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헬로 월드컵]3백 수비의 화려한 부활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전술적인 흐름에서 기존의 월드컵과는 전혀 다른 특징들이 나타나고 골이 많이 나오면서 더욱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점유율을 중시하는 ‘티키타카’ 스타일이 자취를 감추고, 공수 전환이 대단히 빠른 속도 축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공간 활용에 유리한 4백 수비에 밀려 자취를 감추었던 3백 수비가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전술적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대회 우승팀 스페인을 5-1로 대파한 네덜란드, 우루과이를 꺾은 코스타리카, A조에서 개최국 브라질과 0-0으로 비긴 멕시코, 16강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브라질에 승부차기로 아쉽게 패한 칠레,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등이 3백 수비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주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좌우 윙어들이 수비까지 가담
원래 3백 수비는 2명의 전방 공격수를 상대하기 위해 고안됐다. 그러다 전방 공격수가 원톱 형태로 변화하면서 전술적 효용이 떨어졌다. 특히 좌우 공간을 쉽게 허용하는 등 4백에 비해 밸런스 유지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럽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중앙수비수가 2명인 4백에 비해 3명을 배치하는 3백에서는 미드필더와 좌우 측면에서 수적 열세에 놓여 주도권을 상대에게 내주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3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중앙수비수가 공격 시에는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패싱력이 좋아야 하고, 좌우 윙백이 공격 시에는 윙어가 되고 수비 시에는 다시 측면수비수로 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활동력과 뛰어난 전술이해도를 지녀야 한다. 이처럼 특정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공수에 걸친 다양한 능력과 전술이해도를 요구하는 3백은 최근 축구에서 사용하기 힘든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코스타리카의 브라이언 루이스가 6월 20일 브라질 헤시피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br />| AP연합뉴스

코스타리카의 브라이언 루이스가 6월 20일 브라질 헤시피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3백의 부활은 브라질 월드컵의 독특한 환경과 무관치 않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경기장별로 온도와 습도가 전혀 다른 데다가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또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주요 리그 경기가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체력적인 부담과 함께 견고한 수비 조직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어느 때보다 골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게 3백이다. 여러 팀들이 3백을 중심으로 좌우 윙어를 수비라인까지 내려 5백 형태로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한 것이다. 허리가 얇아지는 문제는 빠른 역습으로 보완되고 있다.

멕시코와 코스타리카는 3-5-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는 대신 허리를 두껍게 하고 더욱 안정적인 특징을 보였다. 멕시코는 공격 전개 시 중앙 수비수인 마르케스가 후방 플레이메이커처럼 중원으로 올라와 리베로 역할을 수행했다. 코스타리카 역시 수비에서 허리를 거치지 않고 빠르게 전방으로 볼을 배급하면서 비슷한 양상으로 경기를 전개했다.

3백 수비를 선택한 팀들이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셀로나에서 사용한 3-4-3 형태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기 내내 전방에서 볼을 점유하고 상대 압박을 쉽게 피할 수 있는 개인 기술이나 부분 전술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수비로 전환 시에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숫자가 부족해지는 상황을 쉽게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

3백을 사용하는 팀들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도 좋은 결과들을 가져오면서 브라질 월드컵의 즐거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라질 뻔한 3백을 부활시키며 새로운 전술을 지향하는 팀들이 어떤 성적을 거두고, 이에 대한 대응책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