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드라마 속에서 달라진 기자들

“마와리는 처음이지?”
최근 SBS 수목극 <피노키오>를 보고 분명 놀라신 분이 있을 듯합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난데없는 일본어 표현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극중 방송사 YGN의 수습기자로 입사한 최달포 역 이종석이 경찰서 2진 기자실에 들어서면서 패기 있게 인사를 건네자 타사 수습기자가 건넨 말이었습니다.

SBS <피노키오> | SBS제공

사실 마와리는 ‘사츠마와리’(さつまわり)의 준말입니다. 이를 한자로 풀면 ‘찰회’(察回)란 뜻입니다. 굳이 풀자면 ‘살피면서 돌아다닌다’는 뜻이 되겠네요. 기자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이 때론 훈장처럼, 아니면 악몽처럼 기억하고 있는 경찰 수습기자의 주요 업무입니다. 경찰서 여럿을 묶은 이른바 ‘라인’을 돌아다니면서 밤새 사건을 찾아 1진기자 또는 당직자에게 보고하는 일을 일컫습니다.

요즘 드라마에서 기자들의 활약을 심심치 않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SBS <피노키오>는 일종의 신호탄과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기자는 사건의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아니면 극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악행을 하는 사람들의 일부로 여겨졌습니다.

몇 가지 장면이 기억납니다. 영화 <과속스캔들>에 등장하는 연예기자는 극중 차태현의 손자로 등장하는 왕석현을 유괴하려는 시도까지 하면서 특종에 혈안이 된 인물로 등장했습니다. 김혜수, 이지아 주연의 드라마 <스타일>에 등장한 기자 역시 취재원에 대해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고 질문을 늘어놓으면서 결국 인터뷰이의 질책을 받는 인물로 등장했습니다. 지금도 드라마 속에서 사고가 터지면 당사자의 집 앞에는 정장을 입고 카메라를 꺼내든 기자들이 몰려듭니다.

KBS <힐러> | KBS 제공

드라마 속 배역은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를 많이 구현하곤 합니다. 그래서 많은 직업들은 드라마를 통해서 그 이미지가 드러나고, 오히려 드라마를 통해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기자는 ‘기사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이미지는 다른 직업들이 그렇듯 기자의 생리를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냥 대중들에게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겨지던 기자의 이미지가 그대로 드라마에 투영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바라보는 최전선의 인물로서 기자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죠. KBS2 월화극 <힐러>의 김문호 기자(유지태), 채영신 기자(박민영)는 실제의 인물들을 반영한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고가 나서야 인터뷰이를 찾는 원통한 상황을 겪고, 조회수를 위해 의미없는 기사를 베끼기도 합니다. <피노키오> 역시 기자들의 지난한 탄생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기자들이 대중에게 자랑할 정도로 기자정신을 구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두 드라마의 작은 시도가 기자의 잘못된 이미지를 바로잡아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할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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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진실과 정의를 갈구하는데, 사회는 갈수록 진실과 정의가 장막 속에 숨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의인지도 헷갈리는 시대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기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은 아직도 대중들이 진실과 정의를 파헤치는 기자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합니다. 뉴스를 만드는 일은 기자의 고유한 일입니다. 이제야 드라마에서 제대로 기자가 그려진다는 생각에 똑바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듭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