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속물적이고 경박한 ‘그들만의 로맨스’

예로부터 남녀상열지사는 인간이 원초적으로 관심을 갖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해 많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일명 ‘짝짓기 프로그램’이지요.

1990년대에 방송됐던 <사랑의 스튜디오>부터 몇 년 전 큰 연애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던 <짝>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고 다양한 형태로 진화됐던 이런 프로그램이 최근 집중적으로 쏟아졌습니다. <하트시그널>(채널A), <선다방>(tvN), <로맨스패키지>(SBS) 등이 그 예입니다.

로맨스패키지|SBS제공

<하트시그널>은 한 달간 남녀가 같은 공간에 거주하면서 서로를 관찰합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이들의 감정의 향방을 점치는 패널들이 함께 하면서 일종의 퀴즈쇼 같은 재미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을 몰입시켰지요.

<선다방>은 말 그대로 ‘선’을 보는 장면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장삼이사’와 같은 평범한 출연자들의 꾸미지 않은 모습을 들여본다는 새로운 형식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로맨스패키지>입니다. 프로그램의 골격은 연애대상을 찾는 남녀가 모여 호텔에서 3박4일 동안 머무르면서 다양한 게임과 이벤트로 서로에 대한 호감을 파악한 뒤 커플로 맺어지는 과정을 다룹니다. 언뜻 보면 <짝>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연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인간 심리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상 이를 지켜보노라면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확인시키고 주입하는 시대착오적이고 씁쓸한 현실 때문입니다.

빼어난 외모, 학벌, 사회적 성취 등 상대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주요 요소이기는 합니다만 이 프로그램은 이것이 연애의 전부라는 인식을 고착화시킵니다. 성격이나 그 사람의 내면보다는 외모, 직업, 학력, 경제력 등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만이 거듭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다 고정적인 성 역할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남성은 전문직, 여성은 외모가 중요한 예체능 관련 직업이 주로 출연자로 섭외되고 있으니까요. 몇 차례의 방송을 통해 이미 이 프로그램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뚜렷하게 선을 그은, ‘그들만의 연애’임을 밝히고 말았습니다.

종합하자면 <로맨스패키지>는 몇 년 전 <짝>이 가졌던 명성에 안일하게 기대 ‘속물적인’ 스펙만을 높여 놓은 결과물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게다가 당시 <짝>이 전했던 메시지나 의미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니 오히려 훨씬 퇴보한 가치관을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위화감을 넘어서 지리멸렬한 경박감만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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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은 발전했고 젠더에 관한 감수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로맨스패키지>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종종 의구심이 생깁니다. 과연 이 프로그램이 정말 2018년 현재에 만들어진 게 맞나 하고 말입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