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소설
중·단편소설의 역사를 꿰뚫다
과거, 장편소설을 배제하고 단편소설만 전집 형태로 묶은 것으로는 1975년 정한출판사에서 펴낸 ‘한국대표단편문학전집’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이 전집은 이광수의 소설부터 당시까지의 단편문학을 총망라했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후에는 이렇다 할 만한 전집은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정한출판사의 전집은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소속 작가들의 작품과 월북작가들의 작품이 몽땅 빠졌다는 한계가 있다. 창비에서 펴낸 ‘20세기 한국소설’은 그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물론 ‘20세기 한국소설’이 1995년 동아출판사에서 신소설부터 당시까지의 한국소설을 담아 출간한 100권짜리 ‘한국소설문학대계’를 압도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한국소설문학대계는 카프문학과 월북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한국소설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편소설도 모두 담았던 것이다.
앞서 말했듯 ‘20세기 한국소설’은 1920년대 작품부터 시작한다. ‘혈의 누’나 이해종의 ‘자유종’(1910)과 같은 신소설은 계몽성에 경도돼 있었고 1910년대의 소설은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므로 그때까지는 우리나라 소설문학의 실험기라고 할 수 있다.
실험기를 거쳐 1920년대에 들어와 ‘동인지 시대’를 열면서 한국 소설은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김동인이 ‘창조’를 중심으로, 현진건과 나도향이 ‘백조’를 중심으로, 염상섭이 ‘폐허‘를 중심으로 활약했다. 이들은 식민치하의 현실을 다양한 형식 속에 녹여냈다.
1930년대는 한국소설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기영·한설야·김남천 등의 카프와 이태준·박태원·이상 등의 ‘구인회’, 최명익·유항림 등의 ‘3·4문학’, 그리고 김유정·이효석 등의 순수문학 쪽까지, 1930년대는 그야말로 “문학적 풍요로움을 일구어낸 시기”(문학평론가 임규찬)였다.
일본의 극심한 조선말살정책으로 침체해 있던 한국소설은 광복 후 다시 기지개를 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전후의 상황을 그려낸 작품이 다수 발표되었는데 송병수의 ‘쑈리 킴’, 이범수의 ‘오발탄’, 전광용의 ‘꺼삐딴 리’, 하근찬의 ‘수난이대’ 등이 이에 속한다.
한편으로는 전후의 혼란스럽고 폐허에 가까운 심리를 그려낸 작품도 있는데 손창섭의 ‘비오는 날’ ‘잉여인간’, 서기원의 ‘암사지도’ 등이 대표적이다.
1960년대는 1930년대 못지않게 한국소설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다. 1960년대 작가군의 맨 앞자리에는 ‘무진기행’과 ‘서울, 1964년 겨울’의 작가 김승옥이 있다. 김승옥의 감수성과 문체는 그 이전이나 당대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동시대에 등장한 이청준, 이제하, 서정인, 박태순 등도 주목할 만하다.
‘20세기 한국소설’의 2차분에 대해서는 현재 “선정작업 중”이라고 창비측은 밝혔다. 기회가 되면 장편소설만 따로 분리해 이에 걸맞은 전집을 출간했으면 한다. 염상섭의 ‘삼대’, 이기영의 ‘고향’, 한설야의 ‘탑’ ‘황혼’, 박태원의 ‘천변풍경’, 채만식의 ‘태평천하’, 안수길의 ‘북간도’, 이호철의 ‘소시민’과 같이 한국소설에는 뛰어난 장편도 많기 때문이다.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
아름다움과 평화 그리고 휴식
이 책은 바르비종파 화가들과 풍경화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세 명의 저자는 각각 바르비종 지역을 답사하고(류승희), 바르비종파를 이해하기 위해 전 단계의 풍경화 역사를 점검하고(노성두), ‘바르비종의 일곱 별’로 분류되는 화가들을 중심으로 바르비종파를 심층 분석한다(김영숙).
신과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던 바르비종파 이전의 화가들, 브뢰겔이나 푸생, 루벤스 등은 있는 그대로의 풍경화가 아닌 관념적인 풍경화를 그렸다. 풍경을 신과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에 어울리게 가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르비종파 화가들은 바르비종 지역에 기거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는 퐁텐블로 숲이나 농부들, 가축들을 보이는 대로 화폭에 담았다.
밀레의 ‘만종’ ‘이삭 줍는 여인들’, 테오도르 루소의 ‘숲속의 연못’, 콩스탕 트루아용의 ‘목장의 소와 양떼’, 샤를 에밀 자크의 ‘경작’ 등 바르비종파 화가들의 풍경화에는 아름다움과 평화가 깃들어 있다. 이들 풍경화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는 풍경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바르비종파 화가들의 작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