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 킬러 - 범죄자를 찾아가 단죄하는 ‘법 위의 심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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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웹툰 <유부녀 킬러>는 제목 때문에 첫 화부터 불륜 로맨스로 독자에게 오해를 받았지만, 이를 기세 좋게 뒤집은 킬러물 만화다. 주인공 유보나는 지금 만 3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육아휴직을 마치고 얼마 전 회사에 복직했다. 복직한 회사에서 ‘에이스’로 칭송받는 보나는 위에서 지령받은 이들을 암살하는 스나이퍼로, 별칭은 ‘킹피셔’다. 보나가 죽이는 대상들은 지은 죄에 비해 형량을 가볍게 받아 제대로 죗값을 치르지 않고 출소한 범죄자다. 보나는 일부러 떠들썩하게 상대를 암살해 언론과 경찰의 관심을 주목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나에게 수사망이 옮겨졌을 때를 틈타 다른 팀원들은 소리소문없이 표적을 처리하는 게 이들의 방식이다.

YOON·검둥 작가의 <유부녀 킬러> / 다음 웹툰

YOON·검둥 작가의 <유부녀 킬러> / 다음 웹툰

그중에서도 보나와 보나의 팀이 가장 신속하게 대응하는 건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다. 다른 범죄자들은 출소한 이후 최대 1년까지 시기를 보다가 죽이곤 하지만, 아동·성범죄자들은 24시간을 넘기지 않고 곧바로 살해한다. 마침 작중에서는 희대의 아동 성범죄자 표두철의 출소가 예정되어 있다. 표두철이 출소하면 표두철의 목숨을 노린 유보나가 나타날 것이라 믿고, 형사들은 표두철을 통해 유보나를 쫓으려 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유보나는 태연하게 ‘클라이언트 미팅(고객 접선·대상을 살해한다는 뜻)’을 준비한다.

보나의 팀은 아동 성범죄자들에 대해 왜 24시간을 넘기지 않는가. 출소 이후 곧바로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는 표두철만 보아도 그 답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보나의 팀에 입사한 오현남도 친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자다. 아버지가 출소하던 날 현남은 아버지에게 살해당할 뻔했다가 보나의 사격으로 구사일생 목숨을 건졌다. 그들의 팀이 정해놓은 ‘24시간’이라는 규칙은 성범죄라는 특성 때문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안전이라는 목적 때문이다.

이들을 추적하는 경찰은 ‘법 위의 심판자’란 없으며,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찰이 보나의 팀을 쫓으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오현남은 이미 보호받지 못한 채 위기에 처해 있었다. 법이 심판자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경찰이 보호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유보나는 아무에게도 신분을 밝힐 수 없는 킬러다. 하지만 누구보다 가장 정확하게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죄자를 심판한다.

피해자를 보호하지도, 범죄자를 심판하지도 못하는 상황은 현실이나 작품이나 매한가지다. 아동 성범죄 영상 공유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아동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손정우는 한국에서 고작 18개월의 형을 받았다. 국제적인 성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강영수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미국의 송환 요청마저 거절하고, 손정우를 순순히 풀어주었다. ‘수사를 위한 것’이라고 단서 조항을 못 박았으나 그에 따른 계획은 명확하지 않다.

법 자체가 심판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의 서사는 분명 대리만족을 선사하지만, 이 쾌감은 어딘가 씁쓸하고 괴롭다. 무엇보다 이 서사를 통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보나가 없어서 우리의 현실은 만화보다 훨씬 더 지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자명한데도 사법 권력은 대답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성범죄자들에 대한 적합한 형량 선고와 손정우의 신속한 송환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조경숙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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