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통번역센터 링크’ 김나현 센터장 “언어장벽으로 인한 차별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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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동료 시민들에게 알려주세요!”

올해 설 연휴 전날인 1월 23일부터 27일까지 소셜미디어(SNS)에 15개 언어로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수칙’ 포스터가 공유됐다. 이 기간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한국어·중국어·영어 포스터 외에 베트남어·타갈로그어·캄보디아어·네팔어·러시아어·일본어·인도네시아어·미얀마어·스리랑카어·태국어·방글라데시어·우즈베키스탄어 등 13개 버전이 더해졌다. 부산에 있는 ‘이주민통번역센터 링크’가 손수 내놓은 번역물이었다. 김나현 링크 센터장(46)은 “200만 명이 넘는 한국의 이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활동가들이 힘을 모았다”고 했다. 김 센터장도 베트남에서 온 이주민이다. 1995년 산업연수생으로 부산에 와 3년간 일했고, 한국인과 가정을 꾸렸다.

[주목! 이 사람]‘이주민통번역센터 링크’ 김나현 센터장 “언어장벽으로 인한 차별 없어야”

2012년 문을 연 링크는 이주노동자·결혼이민자·난민 등 이주민들에게 모국어 통·번역을 지원한다. 부산·경남 이주노동자 인권단체 ‘이주민과 함께’가 의료팀을 운영하다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부설기관 링크를 설립했다. 15개 언어 50명의 이주민 활동가가 참여한다. 주력 분야는 의료통역. 지난해부터는 부산대병원과 부산의료원에 베트남어·중국어·영어 통역활동가를 파견하고 있다. 올해는 2년 전부터 진행해온 사법통역 전문교육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저 역시 이주여성으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우연한 기회에 ‘이주민과 함께’에서 일하게 됐어요. 이주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었죠. 이주여성 교육상담, 이주노동자 지원 분야를 거쳐 2018년 중순 링크에 왔어요. 그러고보니 부산에 산 기간이 베트남에 있던 기간보다 훨씬 길어졌네요.(웃음)”

매 순간 통·번역 지원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일요일마다 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진료소를 찾은 한 이주노동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다른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를 내밀었다. 진단서에는 ‘담낭염이 있어 다른 병원에 가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노동자는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병원에 다녀온 뒤에도 며칠간 혼자 앓기만 했다. 그는 무료 진료소에서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언어소통만 잘 됐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겠죠. 임금체불 같은 경우도 말이 잘 안 통하다보니 자신이 생각한 체불임금보다 적게 받거나 아예 못 받는 경우가 있어요. 미리 링크에 지원신청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일이 다 끝난 후에 이야기를 듣게 되니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사업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업체로 옮길 수 없는 게 현실이에요. 이주노동자들이 나중에 본국에 돌아가더라도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노동자답게 일하고, 원하는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링크는 언어장벽으로 인한 차별을 뛰어넘는 사회를 꿈꾼다. 김 센터장은 “한국에 사는 이주민으로서 어떻게 한국인과 이주민들이 어울려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좀 더 동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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