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 시장’… 베트남의 뜨거운 ‘코로나 전쟁’

베트남 사람들은 자신이 어려울 때 돕는 사람을 절대 잊지 않는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베트남 전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928명. 인구 9800만명 국가에서 완벽에 가까운 방역으로 세계적인 극찬을 받았던 베트남이다. 하지만 지난 4월 말부터 시작된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2개월여 만에 확진자가 5만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 호찌민에서만 7월 확진자의 75%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베트남 정부는 도시 전체 봉쇄라는 강경수를 두었다.

도시가 봉쇄된 베트남 호찌민시의 방역 모습 / 유영국 제공

베트남 수능시험이 끝난 다음 날인 7월 9일 자정을 기점으로 호찌민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이동을 막기 위해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다. 호찌민시 당국은 제조 생산 및 슈퍼마켓과 같은 생필품을 판매하는 필수 서비스를 제외하고 재택근무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집단 감염에 노출된 제조업체는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직원들이 음성임을 확인하고 출퇴근 없이 공장 내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게 준비하도록 명령을 받았다.

조업을 중단할 수 없는 기업들은 공장 내에 텐트를 치거나 간이 침상을 만들어 대응했고, 아예 휴업 조치에 들어간 경우도 많다. 호찌민시는 일반 시민에게도 식료품을 사러가거나 병원, 약국을 가는 것을 제외하고 집 밖을 나가지 못하게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호찌민 인접 산업단지 지역인 동나이와 빈즈엉의 대규모 공장단지에서도 확진자들이 집단 발생하며 확산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지금까지 나열한 상황을 보면 베트남 전체가 당장이라도 망할 것만 같다. 하지만 패닉은 없고 의외로 베트남 사람들은 차분하다. 7월 9일 봉쇄 소식에 사재기에 나서며 대형마트 물품들이 동나기는 했지만 이러한 혼란은 이틀 만에 끝이 났다. 베트남 전체가 봉쇄된 것이 아니라 호찌민 지역만의 봉쇄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물자들이 공급되고 있다. 오히려 베트남 사람들은 식료품이 충분하지 못한 저소득층들을 돕기 시작했다.

베트남 호찌민 지역에서 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테스트를 하고 있다. / 테 타오 반 호아

호찌민 저소득층을 위한 기부 이어져

호찌민을 비롯한 남부지방 곳곳에 저소득층들을 위해 ‘0원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기부해 설립된 곳들도 있고, 베트남 정부 산하 유관단체 주도로 설립된 곳들도 있다.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게 하거나 한국 돈 1만원에 해당하는 쿠폰 2장을 미리 제공하고 필요한 쌀, 계란, 채소, 식용유 등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등 지역별로 다양한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베트남 전역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찌민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중북부지방에서 지역 봉쇄로 식품 구입이 어려운 호찌민 저소득층들을 위해 각종 채소와 과일은 물론이고 보관하기 쉬운 멸치볶음이나 땅콩볶음 같은 반찬을 밤새 만들어 기부하고 있다. 각종 풍수해 때마다 온정의 손길을 보내는 한국 사람들과 꼭 같은 모습이다.

출·퇴근 없이 공장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베트남 노동자들 / Zing

베트남 정부 백신 확보 총력전

베트남 정부도 백신 도입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 직전인 4월까지만 하더라도 두달 넘게 지역 감염자가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방역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백신 도입에는 느긋한 입장이었다. 2021년 연말쯤 최종 승인을 예상했던 베트남 자체 개발 백신을 통해 전 국민 백신 접종을 고려했던 탓도 있어 보인다. 현재 베트남 개발 백신은 3상 임상 중으로 8월 중순이면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찌민을 비롯한 남부지방의 심각한 확산으로 더 이상 이를 기다리기 어려워 정부 차원에서 백신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내년 초까지 베트남 전 국민의 75%가 접종할 수 있는 1억5000만도스의 백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화이자가 베트남 정부에 청소년 900만명 접종을 위해 2000만도스를 무상지원하기로 했다. 베트남 정부 구매분 3100만도스까지 합하면 총 5100만도스를 연내 확보했다. 또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2000만도스를 확보하고 추가 2000만도스 확보를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미국 정부가 200만도스의 모더나를, 호주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150만도스를, 일본 정부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200만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베트남 정부는 백신 구매를 위해 목표액 25조동(약 1조2500억원)의 기금 모금을 하고 있는데 현재 8조동(약 4000억원)에 그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코벡스 AMC를 통해 2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개별 국가에 백신을 지원한다는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 한국 내에 보급해야 할 백신도 부족한 상황이라 베트남에 백신을 지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에 부족한 코로나19 진단키트나 구하기 힘든 최소 잔여형 주사기 등은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최소 잔여형 주사기는 백신 1도스를 더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백신을 기부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자신이 어려울 때 돕는 사람을 절대 잊지 않는다.

<호찌민 ｜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