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잘하는 리디아 고, 너무 못하는 우즈

세계 골프계가 새해부터 술렁이고 있다. ‘골프 천재’에서 ‘골프 여제’로 성장하고 있는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8·캘러웨이)에게는 아낌 없는 박수를, ‘골프 황제’에서 ‘주말 골퍼’로 전락한 타이거 우즈(40·나이키골프·미국)의 부진에는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리디아 고는 2월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해 11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3개월 만의 우승이다. 2012년 1승, 2013년 1승, 2014년 3승을 올린 그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거둔 2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6승째를 수확했다.

리디아 고는 세계 골프 역사를 갈아치우고 있다. 2012년 1월 14세 9개월의 나이로 호주여자골프 뉴사우스웨일스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남녀 프로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작성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캐나다여자오픈에서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이듬해 뉴질랜드여자오픈에서 유럽여자프로골프(LTE) 투어 최연소 우승, 작년 3승을 거두면서 LPGA 투어 최연소 신인왕, 올해 남녀 프로골프 역대 최연소 세계랭킹 1위 등을 기록했다.

새해들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리디아 고(왼쪽)와 타이거 우즈. | AP연합뉴스

거침없는 질주, 전설이 될까
LPGA 통산 41승(메이저 10승)을 거두며 지금도 필드를 누비고 있는 베테랑 카리 웹(41·호주)은 리디아 고에 대해 “세계 1위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다. 특히 17세에 이를 해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리디아 고는 1997년 4월 24일생이다. 아직 만 18세도 되지 않았다. 그는 18세 이전에 LPGA 투어 6승을 포함해 9승을 올렸다.

L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LPGA에서 통산 72승을 거둔 아니카 소렌스탐(45·스웨덴·은퇴)은 24세까지 첫 승을 거두지 못했다”며 리디아 고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설명했다.

리디아 고는 결점이 보이지 않는 선수다. 샷의 정확성과 함께 강한 정신력도 갖고 있다.

리디아 고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49야드다. 280야드를 때리는 여자선수들과 비교하면 분명 장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리디아 고는 드라이버의 약점을 정교한 아이언과 퍼팅으로 극복하고 있다. 우드와 유틸리티 클럽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린 주변 쇼트 게임은 리디아 고를 당해낼 선수가 없다.

소렌스탐은 리디아 고에 대해 “장타자는 아니지만 최고의 쇼트 게임을 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면서 “모든 것을 갖춘 선수다. 경기 운영도 침착하다”고 극찬했다.

리디아 고는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순위에 포진하고 있다. 소렌스탐은 “우리는 매번 A급 경기력을 보여줄 순 없다. 그러나 리디아 고는 꾸준하다는 점이 놀랍다”고 칭찬했다.

리디아 고가 소렌스탐의 72승을 넘어설 가능성은 높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30세에 은퇴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가 필드를 누빌 시간은 12년이나 남았다. 산술적으로 매년 5.5승만 거두면 된다.

리디아 고는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골프는 오랫동안 하는 스포츠이고, 골프를 오랜 기간 하는 것이 나의 계획”이라면서 “투어를 즐기고 있고,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고장 난 ‘골프황제’ 다시 부활할까
우즈는 지난해 3월 허리 수술을 받고 새 스윙 코치 크리스 코모(37·미국)까지 영입하면서 부활을 자신했다. 하지만 올해 성적표는 여전히 바닥이다.

우즈는 2월 2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에서 주말 골퍼와 다름없는 칩샷 실력을 드러내며 컷 탈락했다.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는 2개 에 그치고 트리플 보기 1개와 더블보기 2개, 보기 6개로 무너졌다. 11오버파 82타. 1996년 프로에 데뷔해 통산 79승(메이저 14승)을 올린 우즈가 317개 투어 대회, 1267번의 라운드에서 남긴 한 라운드 최악의 성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우즈는 부상까지 재발했다. 2월 9일 끝난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는 11홀을 돈 뒤 허리 부상으로 기권했다.

새해에도 좀처럼 반등을 하지 못하고 세계랭킹이 70위까지 밀린 우즈는 결국 투어 생활을 당분간 중단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우즈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경기력 면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 현재 스코어를 보면 대회에 나가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진단한 뒤 “최고의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을 때 대회에 출전하겠다. 내가 준비됐다는 느낌이 들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우즈가 예전 기량을 회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몸 상태만 좋아진다면 다시 우승 트로피를 수집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적지 않은 나이, 부상과 함께 칩샷 ‘입스’(yips·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손에 경련이 일어나는 등 몹시 불안해 하는 증세)까지 온 우즈가 앞으로 정상에 서긴 힘들다는 냉정한 의견도 있다.

우즈는 올해 출전한 대회에서 쇼트 게임 실수를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LPGA 투어에서 17승을 거둔 도티 페퍼(미국)는 트위터에 “지켜보는 게 곤혹스러웠다. 슬프게도 타이거에게 ‘입스’가 온 것 같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우즈가 ‘골프 황제’의 위용을 되찾기 위해서는 부상 악몽을 떨쳐버려야 한다. 하지만 우즈의 몸이 정상궤도로 진입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10년 넘게 남자골프 정상을 지킨 우즈는 데뷔 초부터 부상 때문에 고생했다. 스탠퍼드대학교를 다니던 1994년 12월 왼쪽무릎의 종양 제거수술을 받았던 그는 프로 데뷔 후 2002년 12월에도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다. 2007년 5월에 이어 2008년 4월에도 무릎 관절경 시술을 받았던 우즈는 2008년 6월 왼쪽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된 상태에서 US오픈 19홀 연장전을 강행하다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우즈는 2010년 목 디스크, 2012년 아킬레스건 손상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고, 지난해부터 허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우즈는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너무 많다. 이것이 골프다. 이겨낼 수 있도록 계속 싸워가겠다”고 재기를 다짐했다.

<노우래 한국일보 체육부 기자 sport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