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19)소유할 수 없는 사랑 아폴론과 다프네

요즘 스토커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스토커 대부분은 열 번 찍으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속담을 너무 신봉한다. 과거에는 스토커 개념이 없어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면 ‘그냥 좋아서’, ‘사랑해서 그렇겠지’라고 단순하게 여긴다. 하지만 사람이 싫으면 그 사람의 숨소리조차 싫다.

‘아폴론과 다프네’ (16세기경, 동판에 유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일방적으로 사랑을 호소했으나 거절당한 신이 아폴론이다. 아폴론은 올림포스 12신 중 서열이 두 번째인 신으로 로마신화에서는 아폴로라고 부른다.

아폴론은 제우스신과 여신 레토 사이에서 난 아들로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와 쌍둥이 남매다. 쌍둥이가 대단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신탁을 들은 헤라가 레토의 해산을 방해하기 위해 세상에 해가 비치는 곳에서 절대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저주를 내린다. 지상에서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레토는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바닷속에 있는 섬에서 아이를 낳는다.

9일에 걸친 레토의 진통 끝에 태어난 아폴론은 생후 사흘 뒤 제우스의 명을 받아 델포이로 가서 임신 기간 내내 어머니 레토를 괴롭혔던 뱀 피톤을 화살로 쏘아 죽인다.

괴물 피톤을 죽일 정도로 자신의 활 솜씨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했던 아폴론은 사랑의 신 큐피드를 만나 그가 들고 있는 활을 보게 된다. 아폴론은 자신의 활을 들어 보이며 큐피드에게 그런 활로 무엇을 할 수 있냐고 조롱한다. 이에 화가 난 큐피드는 아폴론의 무례함을 벌하기 위해 2개의 화살을 준비한다. 큐피드는 파르나소스 산꼭대기에서 황금 화살은 아폴론에게, 납으로 된 화살은 근처 숲의 님프 다프네의 심장에 쏜다.

큐피드의 황금 화살을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를 향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 쫓아다닌다. 하지만 다프네는 바람처럼 빠른 다리로 아폴론의 손길을 피해 도망친다. 아폴론이 빨랐다. 아폴론에게 잡힐 위기에 다다르자 다프네는 강의 신, 아버지 페네이오스의 도움으로 월계수로 변한다.

다프네를 쫓아다니는 아폴론을 그린 작품이 프란체스코 알바니(1578~1660)의 ‘아폴론과 다프네’다. 화면 오른쪽 상단 구름 위에 큐피드가 아폴론에게 화살을 쏘고 있다. 황금 화살을 쥔 아폴론은 납으로 된 화살을 잡은 다프네를 쫓아가고 있다. 아폴론이 손을 뻗고 있는 것은 다프네를 향한 마음을 나타낸다. 다프네가 뒤를 돌아보고 있지만, 다리가 앞을 향하고 있는 것과 푸른 망토가 바람에 부푼 모습은 빠르게 도망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화면 왼쪽의 월계수 나무는 다프네를 상징하며 후에 아버지의 도움으로 아폴론을 피해 월계수로 변하게 되리라는 점을 나타낸다.

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

프란체스코 알바니의 이 작품에서 큐피드가 앉아 있는 먹구름은 아폴론과 다프네의 관계가 큐피드의 분노로 만들어진 관계임을 드러낸다. 사랑은 찍는다고 무너지는 나무가 아니다. 사랑이란 이름의 일방통행은 폭력이다. 사랑은 언제나 두 사람의 감정의 교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박희숙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