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알이씨 4: 아포칼립스 - 모든 것이 퇴보한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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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알이씨 4: 아포칼립스 (REC 4: Apocalypse)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스페인

러닝타임 95분

장르 공포

감독 하우메 발라게로

출연 마누엘라 벨라스코, 자비에르 보테트, 파코 만사네도

개봉 2014년 12월 24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대부분의 성공한 영화는 속편을 양산한다. 상업적 재미를 본 제작자들에게 검증된 소재만큼 매력적인 투자대상은 없을 것이다. 관객들도 즐거웠던 경험이 계속해 이어지길 갈망한다. 공포영화는 유난히 속편의 제작이 빈번한 장르이다. 이는 공포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에서 기인할 것이다. 인간의 공포심을 촉발시키는 데 집중하는 대부분 상업 공포영화들은 그만큼 치기어린 실험들로 ‘재미’를 추구한다. ‘재미’는 관객들이 느끼게 되는 최종적 평가의 기준으로서 중요한 미덕이지만, 여기선 이에 앞서 만드는 사람들 스스로 누리는 유희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2007년, 당시 스페인에서 한참 주목받고 있던 젊은 두 감독 하우메 발라게로와 파코 플라자가 공동연출로 첫 선을 보인 <알이씨>는 기존 파운드 푸티지 형식에 좀비라는 소재를 접목시킨다. ‘파운드 푸티지’란 발견한(Found) 영상(Footage)이란 뜻이지만 근래에 와서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공포영화의 일관된 형태를 지칭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대부분 의문의 살인이나 실종과 관련된 현장에서 발견된 기괴한 기록영상이라는 전제로 진행되는 이런 작품들은 가짜 다큐멘터리를 뜻하는 모큐멘터리의 영역 안에 속하면서도 또 하나의 서브 장르로 자리를 굳혔다.

소방관들의 일상을 취재하려 나선 미모의 리포터 안젤라 비달과 동료 카메라맨은 구조현장인 아파트 건물에 고립된다. 흉포하게 변해버린 주민들의 공격이 이어지고, 설상가상으로 경찰은 외부에서 건물을 봉쇄해 오도가도 못할 상황에 처한다.

저예산 공포영화의 전형인 고립된 배경과 소수의 등장인물이 갖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방송용 카메라의 시점이 만들어내는 살육의 생중계라는 기발한 설정과 알싸한 공포의 감정이 절정에 이르는 마지막 한 방의 충격은 이 작품을 세계적 흥행작으로 극상시켰다.

당연히 후속작들이 이어졌다. 이듬해에 새로 만든 의미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미국에서의 리메이크 <쿼런틴>이 제작된다. 그리고 2009년엔 두 감독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완성한 공식 속편이 공개된다. 속편은 전편이 끝난 시점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표현 수위가 좀 더 세지고 좀비 바이러스의 발생에 대한 새롭고 획기적인 가설도 제시한다. 하지만 이 지점은 1편에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대다수 좀비영화 팬들에게조차 억지스럽다는 원성을 사게 된 치명적 실수로 지목되기도 한다.

뜻밖의 3편이 나온 것은 작품의 존재감이 거의 사그라질 즈음인 2012년. 오리지널을 연출했던 두 감독 중 좀 더 상업적 감각이 돋보이는 파코 플라자가 홀로 메가폰을 잡았다. 전작들의 무대였던 폐쇄된 아파트를 벗어나 결혼식장이라는 넓고 화려한 무대 속에 새로운 등장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중반 이후 파운드 푸티지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1인칭 카메라 시점까지 내던져버리는 과감한 파격으로 본격적인 극영화로서의 변신을 모색한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대다수가 변절이라는 질타로 일관되었다.

터치스크린

이번에 하우메 발라게로가 홀로 연출을 맡은 4편은 원작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며 생존자인 여자 리포터까지 다시 등장시키지만 아예 파운드 푸티지의 형태를 포기(?)하고 시작한다. 그러나 긴장감도, 미스터리도, 창의적(?) 살육 신도, 모든 것이 이전보다 퇴보한 느낌이다. 전작들보다 강렬하게 전달되는 것은 화려한 포스터와 결말의 속편에 대한 암시뿐인데 과연 이러한 의지가 실현될지, 또 실현된다 해도 더 이상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