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눈]안철수는 ‘새정치’를 버려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이다.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일주일 동안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도 ‘안철수’다. 무려 9만7000회가량 언급됐다.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 키워드를 1만여건 웃도는 수치다.

‘안철수’와 함께 언급된 연관어에는 부정어 분포가 압도적으로 많다. 긍·부정 분류가 가능한 언어 분포 비율은 긍정 25% 대 부정 55%다. 4·19, 5·18 정강정책 논란 이후 그동안 우호적이었던 지식인들마저 돌아선 데다 한상진 교수의 ‘문재인 정계은퇴’ 발언 때문에 문재인 지지자들의 집중공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 무공천 논란이 거세게 인 것도 안철수 대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무공천 논란에 대한 대응은 매우 경직돼 있다. ‘무공천=새정치’라는 도그마는 국민들을 큰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약속을 깬 새누리당의 더 큰 잘못은 논외로 한다). 무공천을 통합의 명분으로 삼은 것도 문제였지만,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은 우격다짐으로 일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대표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는데도, 반전의 모멘텀을 찾기 위한 실사구시적인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새정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정치의 본질을 왜곡하는 근본주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전략적 유연성이 개입할 자리가 없다. 근본주의는 ‘서생의 문제의식’에 매몰돼 ‘상인의 현실감각’을 잃는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무공천이 잘못된 일이라거나, 공천을 하면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새정치라는 구호 아래 정치의 본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 규제정보국장을 지낸 캐스 선스타인은 <심플러>라는 책에서 정치학자 러셀 하딘의 ‘극단주의의 절름발이 인식’이라는 말을 인용한다. 추상적인 어떤 신념의 노예가 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하딘은 “많은 극단주의자들이 극단적인 견해를 견지하는 것은 그들이 어리석거나 미쳐서가 아니라 그들이 좁은 범위의 사람들에게서 배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공천이 약속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새정치이고,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패배를 한다고 해도 이를 지키는 것이 숭고한 일’이라는 설명은 도무지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과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공천 방침을 밝힌 상황이라 무공천 프레임은 거의 난수표 수준이 되었다. 기호 2번이 사라진 투표용지를 받아든 국민 가운데 대다수는 무공천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정치적 선택은 민감한 반응성과 상호작용 속에서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안철수 대표는 무공천 원칙만 되뇔 것이 아니라 당원과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출구전략을 내놔야 한다. 신경민 의원이 제기한 토론과 공론화 과정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이 경선룰로 채택한 공론조사 방식을 무공천에 적용하는 것이다. 가령 당원과 일반국민 1000명을 선정해 밤샘 끝장토론을 벌인 뒤 투표를 해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새누리당이 약속을 깬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단순하고 명징한 결론을 끌어내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무공천 위기를 돌파하는 결단력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반전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승찬의 눈

‘새정치’는 안철수 대표의 상징이다. 그리고 진짜 새정치는‘도그마로서의 새정치’를 버릴 때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유승찬 소셜미디어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