같은 거 안 했어요? 우리 땐 그뿐만 아니라 가장행렬도 했어요.
김소연: 가장행렬이요? 화려하게 했나보다. 그건 준비하는 데도 꽤 힘들 것 같은데.
심영하 준비만 힘든가요? 그 후에도 힘들지. 하하. 선생님들 흉내를 냈거든요. 선생님들 본인이 모르는 모습을 희화했던 거죠.
신상규: 그 결과는 안 들어도 알겠다. 하하.
심영하: 한 달 동안 선생님들한테 무척 시달렸어요.
엄지환: 전 혹시 회사 차원에서 장기자랑이나 축제 같은 거 하면 사장님 혹은 부사장님 흉내를 내려고 했는데 관둬야겠다.
김소연: 만약 흉내내다가는 한 달 동안 시달리다가 결국 잘릴지도 몰라요. 하하.
심영하: 아마 퇴사할 때까지 힘들지도 몰라요.
배윤미: 설마요. 그때 아이들을 구박한 선생님들 속이 좁은 거죠. 지금은 그런 선생님이 없을 거예요.
심영하: 아무튼 그거 준비하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한 달 전부터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에는 운동회 연습시키는데… 날은 덥고 몸은 힘들고 죽겠더라고요. 그렇게 연습하다보면 운동회는 나를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고, 자연스레 연습하는 데 성의가 없어지더라고요. 가장행렬은 재미있었어요. 그건 우리가 기획한 것이고 우리끼리 따로 연습했으니까요.
엄지환: 난 왜 자꾸 학예회를 운동회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신상규: 어린 나이에 정말 많은 걸 생각했다? 조숙했나봐요? 아니면 인생이 회의적이라는 걸 일찍 알았는지.
심영하: 그건 물론 지금 생각이죠. 당시에는 힘들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이걸 왜 하나, 라는 생각은 했을 거예요.
엄지환: 운동회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나서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요즘은 운동회 한다고 떠들썩하게 움직이는 학교가 잘 안 보여요.
배윤미: 하더라도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 부모들이 참석을 잘 못한다잖아요. 김밥도 분식점에서 사서 싸준대요.
신상규: 제가 아는 아이는 하고 싶어도 학교 운동장이 너무 좁아서 못했다고 했어요.
김소연: 그것도 문제네요. 요즘 초등학교 운동장은 별로 넓지가 않아서.
신상규: 그래서 운동장이 큰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그 학교에 가서 했다고 하네요. 별일이 다 있어요.
배윤미: 일부에서는 운동회를 공휴일에 하는 방안도 내놓던데요. 만약 공휴일에 하면 더 난리날지도 몰라요. 오랜만에 쉬려는데 못살게 군다면서요. 하하.
김소연: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운동회에 대한 느낌이 달라요.
심영하: 운동회를 중·고등학교 때도 해요?
김소연: 안 하나요? 우린 했는데.
배윤미: 중·고등학교 때는 체육대회겠죠.
엄지환: 운동회가 고사 직전까지 몰린 이유 중 또 하나는 요즘 아이들이 뛰기를 싫어한다는 데 있대요. 패스트푸드 좋아하고 몸이 비대하고…. 운동회 대신 선생님이랑 어디 공원 같은 데 가서 맛있는 음식 먹고 헤어지는 걸 더 좋아한다네요.
심영하: 지금은 그리고 부모님과 같이 뛰어 놀고 줄다리기 하고 엄마 손 잡고 달리기 하고 그런 광경을 쉽게 볼 수 없잖아요. 그나마 운동회에서 해야 할 텐데….
신상규: 사실 학교 다니면서 기억나는 거 뭐 있나요? 소풍과 운동회가 가장 기억에 남죠. 아이들 추억을 위해서라도 계속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배윤미: 맞아요. ‘맛있는 거 먹는 날’이 가장 기억에 남죠.
김소연: 요즘은 맛있는 게 하도 많아서 그런가? 꼭 그런 날이 아니어도 언제든지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신상규: 그보단 운동회는 축제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런 축제의 장이 자꾸만 사라지면 인간성이 점점 더 메말라갈 것 같아요.
심영하: 아파트 주민들이 싫어하는 이유가 확성기나 호루라기 소리, 그리고 쓰레기잖아요?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좋을 텐데요.
신상규: 아파트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집값이 많이 다르잖아요? 그런 건 심하게 따지면서 왜 아이들 운동회는 못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심영하: 동네 주민들이 다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정말 그날 하루만큼은 들뜬 기분으로 보낼 수 있게요.
김소연: 그러려면 기획을 아주 잘해야지요.
배윤미: 그래도 하자고 하면 다들 하던데요? 우리도 그렇잖아요. 얼마 전에 회사 체육대회 때 사람들 많이 참석한 거 보세요. 사실 토요일에 체육대회 하자고 나오라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런데 가족을 동반하니까 다들 무척 즐거워 했잖아요. 전 그렇게까지 호응이 좋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전부 미친 듯이 뛰고, 뒹굴고, 웃고, 떠들고….
김소연: 아이들도 너무 게임에만 몰입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뛰어 놀았으면 좋겠어요. 집에서 게임하고 학원에서 공부하고 운동을 안 하니 아이들 스스로 운동회를 싫어할 수밖에 없죠.
엄지환: 운동회는 단연코 이어져야 해요. 추억은 돈 주고도 살 수 없어요. 운동회가 시시하거나 심지어 없어진다고 하면 지금 아이들은 나중에 우리처럼 운동회를 추억하면서 이렇게 웃고 떠들 수 없잖아요.
<정리/임형도 기자 사진/김석구 기자>
| [우리 회사는요!] 사는 기쁨, 파는 기쁨, 만드는 기쁨 혼다코리아(주)는 2001년 혼다 현지법인인 ‘Honda Motorcycle Korea(주)’로 출범했다가 2003년 자동차사업 진출을 계기로 사명을 혼다코리아(주)로 변경했다. 2004년 5월 다이내믹 스포티 세단인 ‘어코드’를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도시형 SUV ‘CR-V’를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 혼다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판매된 혼다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모델 어코드와 CR-V는 판매 개시 불과 1년여 만에 국내 수입차 빅에 포함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혼다의 도시형 SUV ‘CR-V’는 출시 이후 1년 동안 단 한차례도 수입 SUV부문 판매율 1위(12개월 연속) 를 놓치지 않고 현재(9월까지 누적수치)까지 총 1205대가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8월에는 2006년형 CR-V 의 판매를 개시, 수입차 베스트셀링 SUV인 2005년형 CR-V 의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운전자의 안정성을 높인 New 2006 Accord 를 선보였다. New 2006 Accord는 한층 더 진화한 다이내믹 스포치 세단으로, 출시하자마자 월 214대가 판매되며 다시 한 번 혼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혼다의 기본 이념인 3가지 기쁨(사는 기쁨, 파는 기쁨, 만드는 기쁨)을 철저하게 실천, 고객으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1세기를 맞이하여 글로벌 브랜드 이념을 추구하는 ‘The Power of Dreams’라는 슬로건으로 사람과 지구에 최적이고 혼다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가진 상품과 서비스 창조를 통하여 고객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박종석<자동차사업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