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국민 여동생’ 연아는 괜찮을까…

많은 CF·어머니의 역할 등 비난으로 바뀌지 않도록 자기관리 철저해야

2009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종합점수 200점을 돌파하며 우승한 김연아 선수가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끝나자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남동생’ 박태환의 부진은 많은 사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2007년 세계선수권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던 400m에서의 예선 탈락, 200m의 결승 진출 실패 소식은 ‘펠프스의 뒤를 이을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다’는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스포츠에서라도 좋은 소식을 기대했는데 이마저 무산됐기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박태환의 부진 원인에 대해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수영연맹의 파벌 싸움 때문이다” “전담 코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등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그렇다면 ‘국민 여동생’ 김연아는 어떨까.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최근 들어 과도한 CF 촬영 논란 등 전혀 문제가 없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박태환이 한국 스포츠의 불모지인 수영에서 꽃을 피웠다면 김연아 역시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예상못한’ 분야에서 성공신화를 써왔다. 외모도 출중하고 실력도 뛰어나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박태환의 부진을 지켜보며 김연아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런 일이라 할 수 있다.

1년 중 10개월은 해외 전지훈련
2006년 김연아는 세계적인 에이전트사 IMG와 계약을 맺었다. IMG와 계약을 맺기 전에는 재정문제로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비 마련을 위해 집을 저당잡히기도 했고, 비행기값을 아끼기 위해 허리가 아픈 데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IMG와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기업 후원이 없어 재정적 어려움은 계속됐다. 2007년 4월에는 IB스포츠가 전속계약금과 경제적인 지원을 약속해 그쪽과 계약을 맺게 됐다.

IMG는 몇 개월 후 IB스포츠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김연아는 상당한 혼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IB스포츠는 김연아를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본부장을 중심으로 광고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김영진 이사, 아이스쇼를 담당하는 차장과 현장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고 있는 사원 2명이다. IB스포츠는 김연아의 경기 외적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운동과 관련해서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브라이언 오셔가 전담 코치로 훈련을 전담하고 있다. ‘제2의 코치’로 불리는 어머니 박미희씨가 김연아의 사생활과 훈련, CF 등 모든 것을 처리하고 있다.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김연아는 1년 중 10개월 정도는 캐나다 등지에서 훈련한다. 해외 체류 기간이 길기 때문에 국내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매스컴에 나오고, 팬들을 만나는 시간은 한국에 체류하는 2개월 동안이다. 이때 CF 촬영이나 인터뷰 등의 공식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휴식을 갖는다. IB스포츠 김영진 이사는 “피겨 시즌이 10월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인데 6월이 되면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시즌을 시작할 때까지 너무 지루하고 변화도 필요해서 8월에 한국에 들어와 아이스쇼에 참여하고 휴식도 하게 된다”면서 “1년에 10개월 정도 해외에서 머무니까 훈련에 집중하는 부분에서는 유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연아 선수가 출연한 CF의 장면들. CF에 너무 많이 출연하는 것은 선수생활에 좋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향신문>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 있을 때 CF와 방송출연, 아이스쇼 등 각종 행사 참여가 너무 잦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김연아 선수가 꿈꿔온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국내의 CF는 ‘김연아가 출연한 것’과 ‘김연아가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나뉠 정도가 됐다. 김연아는 지금까지 20여 편의 CF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예상 수익이 5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동아대 정희준 교수(스포츠학)는 “골프의 박세리도 그런 케이스였다. 선수가 너무 밖으로 휘둘리면 망가질 위험이 있다”면서 “IB스포츠 전담팀이 있다고는 하지만 다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아닌가. 김연아의 장래를 위해 만들어진 팀이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영진 이사는 “CF가 김연아 선수에게 부담이 되는 게 아니라 활력소가 되는 정도로만 하고 있다”면서 “IB스포츠는 재정적이 후원에 충실하고,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논란은 어머니 박미희씨의 역할이다.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 미셸 위의 아버지 위병욱씨 등은 선수만큼이나 유명하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온갖 뒷바라지와 관리를 해온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미희씨 역시 딸 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연아가 훈련에 들어가기 전 워밍업과 훈련 후 스트레칭은 코치가 아닌 어머니가 맡고 있다. 그리고 박씨는 코치와 회의를 하고 경기 내용을 분석할 정도의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딸을 일류선수로 키워내기 위해 독학하면서 체득한 지식이 전문가 수준에 오른 것이다.

“노력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잘할 것”
다른 평가도 있다. “김연아가 운동과 휴식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만든 원칙주의자다” “김연아를 강하게 만들었고 성공의 원동력을 만든 주인공이다” 등의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선수가 성년기에 들어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희준 교수는 “미국에서는 위병욱씨를 비판하는 칼럼이나 기사가 많은데 이는 돈 때문에 자식의 미래를 망친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라면서 “김연아 선수도 잘못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선수가 스타덤에 오르면 선수에게 ‘쓴 말’보다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선수생활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 선수 자신이 먼저 중심을 잡지 않으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무엇보다 선수 자신이 자신을 관리하는 힘을 키워야만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김연아를 가르쳤던 신혜숙 코치는 “승부욕도 강하고 재능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99% 노력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국민 여동생의 화려한 비상이 오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