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납득이 안 되는 ‘임성한 드라마’

지난 주 방송된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에서는 쉽게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등장인물 조나단(김민수)이 백야(박하나)와 결혼한 후 어머니 서은하(이보희)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 갑니다. 안 그래도 서은하는 원래 자신이 낳은 백야가 자신이 재가해서 만난 아들 조나단과 결혼하는 일을 꺼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조나단이 조직폭력배와 시비가 붙습니다. 조직폭력배가 휘두른 주먹에 쓰러지더니 금세 죽고 맙니다. 그런데 엄마의 반응이 기가 막힙니다. “하늘의 뜻이다. 야가 우리 집으로 못 들어오게”라고 독백합니다. 그는 맹장수술 직후였는데 이윽고 들리는 방귀 소리. 오열하는 가족들 속에서 등장한 갑작스러운 방귀는 드라마를 비현실도 아닌 초현실의 분위기로 만듭니다.

MBC ‘압구정 백야’의 한 장면. | MBC제공

드라마 작가 임성한의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그가 쓰는 드라마가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삶과 죽음을 정의하는 그만의 특이한 잣대, 시청자를 가르치는 듯한 대사, 동물에 대한 집착 그리고 ‘암세포도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비현실적인 가치관 등 그의 드라마를 표현하는 말들은 참 많습니다. 처음부터 그가 논란이 되는 드라마를 썼던 것은 아닙니다.

1990년 KBS <드라마 게임-미로에 서서>로 데뷔한 그는 1998년에야 MBC 드라마 <보고 또 보고>로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릅니다. 드라마는 당시 57% 시청률로 화제가 됐습니다. ‘겹사돈’이라는, 한국 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 시청자들에게 자극이 된 겁니다. 이후부터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안드로메다행’ 열차를 타기 시작합니다. <온달 왕자들>에서는 한 남자가 네 명의 여자를 만나 네 명의 자식을 뒀다는 줄거리가 나오더니 <하늘이시여>에서는 개그프로그램을 보고 웃다가 심장마비로 죽는 황당한 전개가 등장합니다. <신기생뎐>에서는 무속에 빠지기 시작해 빙의 현상, 유체이탈, 귀신 등을 드라마에 등장시킵니다. 눈에서 초록색 레이저빔이 나오는 장면도 이 드라마에서였죠. 지난해 방송된 <오로라 공주>에서는 별다른 이유 없이 극중 등장인물 12명을 차례로 죽게 했습니다.

MBC ‘압구정 백야’의 한 장면. | MBC제공

임 작가의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돈도 배경도 없는 여주인공이 부잣집 아들을 만나 상류사회로 편입되는 줄거리를 그립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욕망이 스스럼없이 표출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의 쾌감은 중간에 이상한 설정이 나와도 방송사와 시청자가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번 <압구정 백야> 역시 주인공이 뜬금없이 죽자 시청률이 15%에 근접하게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자극은 또 다른 자극을 찾게 하고, 자극에 반응하는 대중 때문에 작가는 더욱 해괴한 드라마를 씁니다. 심지어는 자극을 시청자에게 원활하게 전하고 나름의 당위를 얻기 위해 일반적인 세계관까지 뒤틉니다. 공공재인 전파를 빌려서 방송을 하는 지상파 방송에서 보이는 이러한 상황을 흔쾌히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의 드라마를 10년 가까이 보고 있지만 당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MBC ‘오로라 공주’의 한 장면. |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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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작가는 본인의 세계를 현실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본인에게 맞춰주는 연출자를 구하고, 배우도 신인 위주로 기용을 합니다. 외부와의 소통 역시 거부하고, 심지어는 드라마 제작발표회도 열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가둬버린 결과물로 나오는 황당한 창작물들. 과연 MBC는 어떠한 기준으로 임 작가의 드라마를 계속 편성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과연 시청률만 잘 나오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걸까요.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