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19)초고령화 사회 재택의료는 필수서비스

수년간 의사, 가정간호사, 사회복지사와 한팀을 이뤄 방문진료를 했던 경험이 있다. 5세 아동부터 90세가 넘는 고령 환자까지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짧은 여생이지만 집에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와 그보다 더 중요한 전인적인 돌봄을 제공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헌신적으로 일한 고마운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칼럼에선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의료제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치과의사가 의료 서비스 대상자의 집에 직접 방문해 검진을 하고 있다.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재택의료

의료서비스는 주로 소비자인 환자가 공급자인 의사가 근무하는 병의원을 찾아가 받는 행위들이다. 다양한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몸이 불편하지만,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 방문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 하지만 여러 상황으로 인해 병원에 가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가 되는 바람에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기가 어려운 수많은 환자가 있었다. 좀더 범위를 넓게 잡으면 장애가 있거나, 직장·육아 등 많은 상황이 병원 방문을 어렵게 한다. 그중 가까운 미래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서비스로, 거동이 어렵고 도와줄 사람이 없는 고령층을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의료서비스(이하 재택의료)가 있다. 현재 재택의료는 전문가정간호사로 꾸린 가정간호서비스가 큰 축을 이룬다. 다양한 직종의 팀을 기반으로 해서 투석환자, 결핵환자, 심장질환, 중증소아환자 등 다양한 환자에 대한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상환자에 따라 시범사업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의사를 포함한 관련 종사자들이 환자의 집을 찾아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프로세스다. 이런 단순한 절차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초고령화 사회의 대한민국, 독거노인이 늘어가는 대한민국,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지금의 대한민국을 묘사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재택의료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 환자가 병원에 들러야만 하는 의료시스템 안에서는 거동이 힘든 노인들을 모시고 진료를 보는 행위가 여간 큰일이 아니다. 동일한 처방전만 반복적으로 받을 경우 보호자가 대신 진료를 보는 ‘대진’도 일부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은 환자의 상태를 의사가 직접 체크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상태 변화는 물론이고, 정기적으로 검사가 필요할 경우와 소변줄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 등에서도 환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병원 진료실로 힘겨운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그렇다고 제도적으로 고령의 독거환자들을 위한 요양시설을 확대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환자들은 여건이 허락한다면 마지막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기를 희망한다. 따라서 집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들을 최대한 확대해 형평성을 꾀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모습. 간호사가 중증장애인 집에 방문해 의사와 영상통화를 하며 협진을 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제공

장애인복지관에 있는 경증장애인의 만성질환을 병원에 있는 의사가 영상을 통해 체크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제공

코로나19로 대면의료서비스 사업들이 많이 위축됐다. 그나마 재택의료의 명맥을 유지하던 가정간호 서비스도 많이 위축됐다. 재택의료와 관련된 다른 시범사업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는 모르나 2년 넘게 코로나19를 경험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한 지금 시점에서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적극적으로 열어야 한다. 재택의료와 관련된 시범사업들도 활발히 재개해야 한다. 진료과나 환자별로 이뤄진 산발적인 재택의료 시범사업들을 아우르는 통합관리시스템도 필요하다. 지금 시행 중인 다양한 재택의료 시범사업은 그동안 실무를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환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작한,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서비스들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수 있으려면 공공의료의 제도권 안에서 이 퍼즐 조각과 같은 시범사업들을 본사업으로 짜맞출 수 있도록 적절한 의료자원과 인력, 비용을 제공하기 위한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적자나 손해를 보는 사업은 계속되기 어렵다. 재택의료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의료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한테 돌아갈 수 있도록 보상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의사 적고 고령층 많은 지방… IT가 해답

지방 중소지역의 취약한 의료서비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방의 인구분포는 수도권보다 더욱 빠르게 고령화돼가고 있다. 그나마 거동이 가능한 경우 교통편을 이용해 수도권 중심지의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이 또한 불가능하다. 이러한 기조는 쉽게 바뀌기 어렵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최대한 많은 환자가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재택의료의 경우도 지방의 거동 불편 환자들을 위해 지방 보건소와 병의원 종사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수요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CF나 영화에서 보던 미래의 의료서비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의료서비스 취약지역의 경우 첨단 IT 기술 활용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원격의료와 혈압·혈당·심전도 등의 단순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약 배송, 환자의 응급상황 자동 탐지를 통한 응급출동 등에 지역 보건소나 119의 IT서비스 자원을 활용해 부족한 의료서비스를 메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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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의료는 고령화 사회를 준비해야 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수단이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존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다.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이란 여정의 끝자락에서 어쩌면 누군가 겪을지도 모르는 참담한 미래를 막아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길 기대한다.

<이용주 경기 행신동 세란가정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