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손흥민의 도전 ‘차범근 17골 돌파’

차범근은 “언젠가 내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손날두’ 손흥민(22·레버쿠젠)이 ‘한국 축구의 살아 있는 화석’ 차범근(61)의 대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까.

2014~2015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가 24일(한국시간) 개막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손흥민이 차범근의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 17골을 넘어설지 여부다. 1979년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차범근은 리그 통산 98골(308경기)을 터트리며 ‘갈색 폭격기’로 맹위를 떨쳤다.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 소속으로 두 차례나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차범근은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1985~1986시즌 17골(34경기)을 터트리며 득점 4위에 올랐다.

한국인 유럽파 중 이 기록을 넘어선 선수는 없다. 박주영(29)이 2010~2011시즌 AS모나코(프랑스)에서 12골을 터트렸고, 박지성(33)이 2004~2005시즌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11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2012~2013시즌 함부르크 소속으로 12골, 지난 시즌 레버쿠젠 소속으로 10골을 뽑아냈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8월 2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FC코펜하겐과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자 팀 동료 하칸 찰하놀루가 그를 안아올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차범근은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면 내 젊은 시절의 모습이 겹쳐서 떠오른다. 손흥민은 문전으로 향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 많다. 돌파력과 슈팅력도 갖췄다”며 “언젠가 내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개막을 앞두고 물오른 득점포를 뽐냈다. 지난 16일 알레마니아 발달게스하임(6부리그)과의 독일축구협회 포칼 1라운드에서 그림 같은 발리슛으로 시즌 1호골을 터트렸다. 이어 지난 20일 코펜하겐(덴마크)과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2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골을 뽑아냈다.

팀 동료인 골키퍼 베른트 레노(22)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코펜하겐을 이겼다. 손날두(sonaldo·손흥민+호날두) 덕분”이란 글을 올렸다.

그렇다면 손흥민이 올 시즌 차범근의 17골을 넘어설 수 있을까. 분데스리가 중계를 맡은 스카이스포츠의 송영주 해설위원은 “15~17골은 가능하다고 본다”며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고, 레버쿠젠이 로저 슈미트(47) 신임감독 체제에서 더 공격적으로 탈바꿈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차범근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손흥민에게 “동료들을 활용하는 미트슈필(mit Spiel)을 좀 더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손흥민은 생애 첫 월드컵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연계 플레이도 늘었다. 또한 슈미트 신임감독 부임 후 4-2-3-1 포메이션을 쓰며 상당히 공격적으로 바뀐 것도 호재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왼쪽 윙어지만 프리롤(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처럼 움직이고 있다. 인사이드 커터(측면에서 중앙으로 꺾어 들어오는)로 득점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며 “부상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병행으로 인한 전력 분산만 안 일어난다면 지난 시즌(10골) 이상 넣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찬하 KBS 해설위원 역시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지만, 쉽게 갈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라며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해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가 있을 것이다. 내년 1월 아시안컵에 나선다면 체력적으로 피곤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박린 일간스포츠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