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예능 거장 나PD의 원동력

케이블채널 tvN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이 20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15%가 넘는 시청률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삼시세끼-어촌편> 같은 프로그램을 방송 용어로는 ‘스핀오프’(Spin-Off)라고 표현합니다. 인기리에 방송된 프로그램 중 하나의 설정을 갖고 또 다른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말합니다. <삼시세끼-어촌편>은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 출연자들이 직접 끼니를 해결한다’는 이전 <삼시세끼>의 설정만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삼시세끼-어촌편> 인기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집안 일, 특히 요리에 만능인 솜씨를 보여준 배우 차승원의 실력도 있었고 매일 가족들을 위해 월급을 벌어오는 아버지처럼 낚싯대를 걸머지고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나섰던 배우 유해진에게 느끼는 공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순수한 매력을 보여준 배우 손호준의 존재와 강아지 ‘산체’, 고양이 ‘벌이’, 그리고 닭들이 보여준 호흡 즉 ‘케미스트리’(Chemistry)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삼시세끼>의 세계관을 만들고, 끊임없이 출연자들을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면서 정작 본인은 헤실헤실 웃으며 해맑은 악마성(?)을 보여준 나영석 PD의 존재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 PD는 2000년대 중반 KBS2에서 ‘국민 예능’의 반열에 올랐던 ‘1박2일’의 연출자였습니다. 그는 안정이 보장된 거대 지상파를 박차고 나와 케이블채널로 옮깁니다. 누구도 그의 성공을 쉽게 점치지 못했지만 그는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의 성공에 이어 <삼시세끼-정선편> <삼시세끼-어촌편>의 기록적인 성공으로 ‘예능 거장’이 됐습니다.

나 PD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예능PD’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흔히 예능PD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을 굉장히 잘 웃기고, 패션도 화려하게 소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 PD는 초짜 PD 시절 너무 떨어서 출연자를 못 불러와 대형 방송사고를 낸 경험도 있고, 옷도 외부행사에서 입는 옷들을 제외하면 한결같습니다. 무엇보다 활달한 성격이 아닙니다. 주변의 관심에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고,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서도 자랑을 꺼리는 세심한 성격입니다.

이런 나 PD를 ‘예능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은 관찰력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출연자들을 오랜 기간 관찰하고 그에게 가장 예능적으로 어울리는 캐릭터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구축된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와 마찰을 일으키거나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이를 극적으로 잘 구성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이서진이나 손호준처럼 예능에 나오지 않던 연예인들에게서도 특이한 점을 발견해서 이용합니다. 그는 일흔이 넘은 노배우들에게서도 ‘직진순재’(이순재) ‘구야형’(신구) ‘떼쟁이 일섭’(백일섭) 등의 캐릭터를 끄집어내고 <삼시세끼-어촌편>에서는 심지어 강아지, 고양이, 닭에게도 캐릭터를 부여합니다.

그는 결코 대단하지 않은 우리네 일상에서 세심하게 바라봐야 찾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순간을 잘 잡아내는 예리한 낚시꾼입니다. 그에게 세상은 아직도 신기하고, 특이한 캐릭터가 많은 소재의 보물창고입니다. ‘할배’들과 네 번째로 다녀온 그리스 여행의 이야기가 <꽃보다 할배>를 통해 곧 펼쳐집니다. 그의 마법 같은 여행이야기가 다시 한 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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