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단연코 통신사를 위한 법’

최근 IT산업 분야에서 위법적이거나 부당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10월부터 실시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소비자들로부터 일명 ‘단연코 통신사를 위한 법’으로 불린다. 통신사들의 담합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적 소지까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이은 다음카카오 법무팀의 자의적 선별 논란, 배달서비스 업체들의 과다 수수료 논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비리에 이은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원들의 정부 출연금 횡령 및 뇌물수수 비리, IT서비스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갑을관계 논란, IT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까지 다양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로지 수익 극대화와 무한성장만을 목표로 직원들을 혹사시키고 소비자 기만을 일삼은 블랙기업이 권력 행사라는 단물에 빠진 정부기관과 만나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또한 일종의 문화가 됐다는 점에서 개별 조직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즉,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패턴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지도자에게 투표를 해야겠지만, 투표는 선거가 있어야만 할 수 있다. 반면에 즉각 실천할 수 있는 게 바로 시민정신이다. 시민정신은 합리성, 권리와 의무, 연대, 저항성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는 특히 저항성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민정신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10월 8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민들에게 단통법 폐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첫째, 명백히 위법이라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단연코 저항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 싸워야 하며 타인을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논리, 기업의 논리에 너무나 적응한 나머지 자신을 위한 일조차도 싸우지 않게 돼버렸다. 또는 치열한 생존경쟁에 매몰돼 저항조차 사치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피해를 보는 게 아니더라도 위법 또는 불의에 의해 누군가 피해를 본다면 함께 싸워야 한다. 그래야 내가, 내 가족이 피해를 볼 때 그 누군가도 나서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쌍방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잘잘못을 따지기가 어려워 보일 때에는 약자를 위해 저항해야 한다. 현대사회의 이슈들은 대개 상당히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복잡하다기보다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온갖 프로파간다(과장된 선전)가 난무해 복잡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3개월마다 보조금을 받아 이통사를 갈아타거나 여러 회선을 운용하며 가개통폰을 파는 폰테커들 때문에 단통법이 필요하다”는 말이 대표적인 프로파간다 중 하나다. 폰테커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그들이 이통사에 끼치는 손실은 아주 미미해서 이통사들이 밝힐 수도 없을 정도다. 그들을 막기 위해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그런 프로파간다를 간파하고 사안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어떤 사안에 대해 위법이나 불의라고 명백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문제점을 느낀다면 일단 저항해야 한다. 원래부터 권리이자 정의인 것은 없다. 지금 우리가 권리이자 정의라고 믿는 것들은 누군가 치열하게 싸워서 쟁취한 것이다. 과거에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싸워서 결론이 났고, 지금 우리의 권리이자 정의가 됐다. 그러한 시민정신의 토대 위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과 후대를 위해 저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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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지 않는 시민은 명목상의 시민일 뿐 실체적인 시민이 아니다. 권리와 정의가 당연했던 시대는 없다. 권리와 정의는 원래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민정신이며,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힘의 근원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