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헬로 월드컵]남미의 다크호스 콜롬비아

‘콜롬비아’ 하면 떠오르는 스타는 단연 카를로스 발데라마다. 오렌지색 파마 머리를 사자의 갈기처럼 휘날리며 탁월한 기술로 경기를 지배한 창조적인 미드필더였다. 한때 월드컵 우승후보로 평가되던 콜롬비아는 발데라마의 은퇴 이후 16년 동안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지 못하며 쇠퇴기를 겪었다.

오랜만의 월드컵 복귀 무대지만, 콜롬비아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벨기에와 더불어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콜롬비아 대표팀에 새로운 2세대가 등장했다. 콜롬비아 상승세의 주역으로는 공격수 라다멜 팔카오(28·AS모나코)가 핵심에 서 있다. 13살의 나이에 콜롬비아 2부 렌세로스에서 프로로 데뷔한 팔카오는 포르투갈 명문 포르투로 이적한 첫 해인 2009~2010 시즌에서 28경기 25골을 넣으며 단박에 이름을 날렸다. 2010~11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포르투에 안겨주었고, 2011년 이적한 스페인 아틀레티고 마드리드에서도 역시 유로파리그 정상을 밟았다.

지난해 프랑스 AS모나코로 이적해 변함없는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177cm의 신장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인 골감각, 돌파, 스피드, 위치 선정 능력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이며 최전방 공격수의 장점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A매치 기록은 51경기 20골.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13경기 9골로 팀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런 팔카오가 몇 달 전 무릎인대 부상을 당해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수술 이후 초인적인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그가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느냐 여부는 콜롬비아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팬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다.

콜롬비아의 프레디 구아린(오른쪽)이 2013년 11월 15일 벨기에 브뤼셀 킹 보두앵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친선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다 드리스 메르텐스와 공을 다투고 있다./AP연합뉴스

16년 만에 본선 진출, 톱 시드 받아
콜롬비아에 팔카오만 있는 건 아니다. 테오필로 구티에레스(29·리버플레이트)는 A매치 27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할 만큼 결정력이 뛰어난 골잡이다. 발이 빠르고 위치 선정이 뛰어나다. 루이스 무리엘(23·우디네세)은 저돌적인 돌파와 높은 골결정력을 보이며 ‘콜롬비아의 호날두’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콜롬비아 대표팀의 공격을 조율하고 있다. 연령대별 대표팀을 모두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는 포르투를 거쳐 AS모나코에서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친 세리에A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후안 기예르모 콰드라도(26·피오렌티나)와 프레디 구아린(28·인터밀란)도 중요한 전력이다.

콜롬비아가 강한 건 수비에서도 안정된 전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남미예선 18경기에서 13골만을 내줘 남미예선 9개 국가 중 최소 실점을 기록했다. 마리오 예페스(38·아탈란타), 루이스 페레아(35·크루스아술), 파블로 아르메로(28·나폴리), 후안 수니가(29·나폴리), 크리스티안 자파타(28·AC밀란) 등이 포진한 수비라인은 풍부한 경험이 최대 강점이다.

콜롬비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호세 페케르만 감독(65)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검증된 지도자다. U-20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세 번이나 우승으로 이끌었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를 8강에 올려 놓았다.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

콜롬비아는 그리스, 코트디부아르, 일본과 함께 C조에 편성되었다. 지난해 11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벨기에를 2-0으로 물리치고 네덜란드와 0-0 무승부를 기록했던 짜임새를 감안하면 C조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물론 팔카오만 부활하면 그 이상도 꿈꿀 수 있는 콜롬비아다.

<김세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