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두 유 러브 코리아?”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를 하는 캐나다 출신 친구가 있다. 그는 어떤 한국인을 만나건 질문이 똑같다고 했다. 순서는 다르지만, 반드시 “두 유 노우 싸이?” “두 유 노우 김연아?” “두 유 노우 김치?”를 묻는다고 한다. 그는 이를 묶어 ‘두 유 노우 3종 세트’라고 부르고 있었다. 외국인인 그의 관심 분야나 식성을 묻는 대신, 오로지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 피겨 스타, 전통음식을 아는지 여부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TV 속에도 외국인 출연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한국 군복을 입은 벽안의 외국인이 유격훈련을 하고, 흑인 청년은 섬마을을 다니며 간장게장과 김을 먹는다. TV에서 외국인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지만, 이들에 대한 한국 사랑 검증은 여전하다.

KBS <해피투게더3> | KBS 제공

외국인 토론이라는 시도로 주목받았던 JTBC <비정상회담>에서도 은근한 ‘한국 사랑’ 검증이 이뤄진다. 각국의 문화유산에 대해 이야기하던 미국인 타일러는 “프랑스는 왜 직지심체요절을 대한민국에 안 돌려준 거냐. 많은 한국 분들이 그걸 병인양요 때 빼앗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타일러, 개념 발언 화제’ 같은 제목을 단 인터넷 기사를 통해서 널리 퍼졌다. 어떤 외국인 출연자든지 순서는 ‘기-승-전-검증’으로 흘러간다.

영화 <명량>에서 조선의 편에 서는 왜군 병사를 맡았던 오타니 료헤이는 최근 KBS2 <해피투게더3>에 출연했다. 오타니 료헤이는 “고민은 있었지만 이순신 장군을 다루는 영화가 지금까지 없었고, 일본 사람으로서 영광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 역시 ‘日배우, 오타니 료헤이, 개념 발언’ 등으로 기사화됐다. 그가 국내 활동을 한 지는 8년이 넘었지만 ‘한국편’을 든 요즘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드라마 <조선총잡이>에 출연하고, 인기 척도로 꼽히는 가전제품 광고도 찍었다.

MBC <일밤-진짜사나이>에 출연하는 헨리나 샘 해밍턴도 군대예능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친 후에야 한국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사랑 발언은 필수다.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도 독도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일본에서 그만했으면 좋겠다. 일본은 독도에 대해 말할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DJ인 김신영이 “독도의 날을 맞아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속시원하게 한 마디 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나왔다. 그는 또 호주 한국인 여대생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공부 겸 일하러 갔는데 목숨을 잃은 게 마음에 걸린다. 호주 사람으로 굉장히 미안하고 죄송해요”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이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는 한국 사랑 검증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한국에 관심 있고 한국을 사랑하는 스타에게 더 정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정도가 좀 지나치다.